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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가 일주일을 보내고 떠났다.
지난주 일요일(14일) 메르스 때문에 어린이집이 며칠 문을 닫는다고
제 어미가 이곳에 맡겨 놓았었다.
그날 밤 떠나는 엄마를 따라 간다고 울며 발버둥을 쳤지만
그래도 그날 밤을 엄마를 찾지 않고 곱게 잠들었고,
하루 밤을 보낼 때마다 손가락을 꼽으며 엄마가 올 날을 세면서도
정말로 의젓하게 일주일을 잘 보냈다.
지난 번 왔을 때 까지만 해도 선유가 노트북을 만질까 봐
다락에 들어가 문을 잠가 놓고,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선유를 모른척하며 파일을 보내는 작업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트북을 펴 놓고,
옆에서 데스크 탑으로 작업하며 흘깃흘깃 감시를 하고 있으면 노트북을 만지지 않았다.
제 장난감으로 저 혼자 중얼거리며 놀던가 TV를 볼 뿐, 노트북을 만지려 하지 않았다.
선유가 온다고 했을 때 작업을 않할 수도 없고,
선유와 싸우며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선유의 그 의젓(?)함에 힘입어 별 탈 없이 일주일을 보냈다.
선유는 5살이라고 하며 손을 5개 펴보이지만 오는 11월 14일에나 만 4살이 된다.
종알 대는 목소리는 그 나이 그대로 이지만
그 말의 내용은 하루에 몇번씩 깜짝깜짝 놀래야만 된다.
한달 전에 탕수육을 먹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지만, 또 탕수육을 먹고 싶다고 해서,
그 중국음식점 에 데리고 갔더니,
문 앞에서 "먼저 번에 왔던 집이네"라고 하는 것이다.
깜짝 놀라 선유의 얼굴을 다시 처다보지 않을 수 없을 만한 말이었다.
하지만 선유는 그 집을 알아 보았으나
그 집은 음식을 먹으려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된다고 했다.
도시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만들어 놓은 재료가 바닥이 나서 다시 만들어야 된다는 말이었다.
"탕수육, 탕수육"을 외치는 선유를 달래며 다른 음식점으로 가며
"내일 할배가 피자를 사줄께 참아라 "하고 달랬었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 일어나자 마자
"오늘 할아버지가 오늘 피자를 사준다고 했지?"하는 것이었다.
웬만하면 잊어 버릴 만도 한데 어김 없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몇달전 까지도 선유가 무슨 말을 하면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할만큼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말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말의 발음은 정확했고,
그냥 지꺼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속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이었다.
오후가 되서 피자를 사고, 아내를 그곳 마을에 남겨 놓고
선유와 둘이서만 돌아 왔다가 바로 또 나갈 것이기에
차를 대충 주차해 놓고, 안아 내렸더니, 내리자마자 차를 바라보며
"할아버지 이렇게 차를 대 놓으면 할머니한테 혼나"하는 것이다.
그저 기가막혀 벌어진 입을 다물기가 어려웠다.
한 이틀 지나는 동안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혼이 나며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 모양이었다.
식탁에 앉아서도 "할머니 화났어 조심해야 되"하면서 속삭이기도 한다.
요즘 아기들이 그만한 월령이면 그렇게 하는 것인지,
선유만 그렇게 하는 것인지 정말 놀랄 뿐이다.
제 어미가 저와 같이 있지 못하는 것이 미안해서
이것 저것 사달라고 하는 대로 사준 장난감이 꽤 많고,
이번에도 요즘 사준 장난감을 박스로 가지고 내려 왔다.
모두 차와 로봇을 변형 시킬 수 있는 변신 로봇이다.
내가 컴을 하는 동안 옆에서 열심히 로봇을 자동차로 변신시키고,
자동차를 다시 로봇으로 변신 시키며 시간을 보낸다.
대부분 제 엄마와 같이 해보던 작업이라 자유로히 변형을 시키지만
모르는 것이 있어도 나나 제 할머니에게 물어 보지 않는다.
"물어 보아야 모를 것"이라고 간주하고 묻지 않는 것같다.
