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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교수는 미국의 대북 압박에 맞선 한국의 대미 압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남북간에 분위기를 만들어서 성과가 나오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부터 미국에 대한 압박을 시작해야 한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전면 대북 압박 상황 하에서 돌파구를 모색 중인 우리 정부에 대해, 단순히 북한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미국 때리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식 접근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인데 "북한만 움직였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만나면 비핵화원칙이나 핵포기 의사, 6자회담 복귀라든지 또 한번의 원칙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 양보를 가져왔는데 미국이 여전히 '핵이고 뭐고 관심 없다' 이렇게 나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며 "그래서 우리는 정상회담 준비를 시작하면서 '미국 때리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미국 방문을 통해 정책 담당자들과 만난 결과 "핵문제에 대한 관심이 꺼진 것으로 보였다"면서 "심각하다"고 했다. 원래부터 9.19공동성명 내용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한데다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았던 BDA(방코델타아시아) 건에 북이 크게 반응하면서 "약발이 먹힌다"고 보고 '9.19 하지말고 북한에도 변환외교 해보자'는 쪽으로 기류가 잡혔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기류는 미국내 중간선거와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라크, 이란, 북한을 대상으로 한 '대량상상무기(WMD) 비확산' 외교정책의 실패를 가리기 위해 "11월 선거까지는 성공하지는 못한다해도 계속 민주화나 체제전환론을 명분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크리스토퍼 힐 미 6자회담 수석대표의 25일 방한에 큰 기대를 갖기 어렵다고 했다. "힐의 상황이라는 게 두 손 두 발 다 묶여 있"고 "힐 자신도 북한문제하면 넌더리를 치는 상황이다. 힐이 비공식으로 하는 얘기가 '자기가 북한에 손을 내밀면 북은 손을 물었다'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지금 청와대 분위기는 매우 비장하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북-미간의 대결국면을 쳐다볼 수는 없다, 우리가 나서서 돌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서 한반도 정세를 호전시키자'는 맥락"이라며 노 대통령의 몽골발언은 "미국의 전면 압박정책이 틀렸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금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에 적극적"이나 여건 조성을 위해 양 정상이 민족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준의 신뢰를 확인할 '제2의 중대제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가능한 '제도적 지원책'으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와 'NLL(북방한계선) 재설정'을 꼽았다.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작품으로는 '한반도 평화선언'을 들고 그 내용은 불가침, 상호 무력불사용 등 6.15공동선언 당시 구두로만 확인된 것을 서류화하고 "거기에 한반도비핵화, 핵문제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가 없다"며 "그러면 미국한테 우리가 할 말이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할 '특사' 파견과 관련해서는 이전처럼 비공개 특사를 보냈다가는 "난리난다"면서 6.15축전과 이어진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방북, 장관급 회담, 8.15행사 등 네차례 계기에 당국간 접촉이 예정돼 있으므로 '운영의 묘'를 살려 이를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DJ특사론'에 대해서는 "DJ를 특사라고 하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면서 "특사 문제는 정부지원단이 하면 된다. 그래서 차관급이 따라가는 것 아니냐. 장관급으로 격상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과도한 역할부여에 대해 "동교동이 부담스러워한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DJ방북'과 관련, 김 교수는 "중요한 것은 DJ의 진실된 노력을 통해서 나오는 김 위원장의 반응"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DJ에 대한 존경심이나 어른을 잘 모시는 평소 스타일로 봐서 다소 파격적인 이야기를 반드시 할 것으로 본다"면서 "그게 발판이 돼서 대미압박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일부에서 노 대통령의 몽골발언을 한.미간 상호역할분담론으로 의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그간 정책을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민족의 운명과 장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국면"이라며 "이 국면에서 대통령이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뭔가 해보겠다는 것인데 이걸 꼭 발목을 잡을 필요가 있는가"고 일축했다.
김근식 교수와의 인터뷰는 1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김 교수 연구실에서 대담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대담에는 본사 김치관 편집국장, 이광길 기자가 참여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미국, "핵문제에 대한 관심 꺼진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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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김근식 교수와 최근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의 방엔 최신 자료들이 즐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 통일뉴스 : 미국 갔다 온 것은 언제인가? 미국 정책당국자들 기류는 어땠나?
