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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동네 후배들과 비오는 날 우중 산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작년 봄에 가 본 삼악산을 다시 가기로 합니다.
호반의 도시 춘천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진달래가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는 곳.
등산 후 춘천으로 이동하여 맛잇는 원조 닭갈비를 먹기로 합니다.
2007. 8. 27. 월요일.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모여 출발하기 직전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은근히 걱정이 되는군요.
삼악산은 높이가 654m이며 광주산맥에 속하고 주변에 북배산·계관산·검봉 등이 있습니다.
등선봉(632.3m)·청운봉(546m)·용화봉(654m)의 세 봉우리로 이어진 산정은 비교적 평탄하나 사
방이 급경사입니다.
보통 우리는 용화봉을 삼악산이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남쪽 사면에서 발원하는 하천은 등선폭포 등을 이루며 의암호로 흘러듭니다.
기암괴석이 많고 소나무·참나무 등의 수림이 울창하며 계곡미가 빼어난데 산정에는 삼악산성의
유적과 삼악사터가 남아 있으며 남쪽 산록에는 높이 15m의 등선폭포가 있습니다.
그 밖에 신라 때의 사찰로 현대에 재건된 흥국사·상원사 등이 있으며 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북한강과 의암호의 모습 등 주변경관이 빼어나 등산객이 많이 찾고 있는 곳입니다.
강촌대교-등선봉-청운봉-흥국사-용화봉(정상)-상원사-의암댐으로 이어지는 종주 등산 코스가
있으나 보통 의암댐-상원사-용화봉(정상)-흥국사-등선폭포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가 오는 관계로 일단 등선폭포로 올라가서 다시 폭포로 내려오거나 날씨가 개면 의암댐
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잡고 출발합니다.
(선녀탕)
(비선폭포)
(이름없는 작은 폭포)
(이름없는 작은 폭포)
경춘가도를 달려가는 길. 비가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등선폭포로 올라가기로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출발.
비슷한 나이의 친구인 듯한 이 분들.
비가 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장구를 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군요.
계곡을 끼고 올라가는 길.
깊 옆으로 이름모를 꽃들이 줄지어 서서 우리를 반깁니다.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조차 않는 꽃도 큰꽃 사이에 끼어 자기를 더 예뻐해 달라고 손짓하는군
요.
꽃은 빗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더욱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버섯도 이에 질세라 우리를 부르며 손짓하는 바람에 자꾸만 발걸음이 지체됩니다.
푸르른 신록과 맑은 계곡.
온갖 산새들과 매미의 울음소리.
그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은 한껏 가벼워지고 발걸음은 더욱 경쾌해집니다.
앞서가던 일행들이 뭔가를 열심히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말벌이 매미를 공격하는 모습.
마냥 평온하게만 보였던 산속도 알고 보면 인간 세계와 마찬가지로 생존경쟁, 약육강식의 세계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비쳐지는 그 모습이 인간 세계보다 더 강렬하고 충격적입니다.
노송 군락지를 지나고 있습니다.
벼락에 맞았는지 소나무가 여기저기 부러진채 쓰러져 있군요.
그 사이를 지나가는 발걸음이 조심스럽습니다.
이제 이곳 큰초원을 지나 마지막 333계단을 올라가면 정상입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비가 잦아들때까지 나무 밑에 서 있기로 합니다.
이 와중에도 저는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우산을 뚫고 비가 흘러들며 금새 옷이 흠뻑 젖어듭니다.
장대비는 갑자기 다가와 약10여분간 저희들의 혼을 쏙 빼놓고는 어디론가로 흘러 갔습니다.
드디어 삼악산 용화봉 정상.
사방이 물안개로 뒤덮여 있습니다.
춘천 시가지 방향이 안개비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호반의 도시 춘천의 아름다움 때문에 이곳을 찾는 것인데...
실망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단 싸 가지고 온 파전과 막걸리로 건배.
어쨌거나 막걸리는 꿀맛이군요.
막걸리로 아쉬움을 달래던 바로 그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물안개가 걷히며 서서히 춘천시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뒤늦게 정상에 도착한 여자분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부르스입니다.
