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9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수원대 교수협의회와 사교련(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 공동명의로 작성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동참하였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수원대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총장과 연관된 각종 비리 의혹과 공공성을 무시한 불투명한 대학운영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였으나 수원대의 수장인 총장은 대화를 거부한 채, 한 번도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설이나 복지 지출을 늘리는 등 지엽적이고 표피적인 변화만 모색할 뿐, 의혹 해명이나 근본적인 제도개혁 등의 조치는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수원대의 암담한 현실에 나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학 내부에서의 대화부재, 소통불능의 상황은 결국 나를 대학 외부, 즉 국가기관 등에 호소하는 방안을 찾도록 내몰았다고 봅니다.
수원대에 등록금을 충실하게 납부한 학부모와 학생은 국민의 일원으로써 대한민국 적정 수준의 대학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으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립된 사립대학교의 공교육 기능은 국가기관이 관리 감독해야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는 ‘수원대학교와 연관된 비리의혹을 밝히고 대학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립하라’는 성명서 발표에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나의 행동에 대하여 교무처장 김정호교수는 공문을 보내 참여교수 전원에게 출두하여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외활동을 판단하는 관점과 해명하라는 내용이 나를 매우 혼란스럽게 합니다. 나의 행동을 “본교에 대한 비방행동”, “고운학원 모든 가족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짓밟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단정 짓고 교무처에 출석하여 해명하라는 것입니다.
지난 며칠간 나의 행동을 성찰하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개인의 사적인 명예’와 ‘집단의 공적인 명예’를 구분하고, ‘일시적으로 명예를 짓밟는 행동’과 ‘장기적 안목에서 명예를 지키는 행동’을 변별하여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교협과 나의 행동에 대하여 수원대 구성원 사이에 형성된 서로 다른 의견이 소모적이고 상처만 남는 논쟁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민을 하던 중, 인터넷에서 언뜻 작년 4월 초 인터넷언론 뉴시스의 기사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받아온, 헝가리 대통령 사임”을 다시 찾았습니다. 관련기사를 더 읽어 볼수록 나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참 적절한 비교사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단으로서 ‘헝가리라는 나라 및 국민’과 일정 기간 그 국가의 대통령직을 맡은 ‘슈미트라는 개인’을, 각각 ‘수원대라는 대학교 및 구성원 전체’와 일정 임기 동안 대학의 총장직을 맡은 ‘이인수라는 개인’으로 아래와 같이 대응시켜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의 사적인 명예’ = 슈미트(헝가리 대통령)라는 개인의 명예 / 이인수(수원대 총장)
‘집단의 공적인 명예’ = 헝가리 국가와 국민의 명예 / 수원대와 교수, 학생, 직원
‘일시적으로 명예를 짓밟는 행동’ = 자국 대통령 의혹제기 및 비방 / 자교 총장 의혹제기
‘장기적 안목에서 명예를 지키는 행동’ = 학위박탈과 대통령 사임 / 의혹해명과 사법처리
이 사건의 경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2012년 1월 의혹제기 및 언론제보: 평소 슈미트대통령의 말글이 헝가리 대통령으로서의 품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시민의 제보. 철자 및 맞춤법 오류 다수 발견. 20년 전 박사논문 표절 의혹제기. [그의 박사논문에서 Seoul을 seoul로 잘못 표기한 사례도 지적]
2. 2012년 1월 – 2월 표절 부인 및 은폐: 언론의 의혹확인 과정에서 슈미트대통령 거짓 진술
3. 2012년 3월 27일 조사위원회 보고서 제출: 논문 조사위원회는 215쪽짜리 논문 중 180쪽이 다른 논문들과 "부분적으로 동일"하고, 17쪽은 "완전히 동일"하다며 해외에서 나온 논문을 기계적으로 번역해 상당 부분을 베꼈다고 발표.
4. 2012년 3월 29일 대학평의원회의 학위박탈 결정: 젬멜바이스 대학교 티바다 툴라시 총장은 “대학평의회는 찬성 33표, 반대 4표로 슈미트 대통령의 박사학위를 박탈하기로 결정했다”고 언론 발표
5. 2012년 4월 1일 라디오 대담에서 사임요구 공개거절: 슈미트 대통령은 박사학위를 박탈당한 뒤 거센 사임 요구에 대해 "나의 양심은 떳떳하다"며 "표절 문제와 (대통령직) 사임에는 관련이 없다"고 발언.
6. 2012년 4월 1일 퇴임요구 국회 앞 항의집회: 시민단체, 야당 퇴임요구 시위.