■ 김근식 교수 : 4.1-23일 까지다. 국무부 한국과, 합참 한국데스크, 백악관 빅터 차, 국토안보부 등 돌아볼 곳은 다 돌아봤는데 북핵이나 6자회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관심이 끊어진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미국 기류를 보면 한국하고는 FTA, 전략적 유연성에 관심있고 북에는 위폐 등에 관심있다. 핵문제에 대한 관심이 꺼진 것으로 보였다. 심각하다.
□ 일단 미국도 9.19 공동성명에 합의했는데 바로 관심이 꺼진 이유는?
■ 9.19 공동성명 자체에 대해서 미 행정부가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공동성명이 나온 것은 성과라고 생각하나 내용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었다. 자기들 뜻대로만 된 것이 아니고 중국, 러시아가 있으니까.
사실 자기들 주장과 상관없이 종반에는 역 5:1로 코너에 몰려서 합의한 것 아닌가. 그래서 힐(C. Hill, 미국측 수석대표) 같은 경우 서명하고 종결회의 발언에서 워싱턴에 두들겨 맞을 생각하고 북한에 대해 세게 얘기했다. '경수로는 맨 마지막이다'고. 합의문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또 종결발언에서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북한 들으라는 것이 아니라 워싱턴에 대고 말했다. 그래서 김계관도 '산 넘어 산이다(Hill beyond Hill)'이라고 했다.
미국이 이렇게 나오면 북은 북대로 가장 세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 힐이 '맨 나중에 준다'고 하니 북도 '먼저 줘야 한다'고 얘기하고. 결국 '사인했지만 이게 아무것도 아니구나'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9.19 내용에 대해 미국측에서 별로 의미있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수로를 둘러싼 갈등을 거치면서 서로 실천할 수 없고 서로 실천의지가 없구나 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 즈음에 BDA(방코델타아시아 은행)건이 나왔다. 미국 같은 경우야 시스템이 그렇지만 국무부에서 백날 해봐야 재무부에서 하겠다면 별 수 없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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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을 3주간 방문하고 돌아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 그 즈음 일련의 대북압박책이 나왔다. 이미 준비된 것인가?
■ 사전에 부처간 조율된 것은 아닌 것 같다. 11월 5차 6자회담 때 힐이 오기 전에 BDA건 이야기를 다 듣고 왔고 그걸 한국정부에다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무부와 재무부간 협의는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5차 6자회담 때 힐도 놀란 것은 별것 아닌 것으로 알고 왔는데 북이 워낙 '앗 뜨거'하고 나왔다. 이 부분이 미국도 이거 한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재무부에서 WMD(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 조사를 했던 것은 오래 전부터 했던 것이고 거기 일이 그거니까.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마카오 건이 나왔고 또 BDA는 규모도 작고 그러니까 그냥 한번 우리가 했던 일 중에 당연히 하는 것으로 '자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만 한 것인데, 잽을 한번 날린 것인데 저기서 (북이) 완전히 녹다운된 것이다. 김계관은 5차회담 나온 직후부터 끝까지 다른 얘기 하나도 안하고 그것만 얘기했다.
큰돈도 아니고 돈의 성격에 뭐 다른 게 있는건지 모르지만 어쨌든 북이 크게 반응했고 미국은 약발이 먹힌다고 생각해 이걸 확대시키고자 하는 유혹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PSI(대량살무기확산방지구상)도 나오고. 이것도 미국이란 나라가 국무부든 재무부든 자기들 하는 일은 계속 하는 것 아닌가.
□ 정교한 준비는 아니었다는 뜻인가?
■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고 약발이 받게 되고 그런 측면은 있지만 잘 준비된 것 같지는 않다. 약발이 받으니 그때부터 모여서 9.19 하지말고 이걸로 한번 압박해보자. 해 볼만하다. 그런 기류가 형성됐다. 마침 올해 3월인가 어느 대학에서 라이스가 변환외교를 언급하고, 그러면서 그때쯤에 개념이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핵문제가 제일 심각하니까 북한 체제변환에는 욕심은 있었지만 통할지 의구심이 있었고 의지도 없었다. 그런데 요게 된다고 생각하니 북에도 변환외교 해보자, 이렇게 된 거다.
