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이동
(2013년 3월 1일 / 세계일주여행 562일차)
카트만두에서 행복한 4일간을 보낸 후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포카라로 이동했습니다. 비자 만료일이 13일이니까 아직 12일간의 시간이 남았고 포카라에서 쉬면서 간단한 트래킹을 하나 정도 할 생각입니다.
원래 계획은 비자를 조금 더 연장하고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갔다 오는 것이긴 했는데... 에베레스트 트레킹 여독도 있고.. 사실 제가 등산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비자 연장도 좀 귀찮기는 하고... 그래서 여기서는 푼힐 3박 4일이나 4박 5일 트래킹만 할 예정입니다.
[네팔비자 연장 관련 정보]
네팔 입국비자는 15일, 30일, 90일짜리가 있고 각각 25$, 40$, 100$입니다.
애매하게 40일 정도 체류하려면 30일짜리를 받고 비자를 연장하면 됩니다.
비자 연장 사무소는 카트만두나 포카라 등지에 있습니다
비자연장비는 1일당 2$이며 15일 연장이 미니멈입니다. 즉, 40일 정도라면 30일짜리(40$)를 받고 15일 연장(30$) 받는 것이 싸게 듭니다. 하지만 60일 이상 체류한다면 차라리 90일비자를 받고 들어오는 편이 낫습니다. 연장비용이 더 들기 때문입니다.
카트만두 임페리얼 게스트 하우스에서 600루피에 여행자버스 티켓을 끊었습니다. 각 게스트 하우스나 식당 등에서 파는 포카라행 투어리스트 버스는 가격이 600루피로 거의 비슷합니다. 서로 다른 버스회사의 표를 팔기 때문에 서로 다른 곳에서 산 표라면 다른 버스일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12달러, 15달러 하는 더 비싼 버스도 있습니다... 어떤 상태의 버스가 걸리느냐는 순전히 운빨입니다. 출발시간은 아침 7시이며 출발장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임페리얼 게스트하우스에서 슬슬 걸어서 출발장소에 가 보니 버스들이 10대도 넘게 늘어서 있습니다.
포카라행만 있는 것은 아니고 치트완이나 기타 지역으로 가는 버스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 놈이군요. 하얀색 버스인데 아주 낡지도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버스입니다. 차장이 제일 뒷자리 그것도 중간 좌석에 앉히려고 하길래 가볍게 컴플레인 걸어주고 뒷좌석 바로 앞 창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휴대폰의 GPS를 켜 놓으니 얼마만큼 왔는지 쉽게 알 수 있어 좋습니다. 버스는 카트만두 시 외곽에서 손님을 더 태우고 만차를 만들어 출발합니다. 휴게소에는 두 번 쉬는데 아침, 점심 휴식입니다. 점심휴식은 좀 더 길어 30분 쯤 주는군요.
포카라는 사실 해발고도 900m 밖에 안되는 저지대에 있습니다. 카트만두가 1350m인 것에 비하면 더 낮은 셈인데요. 그런데 카트만두가 계곡에 위치해 산의 전망이 없는 것에 비하면 포카라는 웅장하게 버티고 선 안나푸르나 산군이 다 보이는 곳입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분명히 차 밖으로는 바나나 나무들이 서 있는데 멀리 설산이 보입니다. 마치 하늘에 누가 하얀 붓으로 산을 그려 놓은 것 같습니다.
우리 버스가 서둘서둘 달려서 다른 버스들을 다 제치고 1등으로 포카라 투어리스트 버스 정류소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2시가 조금 안된 시간입니다. 휴식시간 포함 7시간이 조금 안걸렸습니다. 버스 정류장에는 픽업나온 호텔맨들과 호텔 영업하는 사람들, 택시기사들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저는 인터넷 블로그 소개를 통해 카르마 게스트하우스(Karma GH)라는 곳을 전화로 예약해 놓은 상태입니다. 호스텔북커스(hostelbookers.com)에 나온 리뷰도 괜찮고 해서 여기서 지내기로 잠정 결정해 놓았습니다. 호스텔북커스를 통해 예약하면 10%가 해당 사이트로 가기 때문에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로 예약을 했습니다. 이 숙소가 좋은 점은 터미널이나 공항 픽업을 나온다는 점입니다. 픽업을 못나올 경우 택시를 타면 택시비 150루피를 주인이 부담해 줍니다.
