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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5월 22일 토요일, 천안함 조사 발표 관련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522토] 실효성 있는 북한 제재가 도발 막는 길이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된 후 국민의 관심은 어떻게 북한의 도발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하느냐에 쏠려있다. 긴장 고조와 위기의 악순환을 부를 군사적 보복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압력을 동원해 북한의 책임 인정과 사죄, 관련자 처벌 등을 이끌어 내는 것이 국가적 과제이다.
어제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확인했듯, 국제사회의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이끌어내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외교적 역량에 달렸다. 적절한 시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결의나 의장 성명 등을 채택하는 것도 그렇지만, 각국이 실제로 적극적 행동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외교 당국이 천안함 사건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 형식 절차를 서둘기보다, 북한과 특수관계인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와 협조를 얻는 데 힘쓰기로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안보리 거부권을 지닌 데다, 북한과의'혈맹'관계와 지정학적 이해 등에 얽매여 대북 제재와 압박의 실효성을 떨어뜨려왔다. 그런 만큼 외교적 설득 노력을 기울여야 할 최우선 대상국이다. 물론 쉽지 않는 과제이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중국이 동참한 데서 보듯,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확고한 명분과 미국을 비롯한 외교 강대국의 영향력을 동원한다면 중국도 마냥 북한을 편들 수만은 없다. 따라서 직접 중국을 설득하는 노력과 함께 다각적인 우회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이 중립적 자세만 취해도, 대북 제재와 압박을 위한 그물이 촘촘해질 수 있다.
이런 목표에 이르려면,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국민도 전략적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무력 전쟁과 마찬가지로 외교 전쟁에 국민 누구도 열외일 수 없다. 지나친 기대와 요구를 자제해야 하지만, 냉소적 태도로 정부의 노력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정치권의 성찰이 절실하다. 북한에 치우친 중국의 전략적 고려가 우리 쪽으로 기울도록 끈기 있게 힘써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522토] 아직 아물지 않은 ‘쌍용차 사태’의 상처
충격과 논란을 불렀던 쌍용차 파업 사태가 어제로 1년을 맞았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해 5월21일 회사의 정리해고 방침에 맞서 파업에 돌입했고 파업은 두달 이상 계속됐다. 극한대결 속에 경기 평택의 쌍용차 공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8월 초에 노사가 극적인 타협을 하면서 파업은 끝났으나 그때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쌍용차 노조가 당시 정리해고·징계해고자 144명 가운데 106명의 생활실태를 조사한 걸 보면, 해고자들은 여전히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0% 이상이 생계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일하는 사람들도 정규직은 고작 5% 남짓이다. 절반이나 되는 이가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잇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생계의 어려움만 이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다. 해고자의 절반 정도가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는 이는 몇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해고로 삶 전체가 무너져내린 것이다.