그런 맥락에서 압박책이 뜨니까 개성공단까지 치고 나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북정책의 기조가 밀어부쳐서 압박하고 다 막고 하면 북한이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거다. 효과가 있다. 그래서 그동안 준비했던 몇 가지 채찍들을 죽죽 꺼내든 거다.
□ 그런 것들이 북에 먹힐 것인지? 옳고 그름을 떠나 실효성의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 북이 굉장히 아파한다는 효용성은 하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압박을 통해서 변환이 가능할까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쪽도 고민이 있을 것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언덕이 있고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으로 물자가 가고, 남북관계가 있다. 압박은 다 막아놔야 효과가 있는데 두 군데가 크게 뚫려 있는데 무슨 압박이 되겠나. 이런 상황에서는 북미 간에 적대관계만 커질 뿐 압박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미국도 알 것이다.
레프코위츠가 개성공단을 치고 나온 것도 자기들이 압박과 봉쇄를 하는데 어느 한 군데가 줄줄 새서 북으로 흘러들어 간다고 보고, 그게 개성이라고 본 것이다. 어쨌든 자기들도 압박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문제는 11월 중간선거다. 지금 공화당이 불리한데, 요인 중에 하나가 외교정책의 실패다. 외교정책의 실패는 비확산정책의 실패다. 이라크, 이란, 북한 이 세 '악의 축' 국가를 동시에 관통하는 외교정책이 바로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이었다. 비확산이 미국 대외정책의 기본이었는데 이걸 명분으로 세 나라의 지금 결과를 보면 이라크는 핵이 없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에 들어갔고 북한은 핵무기고를 더 늘려가고 있다, 비확산이라는 기존의 대외정책의 목표로는 세 나라에 대한 대외정책은 실패로 끝난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외교적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비확산 대신 '민주화'라는 명분으로 바꾼 것이다. '이라크 민주화시켰고 이란도 민주화시키고 북한도 민주화시키겠다, 폭정의 전초기지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된 나라로 바꿔 놓겠다', 그렇기 때문에 11월 선거까지는 성공하지는 못한다해도 계속 민주화나 체제전환론을 명분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
□ 25일경 힐이 방한한다. 변화의 기미로 볼 수 있나?
■ 글쎄... 미국 갔을 때도 그랬고 얼마 전 포럼 때도 전반적인 평가는 '힐은 꽁꽁 묶여 있다'는 거다. 오히려 켈리가 힐을 좀 자유롭게 해주라고 나서는 상황이니...(웃음) 힐의 상황이라는 게 두 손 두 발 다 묶여 있다. 힐 자신도 북한문제하면 넌더리를 치는 상황이다. 힐이 비공식으로 하는 얘기가 '자기가 북한에 손을 내밀면 북은 손을 물었다'는 표현을 썼다. 의욕도 없고 너무 당했고... 오는 것 자체로는. 어차피 6자회담이라는 게 남아 있으므로 모멘텀(추진력)을 이어간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오는 것 하나로 뭔가 바뀔 상황은 아니다.
몽골발언, "미국의 대북정책 틀렸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나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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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뀐만큼 우리 정부의 대미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김근식 교수.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 힐의 방한을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 DJ 방북과 연계짓는 분석도 있다. 한국정부의 움직임이 미국을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것인데.
■ 그런 측면도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면서 미국한테만 맡겨 놓을 수는 없고 사실 지금 청와대 분위기는 매우 비장하다. 그런 열띤 토론이 있다가 정리되지는 않은 상태로 대통령이 몽골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그것으로 분위기는 잡혔다. 어쨌든 올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북-미간의 대결국면을 쳐다볼 수는 없다 우리가 나서서 돌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서 한반도 정세를 호전시키자'는 맥락인 것이고 그래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틀렸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압박을 통한 체제전환으로 정리된다면 우리는 절대 거기에 동의할 수 없고 우리의 대북정책은 화해협력을 통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서 평화통일하는 것이다. 어프로치(접근)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고 미국식 접근법이 틀렸고 옳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 아닌가.
