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계기로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의료계는 일회용 의료기 재사용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데 입을 모으면서도, 현행 보험 수가 체계상 치료재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침생검(심부-장기-편측)의 경우 수가는 6만 1810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이 금액 중 일회용 바늘(Needle, Boipsy, Kidney)에 할당된 수가는 9210원이다. 그러나 실제 일회용 바늘은 약 3만 1350원에 거래되면서, 한번 사용할 때마다 의료기관은 2만 2140원의 손해를 떠안게 되는 구조다.
절개술에는 1만 2020원의 책정된 수가에서 치료재료 일회용 바늘(VICRYL 3/0 SINGLE NEEDLE)은 1634원이다. 이 바늘의 실제가격은 3725원으로, 결국 2091원을 손해보게 된다.
심혈관계 기기인 카테터는 가격이 20만원에서 600만원까지 천차만별인데도, 1회만 보험 급여로 인정되면서 일회용으로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병원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수술포는 한팩당 2~7만원정도 하는데, 비용이 입원료와 수술료에 포함되면서 비용부담을 의료기관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수술포의 가격도 다양하며, 환자에 따라 소·중·대형 수술포를 다 쓰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의료기관의 손실은 크다.
소독을 해서 써야하는 내시경 소독에도 의료기관의 손해만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상부소화관내시경검사는 의원급 4만 4390원, 병원급 4만 1770원으로 지정됐으나, 내시경의 소독비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내시경을 세척하고 소독하는 작업은 40분 이상 소요되고 ▲인건비(9760원) ▲솔·장갑 등 소요재료(2000원) ▲자동세척소독기(500원) ▲소독액(5600원) 등을 총 합치면 1만 7860원이 내시경 검사를 할때마다 피해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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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기 내시경학회에서 파악한 내시경 소독 원가 .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뒤늦게 서울의 모 대학병원을 현지 실사해 내시경 소독원가를 6400원으로 계산했다. 이를 관행수가의 30%로 적용하면 약 1900원이 내시경 소독수가로 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1900원은 내시경 소독검사로 추정한 1만 7860원의 못미치는 금액인 것이다.
일회용 포셉은 의료계의 잇따른 요구에 따라 최근 별도산정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상부위장관 내시경의 조직생검비용이 8620원으로 책정됐는데, 조직생검에 필요한 일회용 포셉의 가격은 중국산 기준으로 2만 3000원, 독일산과 미국산은 3만원대 가까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시경 포셉의 구입가격이 보험수가보다 3배 이상 높기 때문에 병원에서 일회용 내시경 포셉을 원칙대로 사용하고 폐기할 경우, 손해를 보게 되면서 재사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계의 계속된 논란으로 지난해 8월1일부터 내시경 포셉은 2만 2000원을 별도 청구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의료계·업계 "치료재료 적정 수준 수가 보전 먼저"
이런 치료재료의 불합리한 보상은 대부분의 치료재료 수가가 행위료에 포함되면서 별도로 수가 산정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집단 감염사태를 가져왔던 일회용 주사기의 경우도 감염예방을 위해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행위료에 포함된 현행 수가체계로는 결국 손실만 가져오게 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런 건강보험수가 체계에서 언제까지 의료기관의 손해만 감수해야 하느냐"며 "결국 의료진의 진료의욕을 저하시키고, 환자의 감염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와 정부는 강력한 처벌 규정만을 주문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고, 감염문제에 이른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다"라며 "그럼에도 단순히 의료인 처벌에만 대안을 내놓고 있는 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 의료계 전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의료행위에 사용되는 주사기나 바늘 등의 치료재료는 감염예방을 위해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치료재료에 대한 적정 수준의 수가 보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업체들도 제대로된 보상을 요구했다.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일회용 제품은 원칙적으로 재사용이 아닌 일회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의 현실은 한번쓰고 폐기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치료재료 별도보상 가이드라인을 위한 의료기기 업계의 의견을 전달했다. 관계자는 "모든 치료재료를 보상하면 좋으나, 전부 보상 할 수는 없으니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제품에 한해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을 제안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지지부진한 태도로 해결하고 있으며, 별도 보상문제를 전체 수가와 연결해서 해결하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전체 수가로 연결하려면 상대가치점수를 변동해야 하면서 시간과 논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위해 제품 자체에 대해서만 별도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평원 "수술 중 감염예방 위한 치료재료에 우선 검토"
심평원은 올해 상반기 중에 수술 중 감염예방을 위한 일회용 치료재료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별도 보상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평원 치료재료실 재료기준부 관계자는 "심평원은 2014년부터 치료재료에 대한 현황조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치료재료 별도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현재는 보건복지부에 보고한 상태이고, 관련 품목 등에 대한 구체화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메르스와 최근 감염사태 문제를 계기로 수술 중 감염을 예방하고 환자안전을 위한 치료재료에 우선적으로 보상을 검토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수술포와 안전주사기 등이 별도보상 제품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앞으로 의료기관과 업체 등과 품목이 논의되고, 복지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논의된 치료재료 별도산정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된 '치료재료 사용 비용이 관련 행위수가 비교 10%를 초과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10% 초과라는 단서는 가격이 낮은 치료재료를 다빈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치료재료마다 사용횟수도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기준을 정해서 품목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있어왔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계의 지적에따라 단서 조항으로 인해 제대로된 보장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최종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단서는 적합하지 않아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 감염예방 치료재료에 대한 보상이 결정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필요로 하는 치료재료에 대한 별도보상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