7. 2012년 4월 2일 대통령 사임: 5년 임기 중 20개월이 지난 시점에 슈미트 대통령은 의회에 출석해 "헝가리 헌법은 대통령은 국가의 통합을 표현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조항은 곧 본인의 개인적 문제가 내 사랑하는 나라를 통합시키기보다는 분열시키고 있을 때, 본인의 직무를 끝내고 대통령으로서의 전권을 사임하는 것이 의무임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하고 사임.
8. 2012년 4월 3일 BBC, Time 등 세계 언론 보도: 미국의 유력 주간지 Time은 인터넷 기사에서 헝가리라는 인구 1000만 명이 안 되는 “작은 국가에서 11명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했으며 미국 이민자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고 사임 기사에 함께 보도. BBC는 인터넷 유럽판 기사에서 헝가리 대학교의 학문적 엄격함과 도덕성 언급.
교수, 학생, 직원으로서 우리는 모두 수원대의 발전을 목표로 하며, 수원대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에 힘을 모으자고 같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해석을 하며 서로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개인보다는 수원대라는 집단의 공익을 우선하고, 우리 내부의 수치를 일시적으로 은폐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명예회복을 고려한 행동에 대한 안목을 공유해야 할 때입니다.
“고운학원 모든 가족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짓밟는 무책임한 행동”을 누가, 어떻게 했는지를 공정하게 밝혀서 수원대가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 참고한 자료
- The Contrarian Hungarian 20120113:
http://thecontrarianhungarian.wordpress.com/2012/01/13/pal-schmitts-plagiarized-doctoral-thesis-the-evidence/
- BBC News 20120329: Hungary president loses doctorate
http://www.bbc.co.uk/news/world-europe-17558166
- 뉴시스 20120402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받아온, 헝가리 대통령 사임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20402_0010973706&cID=10105&pID=10100
- Time 20120403
http://world.time.com/2012/04/03/hungarys-president-resigns-over-plagiarism-scandal-and-the-opposition-pounces/
- 포탈 다음 블로그 20120402
http://blog.daum.net/skyview999/15971543
- 프레시안 20120403 '논문 표절' 헝가리 대통령, 비난 여론에 결국 사임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20403102019
- 수원대학교 공문서
교무 2013-32, 교무 2013-39
첫댓글 헝가리 언론은 대통령의 표절을 풍자하는 사진을 2012년 1월 다음과 같이 실었습니다.
사진 아래에 표절을 뜻하는 단어의 철자를 대통령이 자주 쓰는 틀린 방식으로 적어 넣었습니다.
plagium -> palgium. 첫 3문자는 Pal Schmitt 대통령의 이름과 일치 합니다.
수원대의 그간의 잘못을 지적하고 반성하며 이를 시정하여 부끄럽지 않은 대학으로 가야할 길을 찾자는 일인데 그것이 어찌하여 수원대명예를 흔들었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지금까지의 수원대의 잘못된 점을 호도하고 일인의 의사에 메달려 대학의 운영이 잘못되어 오도록 방관한 대학의 부총장, 비서실장, 기획실장, 여러 처장님들의 행동과 처신이 대학의 잘못된 점들이 누누히 밝혀지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이를 시정하고자 하는 교수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처사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학생을 가르키는 교수의 입장에서 냉철히 생각해보아야할 점 아닌가?!
한번 묻습니다! 비서실장님, 그리고 학생처장님, 기획실장님, 교무처장님께! 그 동안 수원대학교에서 있어왔던 일들이 지어낸 일이며, 그 일들이 바로 수원대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 아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바로 카페에 들어오셔서 한번 대답을 실어보시기 바랍니다.
대학의 중책을 맡은 고위 보직교수라면 개인보다는 집단 전체,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하여
명예 훼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학생과 전체 교수, 전체 직원의 자긍심을 보살필 수 있는 자가 진정한 지도자입니다.
김정호 교무처장은 총장이 시켜서 그런 공문을 보냈을 뿐입니다. 김정호 교수님은 교무처장 보직 맏고서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칭병을 하든지, 능력없다고 하든지 해서 보직사표를 내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최선책이라고 이 곳에서 조언을 했건만,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내버려 둡시다. 수원대 내에서 김정호 교수의 명예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자업자득입니다.
인수1의 명예와 수원대의 명예를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교협이 생긴 이후 여러가지 진실이 밝혀져 인수1의 명예는 분명히 추락하였습니다. 이제 인수1이 총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으므로 인수1이 총장직에서 물러나면 됩니다. 오히려 총장이 물러나지 않기 때문에 수원대의 명예가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사람이 계속 총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 수 있는가? 주변 사람들이 이러한 질문을 계속해서 수원대 교수, 학생, 직원에게 던지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그런 질문을 받지 않았나요? 이종욱 총장님이 쌓아놓은 수원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인수1은 물러나는 것이 인간의 도리입니다.