그 맥락에서 남북관계 진전시키고 정상회담 하고, NLL(북방한계선) 재설정하고... 대통령이 얘기한 제도적 물질적 지원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북이 계속 얘기하는 근본문제라는 것 중 '참관지 제한 해제', 이런 것은 할 수 없다. 대통령도 '근본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왜냐면 근본문제니까. 하지만 유무상통의 경협 같은 것은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몽골에서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지' 같은 것은 할 수 있겠다는 뉘앙스로 얘기했지 않는가. 대통령의 생각으로는 북이 요구했던 것 중에서 그런 정도는 화끈하게 줄 수 있다, 뭐 이런 것 아니냐. 또 NLL 이런 것도 예전부터 준비했던 것이지만 북이 계속 요구하는데, 실제로 NLL이 경계선도 아니고 재설정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이런 맥락에서 제도적 지원이라는 형태로 양보할 적극적 의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 스탠스(입장)가 있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치고 들어갈 것이고 아마 북도 그런 분위기를 대충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좋다, 남북이 한번 모여서 우리민족끼리 정세를 한번 돌파해보자' 이런 것이고 북이 호응해야 남북관계 진전이 되어야 이걸 가지고 미국에 가서 큰소리를 칠 수 있다. '봐라 니들(북-미)끼리는 백날 싸우지만 우리(남-북)가 하면 되지 않느냐'. 그래야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
□ NLL 재설정과 합동군사훈련 중지가 제도적 지원의 내용인가?
■ 그런 것 아니겠는가. 사실 이런 것들도 다 미국과 관련돼 있다. 다른 얘기지만 작전통제권 문제가 있는데 미국 가서 만난 합참데스크는 공식 차원의 얘기만 하더라. '작전지휘권 넘겨주는 것은 당연하다. 능력을 갖추는데 따라서 넘길 것이다'. 뭐 그런 식이다. 그런데 말은 안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았다. 특히 주일미군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환영받는 곳이 좋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얘기하더라.
거기서 헨리 하이드 연방 하원 국제관계위 위원장 보좌관인 데니스 할핀을 만나 한참 언쟁했다. '성조기 넥타이' 하고 나타난 것도 그런데 한국 대학생들이 미 전차 위에 올라가 시위하는 사진을 들이대면서 '모이를 주려는 손은 쪼지 마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고 하는데, 확 돌더라. '좋은데, 한미동맹이 모이를 주고 모이를 받는 관계는 아니다. 또 작년 서울 도심에서 정부를 반대하는 뉴라이트 얘들이 모여 반정부 집회를 하는데 미 대사가 가서 연설하고 인권특사가 가서 연설하고. 공식 당국자 아니냐. 너희들도 생각해 봐라. 워싱턴 기념관 앞에 이라크 파병 반대하는 반전데모 하는데 한국대사가 가서 연설할까. 어떻게 생각하냐. 그 정도는 안 된다. 너희도 예의를 갖춰야 하지 않느냐. 한국 속담에 남의 집에 와서 잔치판 어지르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고 쏘아 줬더니 씩씩거리며 가더라.(웃음)
□ 현재 변화하고 있는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위상은 어떻게 보는 것 같던가?
■ 일본과 관련해 우선 미국내 우파도 일본 극우세력의 부상을 경계하는 측면이 있다. 하이드 위원장이나 부시 아버지도 태평양전쟁 참전용사다.
또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미국의 경우 주한미군 사령관은 별 네 개 짜리가 가야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다. 주한미군 사령관의 경우, 주둔 병력도 많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고 유엔사령관을 겸직하고 있으며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일본은 그렇지 않다. 한국군 60만을 통제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별 네 개 짜리가 올 수밖에 없다. 환영받고 못 받고에 대한 섭섭함은 있겠지만 별 네 개 짜리가 와야하는 이유가 있는 곳이다.
