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후기 & 최종합격
▸ 필기를 합격한 후에 그 기쁨은 딱 하루뿐이다. 갑자기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 기쁨을 절감시킨다. 국가직 7급의 경우는 PT 발표까지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이 부담되었다. 특히, 나는 성격상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더 그랬다. 나름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내가 잘 모르는 주제가 주어지니 적잖이 당황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면접은 아느냐 모르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대처 능력이나 조직 융화 능력을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 면접은 학원의 특강을 통해 스터디를 구성하여 준비하였다. 채한태 선생님의 지도 아래 PT 작성법과 발표 방법, 사조서 작성법 등 면접에 필요한 지식과 스킬들을 배웠고, 또한 면접에서 피해야 할 금기 사항들도 배웠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조서를 통한 인성 면접보다는 PT 면접 준비가 어려웠던 것 같다. 타인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단순히 수다를 떠는 것이 아니라 조리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타인 앞에서 발표를 잘 못하는 사람의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잘 알아도 남 앞에 서면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발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이런 경우는 계속 타인 앞에서 발표하는 훈련을 하는 수밖에 없다. 스터디 모의 면접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방법이 최상이다. 다른 한 가지는 내용을 잘 몰라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다. 나는 이 경우에 해당되었다. 아는 내용은 자신 있게 잘 발표하지만,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서는 말문이 막혀 버리는 그런 경우에 해당되었다. 이런 경우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노력으로 지식의 양을 넓혀야 한다. 그 지식의 내용은 전문적인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시사적인 것과 사회적인 이슈에 관련된 것이면 충분할 것 같다.
PT 면접은 발표하기에 앞서 25분 동안 PT 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일종의 개요처럼 깔끔하고 논리적으로 작성해야 하는데 이왕이면 한 가지 틀을 확실하게 정해서 어떤 식의 주제가 나오더라도 그 틀에 맞춰 작성할 수 있도록 연습하기를 권하고 싶다. 지금 실제 PT를 작성했던 그 날의 그 순간을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이 긴장되고 머리가 멍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던 기억이 나는데 기계적인 학습이 아니고는 시간 내에 PT 작성과 발표 준비를 못할 수도 있다. 주제마다 다르게 작성하기 보다는 어떤 내용을 쓰더라도 기본 틀에 맞춰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실전 면접을 위한 전략적인 준비가 될 것이다.
▸ 사조서는 기존에 출제되었던 유형을 되도록 많이 뽑아서 실제 파일로 만들어 보았다. 머릿속 생각은 금방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직접 손으로 써 보거나 그것이 힘들다면 타자를 쳐서 파일 자료로 만드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묻는 유형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보다는 다른 수험생들에게는 없고 나에게만 있을 만한 경험 몇 가지를 그 유형에 맞게 잘 편집해서 쓰는 것이 좋겠다. 올해 면접에서는 사조서의 내용을 꽤 꼼꼼하게 물어봤기 때문에 괜히 남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거짓 내용을 쓴다거나 타인의 경험을 쓰면 오히려 말릴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인성 면접을 하면서 두 번 정도 꼬투리 잡는 압박 질문이 들어왔는데 생각해보니 일관성 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순은 없는지 등의 집념이나 의지를 테스트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긴장되어서 완벽하고 조리 있는 답변은 못한 것 같지만 진정성 있는 답변은 드렸던 듯하다.
▸ 올해는 처음으로 면접에서 필기시험에서 공부했던 지식을 물어봤다. 나는 외무영사직이라 국제정치학에 관련된 질문을 네 가지 정도 받았다. 두 가지 정도 제대로 대답하고 나머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씀드렸는데 면접하시는 분들도 “시험 치고 나서 꽤 시간이 지났으니 잊어버렸을 만도 하지.” 하셨던 기억이 난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전문 지식을 물어본 것이 면접의 합격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었던 듯하다.
▸ 인사가 정말 중요하다. 사실 채한태 선생님께 면접 훈련을 받으면서 “예의”의 중요성을 많이 배웠다. 실제 내가 속했던 오전 조에서 내가 제일 마지막이었는데 내가 인사를 여러 번 하자 조금은 당황한 듯 그래도 잘 받아 주셨다. 면접 자료를 드릴 때도 “발표 자료를 드리겠습니다.”는 말을 하고 PT 자료를 드리니 씨익 웃으셨던 것 같다.
▸ 면접이 끝나고 그 날 상황을 다시 그려보았을 때 참 가관이다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대답한 것도 있는 것 같고, 이 질문엔 이렇게 대답할 걸 하는 후회도 조금 남았지만 면접은 주관적이다 보니 내가 판단하는 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면접관님들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서 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최종합격까지 떨어지면 어떡하나 마음 졸였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으니까...
▸ 최종합격 발표 나는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가 우니깐 부모님들도 덩달아 감격해하셨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김연아 선수가 어떤 토크 쇼에 나와서 “올림픽 금메달은 내 꿈이었는데, 내가 금메달을 딴 것을 주위에서 더 기뻐해 주니깐 너무 고마웠다.” 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이 시험의 합격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부모님, 선생님, 친척, 친구들까지 자기 일인 냥 기뻐해주고 축하해 주었다. 합격은 그런 것이다. 내 주위 사람들까지 모두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그런 것... 네 번의 크리스마스를 수험생으로 보냈는데 올해 크리스마스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 보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 지금 수험 준비를 하고 있는 수험생 여러분~ 모두 힘내시고 내년에 다들 꼭 합격하시길 바랍니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전략과 집중력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이 시험은 지식의 양을 테스트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식 문제 정답을 빠른 시간 내에 맞히는 스킬을 필요로 하는 시험임을 명심하시고 전략적으로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합격은 해피 바이러스랍니다. 내년 크리스마스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다 대한민국 공무원이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첫댓글 축하해요.
축하드립니다 ^^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