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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둘레길이 완성되었다. 청주 산악인들로 구성된 레저토피아 탐사대(대장 김웅식)는 충북 청원·보은·옥천 3개군의 대청호반길을 잇는 대청호 둘레길을 완성시켰다. 탐사대는 지난 3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산행에 나서 대청댐 북쪽 청원군 문의면 현암정에서 출발해 산과 들, 마을을 이으며 대청호를 한 바퀴 돈 다음 대전시와 경계인 옥천군 회남면 남대문리에 이르기까지 약 120km 길이 12개 구간의 대청호 둘레길을 개척했다. 대청호 둘레길은 올해 초 완성된 대전 지역의 대청호반길(4개 구간, 약 40km)과 함께 등산인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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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봉 남쪽 바위 지대에서 여성 탐사대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뒤로 대청호가 바라보인다. 맨뒤에 우뚝 솟은 봉이 금산 서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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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한눈에 들어오는 구룡산 정상
푹푹 찌는 여름 더위는 아침부터 사람을 잡으려 하나 보다. 청원군 문의면 덕유리 남단 장승마을 입구에서 기다리던 청주 레저토피아 대청호 탐사대원들을 만나는 순간부터 하늘에선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고 땅에서는 후텁지근한 열기가 올라와 온몸이 땀에 젖어든다. 그래도 대청호 둘레길의 기점이자 제1구간 들머리를 장식한 장승들은 ‘어진이의 도읍지’라는 글을 머리에 인 채 히쭉 웃으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저기 철조망 보이죠. 곤실봉과 대통령 별장이 있는 청남대 경계예요. 대청호에는 요즘도 배를 못 띄워요.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랍니다. 아이러니하지요? 청남대 때문에 대청호 주변 산을 마음놓고 다니지 못했는데 그 덕에 이렇게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걸 보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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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암사 주차장 건너편의 조망대에서 바라본 대청댐. 댐 위로 형성된 대청호는 국내 3위 규모의 큰 인공호수다.
- 대통령 여름 휴양지로 알려진 청남대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관리돼 오다가 1999년 김영삼 대통령 이후 세상에 공식적으로 알려지고 대통령들의 전용 휴양지이자 국빈들의 영접장소로 이용돼 왔다. 이후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3년 4월 18일 일반인에게 개방되었고, 그제서야 대청호 주변 산의 접근이 허용되었다.
나무계단길 따라 숲 우거진 능선에 접어든지 얼마 안 돼 숲이 걷히면서 남쪽과 서쪽 조망이 펼쳐지자 김웅식 대장은 대청호 자연이 유지될 수 있었던 사연에 대해 말해 주었다. 갈림목에 이르러 구룡산으로 곧장 오르는 능선 길 대신 오른쪽 허리길로 돌아 오르는 현암사 길을 택한다.
“시원한 물 한 잔씩 들고 이거 하나 잡숴봐요.”
바위 끝에 매달려 있는 ‘다람절’이라는 의미에서, 달 현에 바위 암을 이름삼은 현암사(懸岩寺)는 청풍호반의 저승봉 정방사를 연상케 하는 산사다. 저승봉이 청풍호와 월악산(1,097m) 조망대라면, 현암사는 대청호와 멀리 서대산(904m) 뷰포인트였다. 여기서 바라보이는 대청호는 하나의 호수가 아니었다. 산과 물이 만나고 산과 물이 어울려 조화로운 대자연의 절정을 이룬 곳이었다. 호수는 올망졸망 솟구친 산봉과 산릉 사이사이를 파고들며 아름다운 물길을 만들어놓고 장벽처럼 치솟은 서대산은 호숫가 산봉들을 지그시 바라보는 형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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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 상봉 남릉. 대청호 주변의 산들은 오랜 세월 접근이 통제돼 산림이 우거져 있다. 오른) 작두산 북릉에서 덕은이 마을로 내려서다 돌아섰다. 산자락 곳곳에 묘가 들어서 있는 것으로 보아 풍수지리상 명당자리가 아닐까 싶었다.
- 그런 풍광을 눈앞에 두고 사는 덕분인지 현암사 공양주들은 인심이 넉넉했다. 길손에게 바가지에 물을 듬뿍 담아 건네더니 이어 막 절인 배추에 속을 한움큼 집어넣어 입에 쏙 집어 넣어주었다.