"정상회담 준비 시작하면서 '미국 때리기'를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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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미국 때리기'라는 개념을 제안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 정상회담으로 돌아가자. 이종석 장관이 최근 연내 개최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 정부는 그런 입장이다.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문제는 북이 받아야 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니까. 북이 안 받으면 수가 없다. 통일부 가보니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할 생각이 있다. 해보자는 분위기다. 그런데 북이 받아야 한다. 북이 받고 그러면서 한반도정세가 움직이면 그것을 바탕으로 대미 압박을 해야 한다. 대미 압박이 필요하다.
지금 미국은 대북 압박으로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졌는데 그것이 틀렸다는 걸 드디어 선언했으니까. 미국식 접근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 아니냐. 이걸 통해서 바람직한 결론을 통해서 6자회담 하겠다는 것인데 북한만 움직였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그걸로 끝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김정일 위원장 만나면 비핵화원칙이나 핵포기 의사, 6자회담 복귀라든지 또 한번의 원칙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DJ 정도만 가도 얘기할텐데, 분명히 할거라고 본다.
그런데 그 정도 양보를 가져왔는데 미국이 여전히 '핵이고 뭐고 관심없다' 이렇게 나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오히려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상회담 준비를 시작하면서 '미국 때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아주 복잡한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정상회담 준비하면서 남북간에 분위기를 만들어서 성과가 나오도록 준비하면서 동시에 지금부터 미국에 대한 압박을 시작해야 한다. '미국 때리기'가 필요하다.
□ 이종석 장관이 개성공단을 간 것도 일종의 '미국 때리기'인가?
■ 맞다. 사실 미국 때리기에 들어간 거다. 이종석 장관도 그렇고 대통령도 몽골 가서 이야기하고. 한-미간에 북핵문제 가지고 공조가 잘 될 때야 좋게좋게 말을 하면 되겠지만 지금 같은 압박 국면에서는 안 된다. 미국을 우리편으로 데려와 우리말을 듣게 하려면 으름장을 놓던지 떼쓰기를 해야 한다. 이게 동맹관계에서는 통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서로 적대하는 관계에서는 떼쓰기하면 사이가 더 나빠지지만 동맹관계에서는 떼쓰면 들어줘야만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압박 좀 해보려는데 한국이 저렇게 나오면 자기들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떼쓰기 외에도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 민주화도 우리가 같이 해야 된다는 정교한 논리도 갖춰야 한다. 미국은 지금 '민주평화론', 민주주의가 돼야 평화가 온다는 것을 주장하는데 우리가 이것을 '평화민주론'으로 바꿔야 한다. 북-미간에 평화가 오면 그 때야 북한에 민주주의가 온다는 것이 우리의 대북정책 스탠스다.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너희들이 목표로 하는 북한의 민주화를 가져오는 것이고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고 폭정의 종식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한국이 떼쓰고 때리고 압박하면 미국도 별 수 없다. 우리는 미국도 압박하고 북한도 얼러서 부시와 김정일을 같은 테이블에 앉혀 놓아야 한다. 그래야 해결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충분히 양보 의사가 있다고 본다. 내용은 북한이 양보하고 형식은 미국이 양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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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DJ방북이 정상회담의 길목이라고 보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몽골발언을 미국과 한국의 역할분담론으로 해석, 의구심을 갖고 있다.
■ 대통령의 그간 정책을 보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민족의 운명과 장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국면이다. 이 국면에서 대통령이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뭔가 해보겠다는 것인데 이걸 꼭 발목을 잡을 필요가 있는가. 잘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잘 하도록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 이것 너무 음모론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 정상회담과 DJ 방북은 맞물려 있는 것 같다.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오히려 가장 기대수준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동교동에서는 너무 부담스러워한다. DJ자신은 생명이 다하기 전에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만나보겠다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것이다. DJ의 성실성과 진지성을 보아서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보겠다는 것보다 상황이 어려우니까 가서 한번 얘기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다 대고 몽골에서 대통령이 딱 말해버리니 동교동 분위기가 별로 안 좋다.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고 들었다.