상처는 이뿐 아니다. 파업 때문에 구속된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 8명은 아직도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 같은 문제도 아직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 쌍용차 사태는 이렇게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기억할 것은 경찰의 폭력적인 파업 진압 행태다. 파업 기간 내내 경찰 폭력에 대한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8월5일 새벽에 벌어졌던 경찰의 토끼몰이식 농성노동자 해산작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현장조사를 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자칫 용산참사와 같은 회복하기 어려운 대형 참사가 예상된다”며 강제진압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서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일터를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사회불안을 부르는 공안사건쯤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걸어 처벌하는 일도 계속 되풀이된다. 게다가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말 업무방해죄 적용을 합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고를 줄이려는 노력이나 실직자에게 새 삶의 기반을 마련해줄 사회안전망 확충이 이뤄진 것도 아니다. 언제든 제2, 제3의 쌍용차 사태가 터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쌍용차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노동정책을 진지하게 강구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522토] 도리어 '무자비한 징벌' 엄포 놓는 북한
북한의 대남(對南)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1일 국제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어디서 주워온 것인지 알 수도 없는 파편과 (알루미)늄 조각 같은 것을 증거물로 내놓은 특대형 모략극"이라면서 "현 사태를 전쟁 국면으로 간주하고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이며, 괴뢰 패당이 대응과 보복으로 나오는 경우 북남관계 전면 폐쇄, 북남 불가침 합의 전면 파기, 북남 협력사업 전면 철폐 등 무자비한 징벌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일에는 북한 국방위원회가 천안함 조사결과를 '날조극'이라면서 "국방위 검열단(檢閱團)을 남조선 현지에 파견하겠다"고 다짜고짜 일방 통보했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범인이 되레 피해자에게 복수극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범인이 증거를 감별할뿐더러 범행 여부까지 자기가 판단하겠다는 것과 똑같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공개한 북한 어뢰의 추진 모터와 프로펠러 등은 '어디서 주워온 것인지 알 수도 없는 것'이 아니라 쌍끌이 어선이 천안함 폭침(爆沈) 현장 해저를 훑은 끝에 건져 올린 확실한 물증이다. 천안함은 바로 그 북한 어뢰에 맞아 침몰됐다는 사실이 각종 과학적 실험을 통해 증명됐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았는데도 북한은 '날조극'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책임을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려고 떼를 쓰고 있다.
상급 부대가 하급 부대를 상대로 조사할 때 쓰는 검열단이라는 표현부터가 해괴하기 그지없다. 북한의 검열단 발상은 범인이 자기 지휘 아래 현장 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궤변이다.
북한은 이미 금강산에서 우리 정부와 민간 기업의 자산을 제멋대로 압수해버렸다. 개성공단 내 1000여 대한민국 국민의 신변 안전과 한국 기업의 자산까지 노리고 있는지 모른다. 북한이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덥석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발표 후의 북한 동향을 보면 그들이 앞으로 어떤 어처구니없는 짓을 또 저지를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신문 사설-20100522토] 지방선거 열흘 앞두고 맞는 서거 1주기
내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되는 날이다. 봉하마을서 날아든 투신자살 소식에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 지 1년이 흘렀다. 전직 대통령의 1주기라면 응당 나라와 국민들의 관심이 모이고 합당한 추도행사가 마련되어야 할 터이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로 인한 극도의 남북대치,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의 격랑에 1주기란 사실조차 묻혀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전직 대통령의 존재가 정략과 싸움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대통령의 1주기에 추도와 반성은 없고 분란과 세몰이만 난무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스스로가 ‘바보 노무현’이라 불렀듯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직하리만큼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대통령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지역주의 타파며 탈 권위, 남북의 화해에 승부사 기질로 일관했던 그의 소신과 치적 평가는 후대가 감당할 몫이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진다는 지방선거에 앞서 전직 대통령의 존재를 새삼 들춰내고, 한편에서는 그에 맞서 깎아내리기 일쑤인 정략의 대치가 한심하고 부끄럽다. 천안함 침몰 참사와 지방선거 모두 분란보다는 힘을 모아야 하는 중대한 사안들이다. 순간의 득실을 따져 ‘북풍’ ‘노풍’을 들먹이며 몰아세우는 세몰이가 가당하단 말인가.
