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새벽에 잠을 설치고 6시에 동검도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지각으로 같이 출발하지 못한 분도 있었구요.
옅게 안개가 끼어있어 걱정을 했지만 바람이 불지 않고 잔잔하여 더할 나위없이 좋은 출항이었습니다. 강화갯벌센터 문인아 국장이 유기농 볏단을 3단이나 가져왔고 주변에서 풀과 나뭇가지를 열심히 모아서 배에 실었답니다.
지난 4월 5일 파도를 모두 뒤집어 쓰면서 들어가 둥지터를 만들어주고 둥지재료를 넣어주고 왔는데 과연 얼마나 둥지를 틀고 있을까요? 6시 40분경, 뿌연 안개 속에 함께 수하암 저어새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많습니다!! 100여마나 되네요.
지난 번 전해준 둥지재료를 가득 안고 앉아 있습니다. 와우 ~ .
보이시죠? 이들이 재료로 이용하고 있는 것들 거의 모두 우리가 가져다준 것들이랍니다.
번식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입도하였습니다. 미안하지만 잠깐만...
섬이 너무나 작죠???? 인천 남동유수지의 또다른 저어새 번식지인 인공섬은 이에 비해 무척 큰 편이랍니다. 그곳도 작지만 이곳은 인공섬의 15% 면적에 불과하네요.
세상에!! 발 디딜 틈이 없네요. 파도가 치면 금방 잠길 듯한 낮은 곳에 정말 많이 번식하고 있습니다. 이미 새끼가 부화하거나 한창 부화 중이었어요. 빠르네요. 어떤 새끼들은 벌써 자라서 걸어다닐 수 있을 듯 했어요.
급하게 가져간 녹색풀과 볏짚을 풀어 주변에 깔아 주었어요. 태어난 새끼들이 다치지 않고 비에 젖지 않고 포근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할 이불 같은 것이지요. 부디 잘 자라길 바라며 급히 나왔답니다. 둥지 수를 셀 경황도 없이 돌아왔어요. 하지만 정말 기쁘더군요. 지난번 바람,파도 고생 땜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던 선장님도 기뻐하시네요.
사진을 분석해 보니 둥지가 32개는 되는 듯 합니다. 이 좁은 곳에 대단한 숫자입니다. 그 중엔 알을 무려 5개나 품고있는 둥지도 있더군요. 앞에 보이시죠?? 저는 5개 알이 있는 둥지를 10년 연구 중에 처음 보았어요. 새들은 보통 자신이 키울 수 있는 만큼 알을 낳아 키우는 경향이 있답니다. 알이 많은 것으로 보아 어미가 번식하기 편안함을 느낀 듯 합니다.
다시 배를 돌려 각시암으로 부지런히 갔답니다. 그동안 안개가 더 짙어지고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더군요. 10여km를 달려 한참만에 각시암을 찾았답니다. 역시 저어새들도 보입니다. 과연 이곳은 어떨까요?? 사람들이 많이 찾고 매년 사리때면 둥지가 잠기는 곳인데... 번식을 잘 하라고 지난 3월말과 4월 초에 둥지자리를 보강해주고 2번이나 고추대와 포도넝쿨을 많이 넣어주었답니다.
역시나 기대처럼 저어새들이 보입니다. 곳곳에 우리가 가져다준 재료로 둥지를 튼 모습이 보이구요. 미안하지만 둥지 확인을 위해 급하게 입도하였답니다. 역시 섬이 작지요??? 작기는 해도 보따리처럼 생긴 바위 안은 사리때 물이 차지 않은 가장 안전한 곳이랍니다. 이곳에 둥지터를 최대 9개 가능하도록 만들어주었지요? 예쁜 지연이가 똥으로 덮힌 바위에 용감하게 올라가 확인을 합니다.