"어떻게 할거니?"하고 물으면
"엄마 오면 엄마한테 물을 거야"하고 대답한다.
가르쳐 줄 사람은 제 엄마 뿐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선유가 물어 오면 어떻게 하는 것인지 연구하느라고
꽤 애를 먹었는데, 일을 만들어 주지 않아서 좋기는 하지만
이제 머지 않아 "할아버지는 바보야, 할머니는 바보야"란 말을 들어야 될 것 같다.
우리 부부만 살 때는 주로 드라마와 뉴스를 보았지만
며칠 동안은 되도록 작업을 빨리 끝내고 , 선유와 만화를 보았다.
차와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를 선유는 좋아 한다.
선유는 TV속의 차와 로봇이 변신하며 활약을 하는 것이 신기해서 홀린 듯 바라보고
나는 선유의 그 모습이 신기해서 홀린듯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로봇 만화를 보는 중에 선유가 "저게 00 이야 할아버지, 사줄 수 있어?" 하며
나는 이름도 모르고 지금은 기억할 수도 없는 로봇을 사줄 수 있는 가 물어 본다.
할아버지가 한번도 장난감을 사준적이 없으니
사 줄수 있는 사람인지 탐지해 보는 말이다.
무심코 "그래"하고 대답했더니
신이나서 이름도 알수 없는 로봇의 이름을 열거하며
"뭣도 뭣도 사줄거야?"하고 묻는다.
그까짓 장난감 얼마나 되랴고 생각하면서 모두 사준다고 했더니.
딸의 말이 "장난감이 얼마나 비싼데 그 대답을 다 했어. 아빠는 이제 선유에게 빚을
진거야"라고 한다.
서울에 올라가면 그 중의 하나만을 사주며 그것으로 끝내자고 사정을 해야 될 것 같다.
선유는 정확한 발음으로 한번 들으면 잊어 버리지 않는 기억력으로 생각을 정리해 말을
하는 어린이가 된 것 같다.
며칠 동안 오토바이를 태워서 농로길을 산책하기도 했다.
지난 번에 하얀비닐로 포장 된 커다란 짚덩이가 "무엇이냐"고 묻길래
"소가 먹을 짚"이라고 대답해 주었어더니
발음이 같은 '집'과 '짚'이 어떻게 다르고,
왜 소 먹이가 되는지 알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서
목장으로 데려가 반쯤 풀어 놓은 그 덩이를 보여 주며
"저 것은 소가 먹는 짚이고, 집은 사람이 사는 거야"하고 가르쳐 준 일이있다.
이번의 산책길에는 그 비닐에 쌓이 덩어리를를 보며, '소먹이'라고 한다.
한달 전에 가르쳐 준 것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누렁소는 왜 누런거야"하고 묻길래 "엄마 소가 누렁소라 그런거야"라고
대답해 주었더니
"그럼 얼룩송아지는 엄마소가 얼룩소라 얼룩 송아지야?"하고 묻는다.
"그래"하고 대답하며 얼른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하고 노래를 부르며
더 물어 올 것을 피했는데, 다음 번에는 "엄마얼룩소는 왜 얼룩소야?"하고
묻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이글을 읽어 주시는 분은 "손자 자랑을 너무 한다"고 말씀하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선유가 보는 이 세상이 신기한 것 이상으로
선유가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룡이 등장하는 만화를 보면서
"게르니 사우르스는 몸집이 커도 풀을 뜯어 먹는 초식 공룡이고, 시라노 사우르스는 작은 공룡을 잡아 먹고 사는 육식 공룡이야" 하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기가 막혀서 벌어진 입을 한참이나 다물지 못했다.
어린이집에서 공룡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 같은데,
하나도 잊어 버리지 않고, 그대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지난번 글에 '이제 어린이'라고 했지만 정말 아기 시절은 끝난 것 같다.
대견하고 흐뭇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어린이집에 보낸 탓으로 저렇게 영리해 진 것 같은데
"그것이 아기들에게 좋은 것일까?"하는 생각도 든다.