지금이야말로 분열과 투쟁 대신 통합과 타협을 생각할 때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계화와 지방화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치르는 선거이다. 가뜩이나 16개 시·도 중 9개 지역에서 전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야권 시도지사에 출마, 현 정권과 노무현 정부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빠지고 정략 바람이 불어대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북풍’이나 ‘노풍’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의 1주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그에 맞서 역풍을 불어대는 퇴영적 움직임은 부메랑의 결과를 면치 못할 것이다. ‘바보 노무현’의 유지를 지금이라도 겸허하게 새기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522토] 지정학적 리스크 부상, 금융불안 차단에 만전을
금융 외환시장 동향이 예사롭지 않다. 남유럽 재정위기 파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계속 출렁거리고 있는데다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와 이에 따른 북한 측의 강경대응 움직임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다시 부각되고 있는 까닭이다. 코스피지수는 이번 주에만 5.6% 떨어지며 1600선 붕괴 직전이고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나흘간 63원 넘게 폭등, 달러당 1200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고용과 소비 등 실물지표 호전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경기회복세가 다시 꺾이지나 않을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대목은 가뜩이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이 계속 고조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은 삼각파도를 만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천안함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목요일 오전까지도 금융시장은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으나 북한의 강경대응 방침이 알려진 뒤 오후 들어 주가가 급락, 코스피지수는 29.90포인트 빠졌고 원 · 달러 환율은 29원이나 급등했다. 게다가 어제 우리시장은 열리지 않았지만 미국 및 유럽 증시 급락의 여파로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또 다시 큰폭으로 하락, 다음주 시장전망도 결코 밝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북한 리스크가 부각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것도 천안함 사태 발생 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충격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무디스는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후 신용등급 유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는 종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에 상당기간 매우 높은 긴장 상태가 유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마침 정부가 어제 경제금융부문 합동대책반을 구성,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신용평가사와 외신을 상대로 적극 홍보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바람직하다.
다만 정부가 과거 경제위기 때마다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던 일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에는 결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를 신속히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또 그렇게 하는 것만이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銘心)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522토] 전면 재검토 필요한 남북관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되면서 대북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거나 트집을 부리면 잠시 부산을 떨다가 흐지부지되고 다른 한편으로 '퍼주기식 경협'을 유지하는 이중적 구조로 유지돼왔다. 그러나 이번 천안함 사태는 기존 도발과는 성격이 다르고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정부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 등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날조라고 억지를 부리는데다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할 중국마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고립은 심화되겠지만 중국이 국제공조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나 대책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은 화폐개혁 실패와 식량위기, 김정운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국민의 관심을 밖으로 돌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남도발보다 더 좋은 카드는 없다.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궁지에 몰려 있기 때문에 '쥐도 급하면 고양이를 문다'는 식으로 도발을 더 빈번히 감행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핵무기까지 보유해 이를 믿고 국지전 등을 야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의 어정쩡한 비정상적인 남북관계로는 새롭게 전개될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국제적인 공조에 앞서 먼저 남북관계의 당사자인 우리의 안보태세는 물론 남북관계의 틀과 기조를 다시 짜는 일이 우선이다.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안보태세를 정비해야 한다. 안보태세에 허점을 드러내 당하고 나서 세계에 도움을 호소하는 것은 틈만 나면 강조하는 자주국방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평화공존의 상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분명한 주적도 아닌 개념의 혼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기초로 개성공단을 비롯한 경협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당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원을 계속하는 이율배반적 남북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천안함 사태가 주는 최우선 과제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방형남(논설위원)-20100522토] ‘천안함 4강 외교’ 독일서 배워라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 콜 서독 총리는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정상과 빠짐없이 전화통화를 했다. 콜은 외교안보보좌관에게 “긴박한 상황에서는 (독일을 분할 점령했던) 4개국 정상들과 확실하게 협의해야 한다”며 통화 추진을 지시했다. 콜은 10일에는 대처 영국 총리와 부시 미국 대통령, 다음 날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동독 문제를 논의했다. 콜은 회담 전화통화 전문교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4강 지도자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냈고 마침내 1년 뒤 통독의 대업을 달성했다. 4강은 독일 통일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올해는 독일에게 통일 20주년이지만 우리에겐 6·25전쟁 발발 60주년이다. 우리는 통일은 고사하고 전쟁도 끝내지 못해 여전히 정전(停戰) 상태에 있다. 북한은 60년 전 남침을 기념하듯 천안함을 공격했다.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된 20일 한반도 주변 4강의 움직임을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4강의 대응과 비교하면 부러움을 넘어 답답한 생각이 든다. 미국은 북한의 침략행위를 규탄하는 백악관 성명을 냈다. 일본 총리는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을 비난했다. 앞서 오바마 미 대통령은 18일, 하토야마 일 총리는 1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천안함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나머지 4강인 중국과 러시아는 냉담했다.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에서 외교부 대변인에 이르기까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합창했지만 정작 우리 합동조사단의 객관적 과학적 조사결과가 나오자 외면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각국은 냉정하고 절제된 태도로 유관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라”는 엉뚱한 논평을 내놓았다.