사실 레이크 사이드는 버스 터미널에서 2km도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입니다. 충분히 걸어가도 되는 거리고 택시비로(터미널에 아예 택시비 요금표가 정해져서 공지되어 있습니다) 150루피를 주기는 좀 아까운 거리입니다. 하지만 주인이 부담한다니 부담없이 택시를 타고 게스트 하우스로 갔습니다.
레이크사이드 초입쪽에 있는 카르마게스트하우스는 가족이 운영하는 열개 정도의 방이 있는 작은 2층짜리 게스트하우스입니다.
1층 방들은 창문은 있지만 창문 앞쪽이 벽으로 막혀있어 500루피로 저렴합니다. 하지만 2층 방들은 창 밖으로 넓은 공간이 있고 테이블도 있어서 따뜻한 햇살 받으며 글 쓰거나 글 읽거나 또, 이집의 아침(150루피)식사를 주문해서 먹기 좋은 공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700루피입니다.
저는 비수기인점을 이용해 600루피로 깎아서 제일 끝 쪽, 큰 창들이 두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더블침대 방에 묵기로 했습니다.
이 방은 방에서 Wifi가 잡히지 않는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참 마음에 듭니다. 침대도 편안하고 린넨도 깨끗합니다. 두툼한 목욕수건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뜨거운 물도 콸콸 나오고요.. Wifi는 한걸음만 나가서 방 앞의 테이블에 앉으면 잘 잡히네요.
포카라는 저지대답게 날씨가 덥습니다. 저녁에는 자켓이 필요하지만 낮에는 반팔옷만 입어도 됩니다. 이제 추위와는 안녕인가요? 볓이 너무 좋아 양말이며 티셔츠며 빨래거리들을 직접 빨아서 옥상에 널었습니다. 1시간이면 다 마를겁니다. 옥사에서 포카라의 상징과도 같은 마차푸츠레 Machhapuchhre 6993m 가 잘 보입니다. 사랑코트(Sarangkot)에서 날아오른 패러글라이더들이 보이네요.
빨래를 마치니 시장끼가 몰려옵니다. 시내구경도 해야겠고 슬슬 슬리퍼신고 시내구경 나섭니다. 시내 거리 어디서나 보이는 마차푸츠레..
인터넷에서 소문이 자자하기에 첫 식사 장소로 "산마루"를 택했습니다. 어떤 블로그에 보니 반찬이 12가지가 나온다고... 그런데 가격표를 보니 만만치 않습니다. 제육볶음 400루피.. 게다가 10% 세금. 그래도 퀄리티만 괜찮다면....
그런데 이게 뭔가요? 반찬 나머지 8가지는 어디 갔나요? 게다가 깍두기도 제가 무지 시러라 하는 팍 삭은거... 돼지고기는 질기고 두껍고.. 아... 주인이 바뀐걸까요? 이걸 440루피에 먹자니 카트만두 축제 식당의 음식이 자꾸 생각나네요. 그 아삭아삭한 깍두기... 이 식당은 이제 오늘로 마지막이로군요.
저녁은 싼 맛에 '소비따네'라는 곳에 갔는데 거기도 김치찌개가 180하더군요. 나온 것을 보니 180이상 받으면 안될 것처럼 나왔습니다. 김치찌개 1개(이건 맛은 괜찮아요), 현지쌀로 만든 찰기 부족한 밥, 반찬은 배추김치와 깍두기.