우리들이 건네주는 막걸리를 마시랴 기념사진을 찍으랴 부산스럽기 그지 없군요.
(동영상)
동영상 보기 : http://flvs.daum.net/flvPlayer.swf?vid=OcB0ihPOFnc$
어디선가 다람쥐 한 마리가 다가와 우리들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먹을것 좀 달라는 눈치같은데...
파전 한 조각을 건네자 아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우리는 막걸리와 파전, 감자부침으로 무성의한 점심을 먹었으나 이 분들은 집에서 준비해 온 맛
있는 점심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과일도 고루고루. 밥도 맛있게.
덕분에 잘 얻어 먹었습니다.
언젠가 은혜 갚을 기회가 있기를...
싫컷 구경하고 배불리 먹었으니 이제는 하산할 차례.
비도 잦아들었고 이제 가면 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의암댐으로 내려가기로 의견을 모읍니다.
하산하는 길에 간간이 비가 몰려와 흩뿌렸다가 사라지는 바람에 우리들을 내내 긴장 시킵니다.
칼바위 능선길을 내려가면서 비에 젖은 바위가 미끄럽고 자꾸 부서지는 바람에 애를 먹었습니다.
이런 날은 특별히 안전사고에 유의해야만 합니다.
북한강이 흙탕물인 걸로 보아 상류지방에 비가 많이 온 모양입니다.
사진을 찍느라 앞서 내려왔는데 문득 뒤돌아보니 바위 능선을 조심조심 내려오는 일행들이 보입
니다.
삼악산은 노송들이 많은데 그 사이로 언뜻 보이는 북한강변이 소나무와 어울려 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비를 머금고 있는 나뭇가지도 예사로이 보이질 않는군요.
드디어 상원사에 도착했습니다.
일행들이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표현하는군요.
그만큼 힘이 들었습니다.
상원사 대웅전 오른쪽으로 보이는 암벽.
지금은 그냥 평범해 보이지만 봄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면서 산사와 어울려 멋진 풍경을
보여줍니다.
(2006년 4월 봄 풍경)
산사는 고즈녘하기만 합니다.
우리 일행들이 그 정적을 깨트리고 마는군요.
산사 옆 계곡에 발을 담급니다.
그 시원함이란...
발 냄새에 물고기들이 질식사 할 수도 있다는 농담에 웃음이 터져 나오고 그 웃음소리에 개구리
와 달팽이가 놀라서 황급히 달아납니다.
산사 주변에 있는 꽃.
물봉선도 칡꽃도 아름답기만 하고...
며느리밥풀꽃에 앉아 있는 이 앙증맞은 나비의 아름다움이란...
상원사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제법 그럴듯하군요.
삼악산장을 거쳐 드디어 삼악산 매표소에 도착.
의암댐으로 해서 등선폭포까지 걸어가기로 합니다.
약20여분 소요.
그러나 다리가 무지 아파서 군대시절 행군이 연상됐습니다.
드디어 등선폭포 입구에 도착.
차를 가지고 곧장 춘천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극장 간판.
춘천의 명동이 아담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닭갈비집 골목이 나타나고...
어찌나 호객행위가 심한지 우리의 목적지까지 가는데 애를 먹을 정도.
우리의 목적지인 혜정 닭갈비집.
3년만에 와 보는데 여전합니다.
주인아주머니의 염색머리와 낡은 테이블은 변함이 없군요.
고대하던 닭갈비가 다 익었습니다.
일행들은 산에서 놀라고 닭갈비의 그 맛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이곳은 택배로 전국 어디나 배달까지 해 준다는군요.
오늘 주문하면 내일 오후2시 전후에 도착한다나?
전화번호: 033-256-5910.
이 집 선전 제대로 해주는구만.
맛있는 닭갈비를 앞에 놓고 우리들은 벌써 다음 산행지를 의논하고 있답니다.
꼭 산행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로 올라가 천년고찰을 둘러보거나 강촌유원지 내 구곡폭포 등 춘천
근교를 여행한 뒤에 닭갈비를 먹고 집으로 귀가.
어때요?
몸이 근질거리지 않나요?
곧 가을입니다.
어디로든 떠나보세요.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먹거리가 여러분을 반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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