독일이 활용했던 4강과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4강은 이렇게 다르다. 천안함을 넘어 남북통일이 현안으로 닥칠 때 중-러가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될지 걱정스럽다. 고르바초프가 동맹국 동독을 포기하고 서독을 지지한 것처럼 중국 지도자가 우리 편에 서리라고 누가 기대할 수 있는가. 엇박자로 일관하는 중국을 설득하지 못하는 우리의 능력 부족도 문제다. 왜 한국의 대통령 외교장관 외교안보수석은 서독처럼 4강의 카운터파트와 활발하게 접촉하지 못하는가. 천안함 외교에 실패한다면 통일 외교 성공은 꿈도 꾸지 못할 목표다.
중국은 ‘책임 있는 강대국(responsible great power)’과 ‘책임 있는 동맹국(responsible alliance)’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나라다. 국제사회에서는 강대국으로 군림하면서 혈맹인 북한의 도발은 한사코 감싸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하고 있다. 우리가 파고들어야 할 틈새가 바로 그곳이다.
중국은 18일 미국이 유엔에 제출한 이란 제재 결의안에 동참했다. 전날 이란이 농축 우라늄 1200kg을 터키로 반출하기로 합의해 핵확산 우려가 상당히 해소됐는데도 제재에 찬성했다. 신화통신은 중국이 ‘대국으로서의 책임’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국의 책임을 촉구할 근거가 생긴 것이다.
29일 한중일 정상회담은 정부의 외교력을 발휘할 무대다. 중국은 한국이 결정적 물증을 찾아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강조했다. 자신이 놓은 덫에 스스로 걸려든 꼴이 됐다. 우리가 쌍끌이 어선으로 끌어올린 북한제 어뢰의 잔해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증거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는데 중국은 홀로 방패막이가 될 것인지 태도를 분명히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20년 전 독일처럼 치열하게 4강 외교를 해야만 점점 힘이 세지는 ‘이웃 대국’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송원섭(JES 선임기자)-20100522토] 하녀
1960년 11월 2일,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는 서울 명보극장에서 개봉하자마자 화제의 초점이 됐다. 하녀가 주인집 남자와의 불륜으로 중산층 가정을 파멸시키는 내용의 이 영화는 강렬한 악녀 캐릭터와 독특하고도 음울한 분위기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경북 김천에서 한 하녀가 치정 문제로 유아를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 배경이 됐다는 점도 관심을 부추겼다.
그해 ‘하녀’는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 빠빠’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61년 한국최우수영화상에서도 감독상과 신인상(이은심)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후 김기영은 ‘하녀’의 연장선상에 있는 ‘화녀’(1971), ‘충녀’(1972) 등으로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발전시켰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김기영은 서서히 잊혀졌다. 그에게 다시 조명이 비친 것은 97년 제2회 부산영화제 때의 일이다. 98년 그가 사망하자 베를린영화제는 이례적인 회고전을 마련했고, 2003년 세계적 권위의 프랑스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장 미셸 프로동은 ‘하녀’에 대해 “제작 40년 뒤에야 이런 영화를 접했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며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여러 영화제에서 김기영의 작품들이 집중 소개됐고, 그제야 2008년 한국영상자료원은 세계영화재단(WCF)의 지원으로 남아 있는 ‘하녀’의 필름을 DVD로 복원했다. 덕분에 이제 ‘하녀’는 다른 한국 영화의 클래식들에 비해 쉽게 구해 볼 수 있는 영화가 됐다.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한 전도연 주연의 ‘하녀’가 이번 칸영화제에서 호평받고 있다. 새 ‘하녀’는 23일 폐막하는 이번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시’와 함께 한국 영화끼리 수상을 다툴 전망이다. 50세를 맞은 ‘하녀’의 화려한 재기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50년 뒤에까지 영감을 잃지 않고 있는 ‘하녀’가 근 20년간 소수의 전문가 집단을 제외하고는 잊혀진 영화여야 했다는 것, 해외의 호평이 이어진 뒤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복원과 재조명이 이뤄졌다는 현실은 여전히 씁쓸한 일이다. 세간의 관심은 한국 영화가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할 때에나 올림픽 금메달처럼 환호할 뿐, 이런 영광의 초석이 됐던 어제의 고전들을 스스로 재평가하고 보존하는 데까진 미치지 못한다. 얼마나 더 많은 ‘하녀’가 먼지 속에서 잠자고 있을까.