사실 정상회담과 맥이 닿을 수밖에 없다. DJ방북, 6.15, 19차 장관급 회담, 8.15 등에서 양측 고위급 만남이 있으면 네 번의 만남에서 정치적 협상과 정치적 회담을 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 충분히 그 계기에 비공식으로 정상회담 논의가 가능하다. 예전처럼 비공식 특사를 보내면 우리나라 난리난다. 6.15때 김기남 비서가 오면 청와대로 불러서 보통 얘기한 뒤 따로 (정상회담) 얘기하면 된다. 또 DJ방북하면 수행원들이 따라가니까 거기서 (정상회담) 얘기하면 된다. 따로 비공식 특사를 보낼 것이 아니라 운영의 묘를 살리면 되는 것 아니냐.
DJ 가면 정상회담 의사 타진 등은 할 수밖에 없고, 핵문제가 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DJ에 대한 존경심이나 어른을 잘 모시는 평소 스타일로 봐서 다소 파격적인 이야기를 반드시 할 것으로 본다. 그게 발판이 돼서 대미 압박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미국이 북한 압박해서 민주화하겠다는 것인데 김정일 위원장이 DJ에게 북한의 개혁의지, 7.1조치 수준의 서방세계를 겨냥한 긍정적 발언을 해주면 다소 약발이 먹힐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본다.
□ 그제 <조선신보>를 보니 DJ방북 실무접촉과 관련해서 '형식이 뭐가 중요하나, 가는 방법이 뭐가 중요하나'라고 나오더라.
■ 형식이란 게 특사 얘긴데, DJ가 노 대통령의 특사로 가는 게 우리 정서로 맞겠나. DJ는 인간적 이유 때문에 가는 것이고 꽉 막힌 관계를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특사냐 아니냐는 <조선신보> 이야기가 김 전 대통령 생각하고 같을 것이다. '형식이 뭐가 중요하냐', DJ가 김 위원장을 만나면 모든 얘기를 다 할 것이다. 정상회담이나 핵이나 다 할텐데 거기서 중요한 것은 DJ의 진실된 노력을 통해서 나오는 김 위원장의 반응이다. DJ가 말하면 김 위원장이 무언가 얘기할 것 아니냐, 그것이 중요하다.
특사 문제는 정부지원단이 하면 된다. 그래서 차관급이 따라가는 것 아니냐. 장관급으로 격상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DJ는 DJ대로 얘기하고 장관급이 뒤에서 특사 역할하면 되는 것 아니냐. DJ를 특사라고 하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방법에서는 DJ 열차방북은 힘들 것 같다. 철도통행은 북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 개성 지나서 철도가 지나가면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는데 군사상 보안 문제도 있고 사실 철도가 한번 뚫리면 다음에도 계속 비슷한 요구에 직면할텐데 안 해주기도 그렇고 북 군부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이벤트로 그에 앞서 시험운행하는 거다. 아예 남북이 길이 완전히 뚫려버린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또 그것을 그렇게 북이 쉽게 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이건 그대로 얻어낼 것이 많은데 DJ 한번 간다고 그렇게 쉽게 줄 카드는 아닌 것 같다. 정상회담 하면서 써 먹을 수도 있고 그래서 아마 뒤로 남겨둘 거다. 탄다고 해도 김 위원장이 내려올 때 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제2의 중대제안 필요", 정상회담서 '한반도 평화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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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을 위한 '제 2의 중대제안'이 필요하고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선언'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김근식 교수.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 정상회담을 준비하려면 어디다 포인트를 맞춰야 하나? 뭔가 큰 게 있어야 하지 않나.
■ 제 2의 중대제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적 반대나 여론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민족의 장래가 걸린 문제니까. 정상회담 하려면 정책적 요소를 생각하지 말고 신뢰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신뢰를 계속 까먹었다. 남측 지도자가 북측 최고 지도자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민족의 장래를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의 신뢰를 확인할 중대제안이 필요한데 생각해봐야 한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제도적, 물질적 지원도 있고, 어쨌든 북이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 정상이 만나서 내놓을 작품은?
