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괴짜라고 하면, 아베, 트럼프, 카다피처럼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기중심주의에 빠져 많은 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인간쓰레기들까지 통칭되지만, 奇人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인생의 본질을 깨닫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실행하는 이들이라 절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저도 그리 유명한 기인은 아니지만, 진짜 기인을 한 분 알고 있습니다.
‘정무진’
우리나라에 인도 열품을 일으킨 ‘인도로 가는 길’의 저자이고, 우리나라에서 이 분만큼 印度를 많이 아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힌두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서 문화관광부에서 인도 인사를 초빙하거나 인도 관련 행사를 할 때면 늘 이 분한테 맡기고,
이 분 지인 중에 인도 내 저명 인사들이 다수 있어 인도문화원장과 한-인교류협회를 창립하고, 회장까지 지내셨거든요.
30년 전입니다.
미치도록 인도가 가고 싶어 인도 관련 카페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알찬 정보가 제일 카페에 가입했는데, 이 분이 카페지기였습니다.
저보다 4살이 많아 그때부터 형님으로 모시면서 인사동, 삼청동, 관철동 등지의 선술집을 전전하며, 형님과 밤새 술을 마신 적도 많았습니다.
형님은 길게 늘어뜨린 꽁지머리와 콧수염, 그리고 늘 똑같은 남루한 바지 저고리를 입고 인사동 거리를 활보하시기 때문에 인사동을
자주 찾는 이들 중에 형님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 형님하고 만나면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나 몰라요.
인생관부터 배울 게 너무도 많고, 이야기를 진짜 재미있게 풀어가시거든요.
첨부된 조선일보 기사에서 보듯이 젊어서부터 인도에 매료돼 홀로 인도 전역을 5년간 돌아다니며, 요가와 참선 등을 배워 서울에서
요가학원을 운영한 적도 있습니다.
이 형님의 기행 한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지금은 강원도 홍천 숲속에서 자유로이 살고 계시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삼청동에서 살았습니다.
삼청동은 부자 동네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10평 내외의 하꼬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차도 들어갈 수 없는 완전 달동네이기 때문입니다.
한여름에 형님 집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문 열고 들어서면 바로 부엌이고, 그 옆에 조그만 방이 전부인데, 물론 에어컨은 없고, 탈탈거리는 고물 선풍기 한 대가 고작입니다.
요즘 같이 36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실내 온도는 필시 50도를 훌쩍 넘을 것입니다.
형님 댁에 가면 언제나 가부좌 틀고 참선을 계시거나, 책을 집필하고 계셨습니다.
“아이고, 형님! 난 형님 집에만 들어오면 한증막에 온 것처럼 숨도 못 쉬겠는데, 형님은 어떻게 이런 데서 하루종일 보내요?”하고 물으면
“가만히 있으면 하나도 덥지 않아. 나처럼 해봐.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는데, 깊이 명상해서 또 다른 나를 찾아가면, 추위와 더위는 물론,
지긋지긋한 生老病死의 번뇌도 모두 사라질 테니까.”
형님은 내가 지금의 인생관을 확립하는데 가장 많이 기여한 분입니다.
나도 형님처럼 산속에 들어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세상을 등지고, 내 하고픈 일 맘껏 하며 말년을 보내려 하고 있거든요.
그걸 위해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를 틈날 때마다 보면서 그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고, 임업후계자 자격 취득을 시작으로
황토집 짓는 법, 산양삼과 약초 재배법 등을 차근차근 배워가고 있습니다.
근데 희한한 게 있어요.
내 또래 중년 남성들은 대부분은 나처럼 말년을 자연인으로 보내는 걸 로망으로 여기고 부러워하던데, 여자들은 그 얘기만 하면 팔짝 뛰거든요.
아내만 해도 ‘가려면 당신 혼자 가요. 나는 안 갈 테니.“
어느 누가 반대하더라도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입니다.
아무도 막지 못할 겁니다.
나에게 자연인은 수십년 전부터 꿈꾸어오던 나의 삶, 그 자체거든요.
(자연인의 호방한 웃음이 너무 좋습니다. 사회에서 인간들한테 배신을 당하고, 산에 들어와 꼭꼭 숨어지냈더니 온갖 시름을 훌훌
떨쳐버리고 웃음을 되찾게 됐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기사는 아래와 같고, 제목은 ’은행 숲에는 순애보 남편이… 자은리 골짝엔 求道하는 부부가…입니다. 짬내서 한번 읽어보세요.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07/20151007024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