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여행 이래 최장거리 도보
자면서, 아드득 빠드득 뽀드득 뿌드득~ 다양한 소리로 박자 맞춰가며 이빨 갈거든~
잠깐 갈면 내가 이런 흉 보겠니?
그날은 거의 1시간 가량 갈더라구. 무슨 철천지 원한이 그리 많다고~
우린 둘 다, 술 취하면 썩은 나무 쓰러지듯 픽 쓰러져 자는 스타일인데 술이 아무리
과했다 쳐도 나는 그 점잖은 스타일을 유지하거든.
나는 점잖은 선비요 삼장법사 스타일 이잖니~후후~
헌데 울 산적은 오도방정 떠는 손오공이요 강남스타일이잖아~
그러니 이빨 갈며 말 타버리지~ 호호호~ 이상한 늠~
그래 나는 참다 못해 잠 한숨 못 자고 군산으로 날아 갔지.
엥? 꼬마요정은 어떡하고 군산으로 튀었냐고?
꼬마 요정이야 쬐깐한 몸으로 쬐깐한 골방에 쳐박혀 잤으니깐 지금도 골방에
박혀 있을꺼야~ 궁금하면 띠울마을에 직접 가서 한번 만나보셔~
얼마나 귀여운 부인인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딱 좋겠당께~
장학관님도 반한 눈치셨어~ 아마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으셨을거야.
어쨌건, 시커먼 산적이 단칼 갈 듯 이빨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갈아댔으니
얼마나 무서웠겠냐고.
근데 그 무서움을 무릅쓰고 아침에 부시시 일어나 꼬꼬면 끓여주드라구.
그래서 꼬꼬가 되어 군산으로 날았지 뭐~ 호호~
여행 종반전 1주일도 못 남았잖니.
여기서부턴 큰 보폭으로 날아갈테니 그리 알어.
군산에서의 일화 무진장 많지. 군산에선 오살맞게 걸었어.
군산 들어가는 길목에서부터 새벽시장으로, 수산시장으로, 월명공원으로,
은파호수 대공원까지 걷고 또 걸었지.
나중에 알고보니 군산 끝에서 끝까지 걸었드라구.
아마 무전여행 이래 최장거리 도보 기록을 세웠을거야.
가다가 하도 지쳐 다짜고짜 길거리에서 밥 지어 먹었으니깐. 거지가 따로 없었지. 헐헐~
헌데, 인간사 역시 고진감래였어.
은파공원에 다다라보니 그날이 운 좋게 미군 음악회가 열리는 날이었더라구.
당연히 내외 귀빈들이 참석하실테고.
거기서 또 운좋게 군산 시장님 내외분을 만났지 뭐야.
보기좋게 햄버거까지 얻어 먹었어.
우리가 원체 유명인사 귀빈이잖어~
(어머머~ 얘는 촌년 이면서 귀빈이래~ 까르르~)
아무튼, 군산에서의 여러 일화들이 궁금하면 어서 건너와. 우리집으로.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비얍게~
나는 이미 전주에 와 있으니깐. 호호~
24일째의 전주.
이곳에서의 일화도 적은 량은 아니지.
헌데 꼬꼬되어 날아가는 추세니 생략에 생략을 거듭할께.
좌우지간, 울 산적, 가는 곳마다 숫사자 아니랄까봐 오줌 지리고, 똥 싸느라 애를 먹었는데
전주에 도착해선 변소간 못 찾아 공설운동장 주변을 휩쓸고 다니며 애 먹었지.
나는 아예 참고 다녔었는데. 내가 원래 뱃속에 똥만 가득찬 할매잖여.
그래 겨우 배설고 해결하고 버스로 이동해 한옥마을에 도착해서는 수학여행 온 예쁜
여고생들에게 동영상 배우가 되어주기도 했고, 관광객들과 기념촬영도 했으며
대중 목욕탕까지 갔다는 거 아녀.
물론 전주 비빔밥도 사 먹었고.
산적이 감기에 걸린데다가 땀 범벅된 채 컨디션이 지랄 같았거든.
그래도 꿋꿋이 삼뽀냐 불고 다녔어. 쉰 목으로. 대단한 정신력이었지.
그래서 목욕하고 원박사님께 하룻밤 신세지려고 찾아갔는데 전주대를 전북대로
잘못 알고 갔지뭐야. 그것도 택시로.
다행히 친절하고 고마운 택시 기사님 덕에 다시 전주대로 향하여 드디어 중국의
독재 통치자 원세개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후덕한 인상의 원박사님을 만나게 됐지.
이분 또한 명강의로 유명하신 분이셨어. 노자 공자는 특히.
하여, 김제에서 하룻밤 신세 졌는데, 역시 사나이들은 시원시원해.
거기서 또 노자돈 두둑이 얻었지.
금산사는 입구도 못 가보고 막걸리만 마시고 나왔지만.
하여튼, 전주에서의 일화들도 많지만 여기서 끝내고 원평행 버스를 탔어.
인구가 줄어들어 원평 버스터미널의 매표소는 아예 폐쇄됐드라구.
그래 정읍행 버스를 타고가는데 가다보니 승객이 우리 둘만 남았지뭐야.
덕분에 기사님과 얘기 많이 나눴지.
이 기사님의 인생살이가 또 만만찮으셨더라구.
첫번째 부인과 사별하고 두번째 부인도 사별하고 세번째 결혼하여 늦동이 낳고 사는데
그동안의 결혼 생활 중 제일 행복하시대.
잠깐이긴 하지만 공무원 생활도 해 봤고,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도 벌어봤고, 그러다 다시 빈털터리 되어 세번째 부인 만나 고작 시골버스
기사 노릇 하고 사는데 지금이 가장 행복하시대.
인생 드라마, 듣고 보면 모두 소설 같어.
어쨌건, 정읍에서 버스 갈아타고 내장사 오토 캠핑장에 다다랐는데,
(다음에...)
2012.11.10. 아낙네(
http://산적소굴.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