■ 흔히 생각할만한 것은 '한반도 평화선언'이다. 내용은 불가침, 상호 무력불사용 등은 이미 6.15공동선언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다른 점이라면 구두로 얘기된 것을 서류로 하자는 것이다. 거기에 한반도비핵화, 핵문제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면 미국한테 우리가 할 말이 있게 된다. 다만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 한.미 관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한미FTA와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진보진영에서 반대할만한 것을 대통령이 다 받아줬다.
■ 한반도 문제, 북한문제 등에 나서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바꿔놓으려면 그런 문제 좀 양보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세계차원이나 지역적 차원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 등을 존중하되, 동맹은 공고히 하되, 한반도 문제, 북한문제만큼은 우리는 같이 살아야 하니까 '미국, 니들이 우리말을 들어라'하고 설득하면 먹혀들지 않을까. 한.미 FTA도 주고 전략적 유연성을 주면서 미국한테 점수를 땄으니 가능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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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중에도 그를 찾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 그런 종합적 고려 하에서 한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 그건 안 되는 것 같다. 청와대 분위기도 워낙 결정적 상황이라 FTA, 전략적 유연성 주고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받아내자 이렇게 움직였다면 좋은 데 사안사안별, 부처별로 움직이는 것 같다. 남북관계 주도하는 것은 통일부와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다.
한미FTA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전략적 유연성은 '이 문제는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뒤로 미룬 것이다. 송민순 실장의 표현인데 그런 정도는 평가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 최근 미국에 많은 걸 내주면서 동북아균형자론은 끝났다는 평가가 있다.
■ 동북아균형자론은 나왔다가 바로 거둬들였다. 일정한 자주성의 확보, 거리라는 것을 생각은 했을텐데 그런 것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것 같다. 동북아균형자론은 장기적으로 봐야하고 한국 외교가 가야할 철학이나 목표일 수 있고 긍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 담론은 담론이고 터져 나오는 사안과 관련해서는 그럴 여유가 없을 것이다.
□ 최근 북한의 상황은 어떠한가?
■ 전면적인 미국의 대북 압박으로 김 위원장 나름의 로드맵이 꽉 막혀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고난의 행군 한번 한 상태에서 인민들한테 제 2의 고난의 행군을 하자고 할 수 있겠나. 김 위원장은 과감한 전략적 결단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자주적 경제건설도 가능하다. 여건이 안 돼서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 미국의 압박이 강화될 때 북이 강경 카드로 맞설 수도 있지 않나?
■ 그럴 수 있다. 제일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상황이 그것이다. 미국이 계속 북한에 대한 압박에 나설텐데 북한이 상황을 잘못 판단해서 '미국놈 저렇게 세게 들어오는데 우리가 이걸 뒤집으려면 우리가 더 세게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 판단을 해서 진짜 최악의 강경수를 썼을 때 한반도가 최악의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다. 핵실험이라든지 핵무기를 보여준다든지 핵무기를 해외로 이전한다든지 그러면 미국도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때려야 한다. 그럼 최악의 상황으로 간다.
□ 북-중 간의 밀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 북-중 관계는 미국이 대북 압박을 시작하니까 중국으로서는 제일 중요한 전략적 고리가 미국인데 이걸 중국식으로 끌어가려면 중국은 북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
□ 북한인권문제, 납북자 문제가 나오는데.
■ 메구미 나오고 김영남 나와서 정부로서도 종결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저번 장관급 회담 때 이종석 장관도 얘기했고 북도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그런데 판도라의 상자다. 인권문제나 납치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삼지 말고 남북이 합의할 수 있는 통제가능한 수준에서 '분단시기 인도적 문제에 관한 남북 화해위원회' 이런 식으로 국군포로, 납북자, 납남자 다 묶어서 인도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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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근식 교수 사진을 보면서 어디에서 본 얼굴이다 했는데 대구청춘님을 많이 닮았네요..^^ 저는 북한과 관련된 김근식 교수의 글을 볼때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잘 파악하며 합리적인 사고로 남북문제와 통일에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나이도 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