[경향신문 칼럼-여적/박래용(논설위원)-20100522토] 박석(薄石)
박석(薄石)은 구들장처럼 넓고 얇은 돌이다. 단단한 화강암이 99%이고 대부분 옅은 회색이나 담홍색을 띠고 있다. 크기가 일정치 않으며 표면도 울퉁불퉁하다. 옛 궁궐 조정에 박석이 많이 깔린 이유는 왕과 신하에게 반사되는 햇빛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요, 가죽신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춘원 이광수는 소설 ‘단종애사’에서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호한 신숙주의 곡학아세 하는 모습을 표현하며 “숙주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엎디인 박석을 적시었다”고 썼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과 불광동 사이 구파발로 넘어가는 통일로 한 편에는 얇은 돌이 깔린 박석고개가 있다. 누가 왜 깔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풍수지리상 지맥 보호를 위해 깔아놓았다는 설도 있고 주변에 궁궐에 들어가 일하는 사람들이 땅이 진 이곳을 흙을 묻히지 않고 지나기 위해 깔았다는 얘기도 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석 묘역’이 23일 서거 1주기에 맞춰 공개된다. 3206㎡ 규모의 묘역 바닥에는 추모 글을 새긴 가로·세로 20㎝ 크기의 박석 1만5000여개와 아무 글도 쓰지 않은 자연 박석 2만3000여개가 깔려 있다.
‘보고싶어 어찌하나요. 미안합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대통령’ ‘이제 누가 있어 함께 갈까요’ ‘다 버린 당신께 내 마음을 드립니다’ ‘당신의 국민이어서 행복했습니다’…. 박석 하나하나에는 국민들의 절절한 추모의 글이 새겨져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투신 소식을 듣고 첫 일성을 토했다는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다’란 말도 적혀 있다. 서거 1주기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다. 서점가에는 ‘노무현 현상’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다. 노무현을 키워드로 출간된 도서만 128종이라고 한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차원의 반성과 후임 정부에서 연일 되풀이되는 남북간 평화시스템의 붕괴, 원칙과 상식의 훼손,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 권력기관의 횡포 등 급격한 민주주의 퇴행상을 보고 겪으면서 새삼 그의 가치를 절감한 때문이란 분석이다.
노무현은 갔지만 ‘노무현 정신’은 살아 남아 있는 것이다. 박석은 얇지만 그 돌에 새긴 시민들의 슬픔과 분노, 희망의 다짐은 훨씬 깊고 두꺼운 것 같다.
[매일경제신문 칼럼-세상사는 이야기/김별아(소설가)-20100522토] 기억한다는 것, 잊는다는 것
백일하에 내 가공할 만한 건망증에 대해 고백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공과금 납부기한을 넘겨 연체료를 물고,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려놓았다가 밑창을 새카맣게 태워버리고, 장바구니까지 챙겨들고 나섰다가 뭘 사겠다는 작정이었는지를 까먹고 털레털레 되돌아오는 일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해프닝이다.