아.. 계속 축제식당의 맛있는 음식들이 떠오릅니다. 아직 다른 식당들을 다 가보진 않았지만 음식은 정말 카트만두가 나은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다른 소비자 물가도 포카라가 카트만두보다 살짝 비싼 것 같아요. 물론 물류비용이 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지만.... 카트만두에서 한 스쿱에 90하던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여기서는 135루피 하는군요.
이렇게 포카라의 느긋한 오후를 보내고 첫 밤을 맞습니다. 내일부터 3~4일간은 여기서 더 느긋하게 쉴 계획입니다. 피스 파고다도 가 보고 사랑코트에도 가보고 말이죠.. 오랜만에 편안한 침대에서 편안하게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포카라 한인식당 리뷰]
포카라 한인식당은 카트만두에 비해 좀 더 비싸고 맛도 좀 떨어집니다. 카르마 게스트 하우스와 한인업소들 위치입니다.
. 투어리스트 버스 터미널에서 레이크사이드는 2km 도 안됩니다. 충분히 걸어올 수 있습니다.
. 산마루 : 찌개류 350 + 세금 10%
. 산촌다람쥐 : 찌개류 300 (세금없음)
. 서울뚝배기 : 찌개류 350 + 세금 10%
. 소비따네 : 찌개류 180 (세금없음)
. 한국사랑 : 찌개류 300 + 세금 10%
. 낮술 : 찌개류 380 + 세금 10%
나머지 식당들은 안 가봤고요.. 음식맛과 반찬 가짓수와 맛으로 따지면 서울뚝배기, 낮술 > 산촌다람쥐 > 소비따네 > 산마루, 한국사랑 정도 될거 같습니다. 하지만 가격 차이도 있단거.... 감안하셔야겠고요...
또다른 트래킹을 준비하다
(2013년 3월 2~3일 / 세계일주여행 563~4일차)
카르마 게스트하우스 이틀차, 카트만두에서 재익씨 커플이 왔습니다. 게스트 하우스가 괜찮아서 여기를 추천했더니 바로 이쪽으로 왔네요. 게다가 버스에서 만난 부산출신으로 혼자 여행중인 국문학도 여경씨도 함께 왔습니다.
이틀만이지만 아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니 좋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좀 희뿌연 관계로 산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아침부터 볕 좋은 의자에 앉아서 노닥거리다가 밥 시간 되면 밥 먹으러 가는 일이 전부입니다.
저녁에는 숙소 4명이 의기투합해서 맥주를 마시러 나갔습니다. 숙소 근처에 맥주 1병에 199루피 하는 집이 있어 그쪽으로 향했죠. 팝콘도 무한리필 해주고 참 좋더군요.. 넷이서 650ml 짜리 8병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다시 4병 더... 아.. 필리핀에서도 이렇게 많이 마셔본 적은 손에 꼽는데 여행지에서의 맥주는 왜 이리 맛있을까요? 신기한 건 필리핀 산 미구엘 맥주가 여기 네팔을 거의 점령했더라구요.. 필리핀에 있을 때 더 많이 마셔둘걸... 싶을 정도입니다
포카라 셋째날. 오늘은 어딘가 가볼까... 하다가 또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여전히 숙소에 콕 박혀 있습니다. 대신 내일부터 4박 5일간 푼힐 트래킹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그래서 살짝 트레킹 준비일로 잡았습니다. 그치만 뭐 딱히 준비할 건 없었습니다. 비상식량 좀 사 모으고... 푼힐코스는 제일 높은 곳이 루클라와 같은 2800m 정도라 이번에는 침낭도 없이 가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짐이 없네요. 짐보다 가방이 더 무거울 것 같습니다. ㅡ.ㅡ;;
아무튼 포카라에서 3일 휴식 후 다시 짧은 트래킹에 나섭니다. 이번에는 짧으면 3박 4일, 길면 최대 4박 5일짜리 트래킹이 될 것 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잘 다녀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