100%동감입니다
이 게시글 4번 항목의 내용에 대한 출처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2012년 3월 29일자 인터넷판 기사를 추가합니다.
기자는 박사학위 박탈 결정에 대해 팔 슈미트 대통령 본인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한국을 방문하고 저녁에 귀국하여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http://www.spiegel.de/unispiegel/studium/ungarns-praesident-pal-schmitt-wird-doktorarbeit-aberkannt-a-824695.html
마중물님, 고생많으십니다. 교무처에서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동영상을 찍어서 고운학원 가족들, 전국대학교수협의회, 언론등에 공개해 주시길 바랍니다. 교무처장등 총장의 하수인으로 참석한 모든 분들의 인적사항은 자막으로 올려주시면 전국적으로 망신당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교무처장이 학교 명예 훼손에 대해서 해명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하여 우스운 것은 교협대표 3분과 이재익교수님, 박종수 교수님에게 수신인을 개인으로 하여 모두 5장의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가. 교협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겠지만, 종이 낭비가 심하군요. 그리고 왜 박배식 교수님에게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는지 그것도 우스운 일이고요. 교무처장의 깊은 뜻을 알 수가 없지만, 너무 치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재익 교수님에게는 공문을 보내고, 박배식 교수님에게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입니다. 똑같이 실명을 공개했는데, 왜 차별을 두는지요? 박배식 교수님을 봐주는 것인지, 이재익 교수님을 더 괴롭히는 것인지, 총장의 깊은 뜻을 알 수가 없군요.
박배식 교수님께 공문을 보내지 않은 것도 이상하지만, 교헙에 가입하여 활발히 아름다운 사진컬럼을 카페에 올려주신 박종수 교수님께는 무슨 명분으로 공문을 보냈는지 도무지 이해않됩니다. 총장의 웃기는 원칙때문에 오랜만에 웃어봅니다.
박배식 박종수. 어디서 헷갈렷을까요. 비슷한 것일랑 성씨 뿐이걸랑 두 번 확인도 없이 소명을 명하셨군요. 보셨죠? 당신의 승진도 연봉 인상도 그 누군가와 바꼈을 수 있는 것입니다. 허 참! 실제로 이번 연봉 인상에 바뀐 분들이 계셨다네요. 누굴 탓하겠어요. 지랄인 것은 당신이 대표님들과 닮았다던지 성씨며 이름 하나라도 비슷하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기냥 생김새가 마음에 안든다 거나 등 등 할라치면 승진은 커녕, 연봉 인하도 소명도 받는 것입니다. 개인과 학교의 명예요, 지들 살기 바쁜 상황 이해가시죠. 자자 이건 하나의 작은 징후일 뿐입니다. 변고가 있음을 예견하는 조짐, 행정의 몰락.
아, 그랬군요. 헷갈렸군요. 하여튼 수원대에서는 모든 것이 지맘이야!!!!!!!!!!!!!!!!!!!!
마중물님 진정한 교육자입니다. 마중물님과 같이 근무하고 있고 같은 뜻으로 임하고 있음에 큰 위안과 힘이 됩니다. 먼훗날 제자들에게 떳떳한 스승으로 기억되도록 헌신하겠습니다.
좋은 자료로 비아냥대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겠습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도덕과 윤리로, 된장과 똥을 구분할줄 아는 사람들로 만들어야지.
도도하게 흐르는 큰 물결을 막을 수가 없겠죠. 그 큰 흐름의 방향에 동참한 교수님의 의지에 감사와 밝은 미래를 봅니다.
흐르는 물살을 돌릴 수 있겠습니까. 수원대 보직자는 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세요. 추락하는 알량한 권력의 끄뜨머리를 붙잡고 일신의 사욕을 채워보겠다고요. 언론, 민의와 정의의 여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 잊지마세요.
마중물님께 감사드립니다. 저 뿐 아니라 주변 여러 교수님들께서 마중물님의 글, 생각에 많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옳고 곧음, 그것은 결국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내 주변, 아니, 그보다 더 큰 반경의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동구권국가에서 민주화가 진행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국가에서도 도덕성, 윤리성의 흠으로 최고권력도
내어 놓는 데, 교육기관의 수장으로서 더욱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위에서 아집을 부림은 무슨 변고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