의학용어로 `단기 기억장애`라고 불리는 건망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되기보다는 시나브로 악화된다. 어쩌면 `알코올성 치매`의 전조인가 보다고 농담조로 말하지만, 방금 전에 일어난 일조차 감쪽같이 잊어버리는 내가 때로 무섭다. 어쩌면 그러하기에 끊임없이 순간을 기록하고, 소설 쓰는 법까지 잊을까봐 일 중독자의 꼴로 원고에 매달리고, 어제도 내일도 모르는 채 오로지 오늘만을 살겠노라고 선언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처럼 기억이 부리는 요사가 또 하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바대로,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20대에는 시속 20㎞, 50대에는 시속 50㎞, 70대에는 시속 70㎞로 세월이 지나간다는 속설이 있거니와, 간단한 셈으로도 열 살짜리 아이에게 1년이 인생의 10분의 1이라면 마흔 살의 어른에게 1년은 40분의 1에 해당한다.
그토록 시간이 길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시절이 언제였던가 싶다. 돌아서니 봄이 가고 여름에 접어든다. 가을인가 하면 금세 겨울이라, 한 해가 또 그렇게 훌쩍 지나버릴 것이다. 누가 우리의 등을 이리도 세차게 떠밀고 있는 것일까?
이처럼 24시간으로 정해진 하루와 365일로 약속된 한 해의 길이는 변함없음에도 불구하고 더 빨리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야릇한 시간감각에 대해,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기억`으로 그 조화를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기억이 시간감각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시간의 길이와 속도는 바로 기억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흑백 필름처럼 단조로운 기억을 가진 사람에게는 회상도 지극히 단순할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매일이 쳇바퀴를 돌리듯 평범하다면 역설적으로 한 달과 한 해는 무섭도록 빨리 지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인생을 길고 알뜰하게 쓰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여행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여행지에서는 모든 것이 완전히 새롭다. 낯설기에 불안하고 두렵기는 하지만 기억은 시시각각 빼곡하게 들어찬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여행이 쉽지 않다면 가장 간단하고 값싸게 기억을 사는 방법이 바로 독서다. 한 권의 책은 구태의연한 생각과 무뎌진 감각을 뒤흔들고 읽는 이를 순식간에 낯선 시간 속으로 데려간다.
그렇게 우리는 기억한다는 것과 잊는다는 것 사이에서 흔들린다. 때로는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빠지고, 잊어야 할 것을 잊지 못해 몸살을 앓기도 한다. 상처는 잊어야 하겠지만 아프더라도 기억해야만 하는 것 역시 존재한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기억의 요사를 중얼거리는 이유는 문득 작년 이맘때가 떠올라서다. 벌써 일 년이다. 시간도 참 빠르다. 그때 영결식에 부쳐 썼던 칼럼의 첫 문장이 `사랑을 잃고, 그래도 나는 산다`였는데, 그 말대로 살아졌다. 때로는 분노와 슬픔까지도 까맣게 잊고.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비보를 처음 들었던 순간의 기억만은 생생하다. 그때 나는 금강으로 철새를 보러 가는 아들에게 새벽밥을 지어주고 일찍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 앞에 믿을 수 없어 울지도 못했던 그 낯선 아침. 중증의 건망증 환자인 내게조차 선명하게 각인된 기억을 거짓말처럼 한 해가 지나 돌이킨다.
과연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야 하나? 그가 남긴 삶과 죽음의 수수께끼가 오늘 따라 더욱 무겁고, 무섭다.
첫댓글 오늘이 노 전대통령 1주기네. 작년에도 일요일 이었는데.욕지도서 낚시하다 울 마누라가 전화해서 알았었는데..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나 궁금하네....
일요일이라 할일도 없었을낀데 봉하마을이나 함 다녀오지 그랬나?
시국도 어수선한데 '하녀'나 보러 갈까? 6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걸 이번에 리메이크했다는데, 볼끼 많다네.
월요일 화요일 술 먹는다고 못와드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