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엘리뜨에게 역성들기>
조선일보에서 ‘올해의 책 10’으로 선정한 저서 중에 피터 터친이 쓴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가 있다. 그 내용에 사회 안정에 가장 위험한 직군은 법률 전문직이라는 주장이 있어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어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다.
법대를 졸업했지만 사법시험에 낙방하여 회사원으로 일했고 다 늦게 사십대에 미국 뉴욕주 변호사가 된 나를 한국 사회에서는 아무도 법률 전문직으로 쳐주질 않는다. 그러므로 법률 전문직 때문에 사회가 불안정해진다는 주장에 해당 무인 내가 핏대를 올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동문수학하여 사시에 합격하여 법조계에서 활약한 많은 동기들을 떠올리니 이 주장이 망발은 아니더라도 큰 어폐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미국은 변호사가 116만명이나 되어 국민 250명당 변호사가 1명이 있는 구조이니 아무리 미국인이 권리의식이 강하고 사소한 거래에도 변호사를 이용한다고 해도 변호사가 지나치게 많다. 그러므로 많은 변호사가 제한된 수의 공직을 둘러싸고 심한 경쟁을 하며 그 과정에서 온갖 사소한 사항을 두고 따지고 들면서 효율적 행정을 가로막고 사회에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하고 있는 점을 보면 저자의 지적은 일면 타당하게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변호사 중에서 고액 연봉을 못받는 변호사들이 반엘리뜨로 변신하여 기성질서를 뒤엎는 선도 및 주축이 될 수가 있으므로 사회 안정에 위험하다는 저자의 지적은 현상 진단이 너무 과장되었다고 판단된다.
미국은 지네 사정이고 그럼 한국은 어떠한가?
2025년 현재 한국이야말로 변호사가 사회 안정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주역인 직종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변호사 출신인 이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법안들은 헌법을 위반하고 삼권분립을 능멸한 내용으로 가득하니 이런 말이 자연히 나오게 된다.
그러나 그런 허물이 전체 법조인, 특히 엘리트 법조인들에게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런 잘못은 삼류 변호사 및 사이비 법조인들에게 있다. 판검사에 임용이 되지 않는 그들에게 선출직 공무원직은 경쟁이 날로 심해지는 법률시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매력적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종래 국회의원이나 시장직은 고위 공무원을 역임한 이들이 명망을 이용하여 진출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으나 이제는 젊은 변호사들이 구.시.도의원이나 국회의원 보좌관부터 시작하여 상승을 모색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현상 자체는 환영할 만하나 문제는 그들이 삼류 내지 사이비 법조인이란 점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면 법조인 중에 삼류나 사이비가 섞여들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있는가? 그 방안은 변호사 합격자의 질을 높히고, 법조인이 타락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변호사의 질을 높힌다는 면에서 법학 전문대학원을 설치하고 변호사 시험을 종래의 암기식 논술 형식에서 벗어나 사례 중심으로 변경한 것은 잘한 것이고, 대학원 학생 정원 및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는 현재보다 대폭 감축해야 하는데 양을 줄여야 질이 상승하는 이치를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임의로 정해본 각 연대별 적정 사시(변호사) 합격자 숫자는 1970년대 100명으로 시작해서 매 10년마다 100명씩 증가하게 하여 80년대 200명, 2020년대에는 600명선(현재 실제 합격자는 1700명선)으로 했으면 좋았으리란 생각이다. 실제로 1980년대 사시 합격자는 300명을 넘나들었는데 그 연대에 합격한 면면, 이재명, 추미애, 송영길, 윤석열을 보면 만약 200명을 합격시켰다면 그들이 합격하여 법조인이 되었을지 의문이다.
법조인이 법과 양심에 따라 성실하게 맡은바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선 법관의 독립성을 보전하기 위해서 법관의 종신제를 도입해야 한다. 다음 법조인의 윤리에 충실하기 위해 사직하는 판검사와 사내 변호사들이 변호사로서 중산층의 생활을 영위할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변호사 숫자의 적정선 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설마 변호사가 못 살겠느냐고 일반 대중은 생각할 지도 모르나 변호사 아들을 둔 내가 직접 겪은 바가 있어 자신있게 말하니 무명의 변호사는 굶기 십상이라는 사실이다.
변호사의 증원을 주장하는 이들은 국민이 변호사의 조력을 쉽게 받도록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나, 변호사의 조력을 쉽게 받거나 어렵게 받거나 훌륭한 판검사와 변호사를 만나면 다행이고,삼류 판검사나 변호사를 만나면 민생이 고달파지니, 분쟁은 가급적 송사를 피하고 화해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이다. 그러니 국민으로 하여금 툭하면 변호사를 찾아 대법원까지 3심 그것도 넘어 4심을 하도록 부추길 것이 아니고 솔로몬 같은 법조인을 만나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회가 되도록 법조인부터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노력의 하나로써 원로 법조인인 우리 동창들이 현재 행해지고 있는 사법권 침탈에 대해 엄히 질책하는 의견을 내면 참 좋겠다는 것이 내 짧은 소견이다. 허지만 X이 무서워 피하는 것이 아니고 더러워 피한다는 옛말도 있고, 요즈음 고소고발의 남발을 보면 X이 더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니 그저 손 놓고 한숨만 쉴 수밖에 없으신지도 모르겠다.(끝)
첫댓글 영준공! 10, 11, 12월에 각각 한 건씩 써서 올렸으니 질은 형편없어도 건수는 채웠으니 뭐라 하지 마세요. 올해 마감입니다. 연말연시 즐겁게 지내십시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새해에도 계속해서 재미있고 좋은 글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