엄마가 오기 전날인 금요일날은
"엄마가 오고 난 후에도 여기서 살아도 되?"하고 물었었다.
"왜? 선유는 엄마를 따라 가야지지"하는 내 대답에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대답을했다.
"지율이 하고 예림이 않보고 싶어?"하고 물었더니
"보고 싶기는 하지만...."하고 말을 흐린다.
며칠동안 제 말을 다 들어 주고, 하루 종일 같이 놀아 주었더니
여기가 좋은 모양이었다.
만 4살이 채 않된 나이, 우리는 집안에서 모든 응석을 다 부리며 살던 나이였다.
선유가 보이는 놀라운 것들은 행동하지 못했지만
그 나이에 그렇게 지내는 것이
아기에게는 행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선유는 떠났다.
제 어미가 나름대로 챙겼지만 그래도 목욕탕에 칫솔과 비누,
TV 앞엔 먹다간 남긴 과자 봉지가 몇 봉 덩그러니 놓여 있다.
목소리가 있는대로 소리를 질러서 어른 몇몫을 하던 집에 다시 정적이 찾아 왔다.
선유는 떠나며 많은 아쉬움으로 떠났지만 커갈수록 훌쩍 떠날 것이다.
그러다 점점 오는 회수가 줄어 들며 1년에 한번도 오지 않는 날들이 올 것이다.
15개월 간 기르면서 정이 들대로 든 녀석.
자라는 것이 대견하고 그것을 보는 것은 즐겁지만
'너무 작아서 눈물이 고이던 예쁜 모습'이 점점 변해 갈 것은 아쉬운 일이다.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귀한 할아버지의 사랑~~ 참 따뜻합니다~~
할아버지를 오래 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커서도 문득, 따뜻하게...
그러게요 세월은 무척이나 빠르군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라고 했는지 공감하는 요즈음 입니다
지금은 더 자라서 건강하고, 씩씩하겠어요.
이쁘네요~
아고, 그새 많이 컸겠네요 ㅎㅎ
아이는 축복.
아유 귀여워요ㅋㅋㅋ
한참 예쁠때 이네요
민들레부는 모습보니 내아이 어릴적 생각납니다^^
너무귀여워요 ㅋㅋㅋ
할아버지의 깊은 마음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1년 넘게 이후 소식이 없네요.
귀엽네요
귀여워요^^!
너무 귀엽네요 두상이 정말 예뻐요
곤석 귀요미넹~~!
잘 지내고 있을까요 행복하세요
아우 귀여워라
귀한 생명입니다
귀엽네요^^
귀엽네요ㅋ
예쁘네요
예쁘고 귀여워요 :)
귀엽네요~
귀엽고 이쁘네요
우와~~ 아가가 잘 자랏음 좋겠어요~~
어린 아이들은 아무도 밟지않은 첫눈 같이 순수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손자들은 왜? 무조건 사랑스럽고 예쁠까요?
천사네요... 자라서 좋은 나라에 살아야 할텐데..
글을 잔잔하게 참 잘쓰십니다.....잘보고갑니다.
아이들은 항상 옳습니다. 잘못은 어른 몫이지요..ㅎㅎ 이뻐라
귀욤이
저도 얼마후면 딸이 출가를 합니다.
얼마후에는 저도 의젓한 손주와 예쁜손녀 보기를 기대합니다^^
좋으시겠어요^^
귀엽네요
1주일의 행복을 선사한 선유도 사랑스럽지만 온화함으로 손자를 대하시는 보리수 선생님도 감동스러운 모습입니다.훗날 저희도 이런 그림을 그려 봅니다.
훗날 보리수님의 글을 보며 선유가 할아버지의 사랑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귀여워요
아구 아꼽다 이뻐요:)
귀엽습니다~
말씀을 재미있게 잘 하십니다^^
이 카페에 오랜만에 들어오니
선유가 잘 지내나 궁금해 들어와봤어요
건강히 잘 자라고 있길 바라며 글 남겨요^^
예뻐요~~
아이들 크는걸 보면 마냥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