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가 말하였듯이, 색은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그것은 물과 불처럼 생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원초적 물질이다. 인간의 존재는 색과 결부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식물, 동물들은 자연색으로 되어 있는데, 오직 인간만이 색을 조절하고 색을 입는다. 색채는 지구촌의 인류가 어디에서나 지각하고 사용하는 보편매체이자, 문명의 기반이다. 색(色)은 태초로부터 있었고 인류문화의 흐름과 그 궤적을 함께 하여 왔지만, 21세기 ‘영상의 시대’는 색채의 위상을 다시 한번 바꾸어 놓았다. 마샬 맥루언이 자신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를 통해 구텐베르크 이후 인류문명을 주도해 온 활자문화의 종언과 영상문화시대의 도래를 선언한 이래, 지난 30여년간 현대문명은 활자매체에서 영상매체로 문명의 기반을 바꾸어 왔고, 이제는 그 주도권을 완전히 이양하기에 이르렀다. 디지털 테크놀러지는 인쇄혁명을 통해 색(色)의 재현에 신기원을 이루었고, 그것은 다시 영상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속도의 시대 |
느슨하던 세상이 갈수록 빨라져가고 있다. 위성방송, 유선방송, 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다중매체의 시대는 산업사회가 몰고온 속도중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네티즌들은 찰나적인 판단에 의해 화면을 선택하고 변경한다. 지각의 차원에서 볼 때 속도의 매체는 빛과 색이다. 그래서 이러한 ‘속도의 시대’에 수많은 조직들이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을 사는 길을 모색하고 있으며, 색채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색(色)은 우리에게 심리적 영향을 준다.
색은 우리의 심리현상에 영향을 준다. 그것은 우리를 진정시키거나 동요시키는, 또 우리를 즐겁게 하거나 슬프게 하는 감성 작용과, 아이디어를 유발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오래 동안 기술과 형(形)에만 매어 달리던 기업들이 색(色)으로 눈을 돌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려하고 있다. 그러한 사례는 의.식.주로 대변되는 생활문화의 전반에서 널리 발견되어진다. 한 예로, 불과 수년전까지 만해도 사람들은 모발 색에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짧거나 긴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 헤어스타일을 결정하더니, 작금엔 색색가지의 다채로운 머리염색이 폭넓은 연령층에 의해 선호되고 있다. 십년 전이었다면 퇴폐로 간주되었을 일이 지금은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용인되고 있는 것이다. 형태에 종속변수이기만 하던 색채가 독립적인 값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색채는 그것이 적용되는 대상이 실재하는 공간이든 가상공간이든, 복식이든 제품이든, 나아가 인체이든 물체이든, 그 색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며 행동을 지배한다. 그 어느 시대도 색(色)이 인간의 삶에 이렇게 밀착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감성의 시대
[21세기 '감성시대'에 최 고부가가치의 소프트 웨어가 될것이다.]
색은 21세기 ‘감성의 시대’에 최상의 고부가가치적 소프트웨어이다. 그것은 ‘비용-이익’의 관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기에, 국가와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의 중심적 위치에 놓여야 한다. 색은 본디 천연자원(Natural Resource)인데, 이를 실용가능한 국가적 자원(National Resource)로 전환시킬 수 있을 때 선진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고도 감성소비문화를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서방의 선진국들은 색의 잠재력을 일찍이 인식하고 다차원적인 노력을 통해 이를 전략적으로 자원화 해왔다. 그러나 우리의 산업은 기술경쟁에서 선진국에 밀리고 가격경쟁에서 주변국들에 밀리면서, 오랜 경쟁의 피로 끝에 이제서야 색채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고품질 고감성 디자인으로의 전환이 절박한 지금, 우리의 산업도 색채의 힘을 업지 않고는 견디기 어렵다는 것을 조금씩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먼트 단지의 불쾌적한 환경색채, 시인성만 경쟁하는 무질서한 간판문화, 대형쇼핑센터의 현란한 네온조명에서부터 제품의 조악한 색채, 그리고 도발적이고 무책임한 컬러마케팅 기법을 구사하는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색채의 남용과 오용으로 환경 엔트로피를 증가시켜 왔다. 그러나 지방정부와 지역공동체의 지각 있는 인사들의 노력, 복합영상매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평균적 미의식의 향상,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시민정신의 제고 등으로 우리의 환경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고, 색채전문가들의 참여로 보다 건강하고 쾌적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색채의 시대
선진국일수록 일상생활의 언어속에서 색채에 관한 표현이 많고 세분화 되어 있다.
인류문명이 폭넓은 색채사용과 함께 발전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일수록 일상생활의 언어 속에서 색채에 관한 표현이 많고 세분화 되어있다.
색에 대한 그들의 감응성(sensitivity)은 높고, 사용하는 색의 범위는 넓다. 우리사회도 이제 ‘색채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증거들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최근 수년간 서점의 서가에는 색채 관련서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내용 또한 색체계(Color System) 중심의 고전 이론서가 주류를 이루던 것에서 나아가, 색채에 관한 숱한 인문학적 주제, 경영과학과의 접목, 색채디자인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그 뿐인가? 근년에 들어 조형예술과 디자인 교육에서 주변적 요소로 존재해오던 색채학이 중심적 과제로 그 위상이 바뀌어 가고 있다
. 공.사설 색채연구소와 색채교육기관이 전국적으로 많이 등장하였다. 그들은 지구적 차원과 지역적 차원에서 컬러트렌드를 예측하고, 색채이미지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가하면, 색채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산.학.연 간의 다양한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을 비롯하여 우리사회내의 모든 집단들이 색채를 통해 조직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냉전시대를 거쳐 오면서 위축되었던 색채감성이 붉은 악마들의 대규모 집회로 폭발하였고, 그것은 색채의 자유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때마침 ‘컬러리스트(Colorist)’라는 이름의 국가기술자격이 개발되어 지금 한창 색채전문가들을 공급하고 있으니, 색에 관한 사회전반의 관심은 가히 백화만발이라 할만하다.
우리에게도 ‘이제는 색(色)이다!’. 이제 그것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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