예상대로 둥지들이 많네요. 우리가 너무 재료를 많이 넣어준 것일까요? 나뭇가지가 둥지마다 두껍게 쌓였네요. 싸우지 말라고 경계를 만들어준 돌들이 파묻혀 보이지도 않게 되었네요. 다음엔 조금만 줘야겠습니다. 사랑이 지나치면 일을 그르치는 법인가 봅니다. 서로 싸우느라 굴러떨어트린 알들이 둥지 틈 사이에 여럿 보입니다. 장소 싸움에 번식시기도 늦어진 듯 합니다. 아직 부화는 느리고 알인 상태가 많네요. 여기도 5개 알이 있네요. 세상에나 올해 어쩐 일이죠??.
비좁은 틈에 의지해 겨우 알을 1개 낳고 있는 둥지도 보입니다. 재료를 넉넉하게 주었지만 이곳도 힘있는 자의 욕심과 약한자의 궁핍함은 함께 존재하네요. 알이 두툼한 가지 사이로 빠지지 않고 부족한 재료를 보충하도록 옆에 부드러운 볏단을 올려주고 왔어요. 그리고 주변에도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넉넉하게 흩어 놓고 왔어요. 소가 당장이라도 먹을 수 있는 유기농 볏짚이랍니다.
평바위 건너 얼굴바위의 귀와 어깨, 등에도 번식을 하네요. 함허동천으로 들어간 야속한 낭군을 뒤로하고 슬픈 마음에 입을 굳게 다물고 돌이되어버린 각시바위님도 심심하지 않을 거예요. 웃으세요. 곧 애기들이 많이 태어날거예요. 이곳에 6개 둥지를 합해 우리가 예상한 15개 둥지가 모두 만들어졌답니다. 대성공!!!
다만 아래 낮은 곳에 둥지를 틀었던 새들은 올해도 물이 넘쳐 둥지가 파괴되고 알이 파도에 떠내려가는 슬픔을 맛보아야 했답니다. 굴러다니다 돌 위에 깨져있는 얼마되지 않는 알 1개를 보며 물에 잠기는 둥지를 보며 어미가 느꼈을 고통을 봅니다. 아직 산란의 고통을 말해주듯 알 표면에는 피가 남아있더군요. 각시암은 너무나 작아 더 이상의 둥지를 허락하지 않네요. 가져간 볏단을 모아 둥지처럼 만든 후 올려놓아 피어나지 못한 영혼을 달래주었습니다.
함께 하신 분들입니다.
왼쪽부터 강화갯벌센터의 여상경님, 문인아국장님, 경희대 이지연님, 안부성이사님, 권인기님, 저입니다. 마음이 따뜻하고 멋진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여상경님과 문인아국장님이 아니었으면 좋은 둥지재료를 준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조사 준비와 고무보트 조립을 위해 인기와 지연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지요. 제가 많이 괴롭혔죠? 너무 힘들어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둘을 위해 용돈하라고 선듯 주시던 안부성이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격려가 가난한 학생들에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분 더, 사진을 찍어주신 탁준식회원님, 회사일로 어렵고 바쁜 와중에도 지난번 고생을 함게 하고 지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물새네트워크의 많은 회원분들이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늘 마음과 뜻은 함께임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성원과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저어새를 사랑하고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저어새가 많이지는 그날까지 우리 물새네트워크과 강화갯벌센터, 국립생물자원관, 인천저어새네트워크, (주)현대자동차는 앞으로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사라지는 생명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입니다.
저어새와 가락지 결연을 맺어주세요. 저어새가 살아남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저어새 후원금으로 올해부터 각시암, 수하암, 남동지에 각각 무인 센스카메라를 설치하였습니다. 저어새의 번식상황을 방해없이 모니터링할 수 있고 행여 있을지 모르는 둥지 훼손이나 번식 방해 행위를 사진을 찍어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알을 가져가면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있답니다. 일종의 감시카메라인 셈이죠. 앞으론 저어새들이 더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