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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의 ‘마지막 수업’을 기억하나? 어릴 적 한 번은 읽어보았을 소설이다. 한 소년이 살던 프랑스 국경 마을이 독일 영토로 바뀌면서 더 이상 프랑스어를 배울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와 닮은 부분도 있고, 교과서에도 실려 우리에게 익숙한데,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는 바로 이 소설의 배경이 된 도시다. 최근 인기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소설의 배경이 된 스트라스부르
▲ 스트라스부르는 라인강(Rhein River), 론강(Rhone River)을 잇는 운하를 끼고 있다.
스트라스부르를 떠오르게 하는 것에는 유럽 전역의 관광객으로 붐비는 크리스마스 마켓, 유럽 통합의 상징인 유럽연합 의회, 구텐베르크의 활자술 등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익숙한 것은 바로 ‘쁘띠 프랑스(Petite France)’일 것이다.
▲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
우리나라 가평에 있는 프랑스 테마 마을의 이름도 쁘띠 프랑스다. ‘작은’이라는 뜻을 가진 ‘쁘띠’는 어감도 좋아 샹송에서도 자주 쓰이는 불어다. 그럼 스트라스부르의 쁘띠 프랑스는 프랑스 전체를 작게 옮겨놓은 마을일까? 사실 스트라스부르의 쁘띠 프랑스는 작은 프랑스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 아니다.
특히 건축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스트라스부르의 쁘띠 프랑스를 보고 ‘작은 프랑스’가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을 거다. 스트라스부르는 독일과 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도시로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영토에 번갈아 편입됐다.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의 건축 양식이 공존한다.
쁘띠 프랑스는 프랑수아 1세 시절 성병에 걸린 사람들을 이곳에 모아 격리해 치료한 것에서 유래한다. 당시 이 성병을 ‘프랑스 질병’이라고 칭했는데, 그 발음이 쁘띠와 유사했다고 한다. 프랑스 정부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곳에서 병든 몸과 마음을 치료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곳에 살게 했다.
▲ 강을 따라 늘어선 독특한 쁘띠 프랑스의 건물들
▲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아침이면 쁘띠 프랑스를 산책하는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봄이 되면 더욱 아름다워지는 쁘띠 프랑스
▲ 강을 따라 활짝 핀 라벤더
쁘띠 프랑스에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다. 198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스트라스부르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들은 강을 따라 늘어선 프랑스 전통 건물을 마을의 명소라고 생각한다. 쁘띠 프랑스를 둘러보고자 한다면 바토라마(Batorama)라는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마을을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쁘띠 프랑스에서 유럽의회 건물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1시간 동안 운행하며 요금은 10유로가 조금 넘는다.
쁘띠 프랑스 여행 TIP
① 스트라스부르에서는 바토라마표를 사는 것보다 ‘스트라스부르 패스(Strasbourg pass)'를 사는 편이 좋다. 바토라마, 노트르담 대성당에 올라가기, 박물관 1곳 입장권, 반나절 동안의 자전거 대여료 등의 혜택이 있다. (가격 성인 14.9유로 어린이 7.45유로) 스트라스부르에는 지하철이 없고 트램과 버스만 있다. 이때 쁘띠 프랑스를 구경하려면 자전거를 타고 강가를 따라 달리면 아름다운 풍경을 더욱 잘 즐길 수 있다.
② 바토라마를 타려면 스트라스부르 중앙역에서 트램 C을 타고 갈리아(Gallia)역으로 가자. 강가를 따라 걸으면 선착장을 찾을 수 있다.
③ 쁘띠 프랑스에는 식당이 많이 없다. 또,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이 무척 비싼 편이다. 그보다 중앙역과도 가깝고 다양한 음식점이 있는 노트르담 성당 근처로 가는 게 좋다.
④ 바토라마에 있는 헤드셋을 착용하면 마을 내 건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16번 버튼을 누르면, 한국어로 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⑤ 트램 이용 시, 일정에 따라 1일권, 3일권으로 구매하면 더 저렴하다. 참고로 1회권은 1.7유로다. 티켓을 사도 트램역에 있는 기계에 넣고 ‘밸리드(Valid, 검표)’를 하지 않으면 검표원에 의해 벌금을 물게 될 수 있으니 꼭 기계에 넣고 표에 시간과 날짜가 찍히는지 확인해야 한다.
⑥ 유람선을 탈 때 운전자 기준으로 오른쪽 자리에 앉으면 쁘띠 프랑스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 스트라스부르의 바토라마
▲ 노트르담 성당으로 향하는 바토라마
▲ 쁘띠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강이 가장 넓어지는 부분
▲ 바토라마 내부에서 촬영한 쁘띠 프랑스의 모습. 봄, 여름에는 창을 다 열고 운행하지만 가을, 겨울에는 창을 닫고 운행한다. 그래서 창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다. 쁘띠 프랑스 입구에서 운하의 높낮이를 조절하기 위해 운전자가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쁘띠 프랑스와 유럽의회 건물을 볼 수 있는 유람선 지도(출처: http://www.batorama.com)
수상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스트라스부르는 강이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강의 높낮이를 맞추기 위해 설치된 제방(Barrage Vauban)을 볼 수 있다. 수심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할 때면 제방의 문을 닫아 수심을 맞추고 나서야 지날 수 있는 길도 있다. 제방의 문은 수동으로 닫아야 해 배를 운행하는 운전자가 내려 직접 문을 닫는다.
인터넷에 쁘띠 프랑스라고 검색하면, 건물 위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뜬다. 위에서 보면 강가를 따라 늘어선 건물의 지붕이 참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쁘띠 프랑스의 건물은 만화에서 나올법한 창문 모양을 가지고 있어 창문과 지붕을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한다.
쁘띠 프랑스가 마음에 들었다면, 근처에 있는 콜마르(Colmar)에 가 보는 것도 좋다. 이곳에도 쁘띠 프랑스 건물과 비슷한 모양의 창문을 가진 건물이 모여있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두 마을은 실제로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주인공 소피가 일하는 모자 가게도 콜마르에 있는 수제 모자 가게를 모태로 하고 있다.
쁘띠 프랑스에 있는 건물에는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유난히 햇볕 쬐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강을 따라 건물들을 감상하다 보면 넓은 발코니에 테이블과 의자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봄이 되면 발코니에 앉아 차를 마시며 강을 내려다보거나 직접 강가로 나와 눕는다. 여유 있는 삶을 중시하는 프랑스인에게도 스트라스부르는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다. 스트라스부르에 오면 쁘띠 프랑스에 꼭 들러 보자. 독일과 프랑스의 건축 양식이 함께 공존하는 모습과 프랑스인들의 여유와 낭만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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