현암사 오층석탑을 지나 가파르게 치솟던 산길은 돌탑거리를 지나면서 부드러워지더니 안부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막으로 바뀐다.
“우와! 용이다.”
구룡산 삿갓봉 정상에는 여의주를 문 황룡 한 마리가 올라앉아 있고, 주변에 장승 4기가 서 있다. 2004년 폭설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마을 주민들이 잠시 낙담해 있다가 심기일전해 폭설에 쓰러진 나무를 거둬 새롭게 탄생시킨 500여 개 장승 중 일부였다.
이제 대청호는 물론이고 그 오른쪽으로 신탄진과 대전 테크노밸리 그리고 대전시를 지나 멀리 계룡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대전 계족산에서 식장산, 서대산, 고리산, 곰실봉, 4만년 전 미라가 발견된 두로봉 등 대청호 주변의 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북으로 제1구간에서 가장 높은 작두산(鵲頭山·430m)도 바라보인다. 이런 멋진 조망 덕분에 충북 등산인들이 새해 첫날이면 해맞이를 위해 구룡산 정상을 찾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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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구룡산 정상. 김웅식 대장(왼쪽)이 주변 산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 문의대교를 건너선 다음 작두산 남릉으로 올라붙으려면 아스팔트길을 거쳐야 한다.룡이 누워 있는 구룡산 정상에서 기념촬영한 레저토피아 탐사대원들 <보물찾기 사고참조. 위치 ID: N36 29 12.5 E127 28 34.2>.
- 땀은 비 오듯 하지만 누구 한 명 힘들다는 이 없고, 서둘지도 않는다. 둘레길 산행은 우보 산행, 늘보들의 행진이다. 바람 한 번 불어오면 시원함에 멈추고 나무 그늘이 좋으면 주저앉아 땀이 식을 때까지 쉰다. 장승마을 갈림목을 지나면서 숲은 한층 더 우거지고 산길은 한결 좁아진다. 굴피나무, 노간주나무, 개옻나무 등 갖가지 수종의 낙엽송들이 넓적한 나뭇잎으로 숲그늘을 만들어놓고, 그 그늘이 좋은지 여름 매미들은 흥겹게 울어댄다.
“변하지 않는 듯한데 변하는 게 산인가 봐요. 예전에 어느 산 가거나 펑 터져 조망이 좋았는데 이젠 구봉산 능선처럼 숲이 빼곡하잖아요. 그래도 얼마나 좋아요. 공기도 맑고 오늘 같이 더운 날에는 숲에만 들어오면 시원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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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문의대교를 건너선 다음 작두산 남릉으로 올라붙으려면 아스팔트길을 거쳐야 한다. 아래) 상봉 팔각정. 멋진 조망을 즐기며 쉴 수 있는 곳이다. 팔각정 옆에 간이 막걸리집이 있다.
- 김웅식씨 말마따나 숲은 너무도 좋았다. 늘 그대로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변화무쌍했다. 아래쪽은 나뭇가지가 자라지 않아 바닥이 시원스럽게 터진 물푸레나무 숲을 지나자 생강나무 숲으로 바뀌고 고도를 낮추자 이깔나무가 쭉쭉 뻗어 있다.
“칡즙 한 잔 하셔야죠. 이것도 둘레길 트레킹에서 거쳐야 하는 것 중 하나예요.”
발빠른 레저토피아 탐사대원들은 이미 문의대교를 건너간 상황에서 다리 서단의 간이매점에 내려섰다. 복사열과 호수의 습기가 합쳐진 아스팔트길에 내려서자 후텁지근한 열기가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후려친다. 칡즙 한 잔으로 후끈 달아오른 속을 가라앉히고 문의대교로 접어들었으나 금세 열기에 몸이 뜨거워진다.
첫댓글 그랭~꿈을 가진 사람들이 꿈을 나누며 꿈같은 길을 꿈을 꾸며 걸을때 그꿈길은 몽유도원의 길이지요~참으로 즐거운 길벗들과의 시간이었습니다.
참으로 좋은 생각으로, 멋있게, 용기있게 사는 인생입니다. 대청호 둘레길 트레킹이 제주로 전국으로 뻗쳐 나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