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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단법인 베누스토 (일산지부) 원문보기 글쓴이: venusto6

왼쪽부터 B♭조 트럼펫, C조 트럼펫, E♭조 트럼펫, B♭조 로터리 밸브 트럼펫, C조 로터리 밸브 트럼펫
1. B♭조 트럼펫

19세기 말에 B♭조 트럼펫은 길이가 긴 F조 트럼펫을 대신하여 표준적인 오케스트라 악기가 되었고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F조 트럼펫의 음색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지만, R.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나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와 같은 작곡가들은 트럼펫 파트를 점점 더 어렵게 작곡하였고 기존의 F조 트럼펫으로는 그 부분을 연주하기가 힘들어졌다. 이에 트럼펫 연주자들은 어려운 패시지를 연주하기에 더 용이한 새로운 악기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B♭조 트럼펫이었다. 또한 당시 B♭조 코르넷(cornet)의 인기가 높았다는 점도 트럼펫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많은 오케스트라 트럼펫 연주자들은 B♭조 코르넷도 연주하였고 B♭조 악기가 갖는 기술적 이점에 익숙해져 있었다.
동일한 시기에 C조 트럼펫 역시 그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프랑스와 벨기에, 미국(피스톤 밸브), 오스트리아(로터리 밸브)에서 점차적으로 B♭조 트럼펫을 대신하여 표준적인 오케스트라 악기가 되었다. 한편, 밴드에서는 B♭조 트럼펫이 주요 악기의 위치를 지켰다. 악기의 음색이 풍부하고 금관 앙상블을 연주할 때 다른 악기들과 조화를 잘 이루었기 때문이다. 밴드를 위한 작품은 주로 B♭조 악기를 위해 작곡되어있다. 재즈에서도 C조 트럼펫은 자리를 굳히지 못하였는데 C조 트럼펫의 음색과 연주 특성이 재즈 연주자의 필요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는 학생들은 B♭조 트럼펫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 대부분의 트럼펫 연주자는 동의한다. B♭조 트럼펫으로 배우고 어른이 된 후 C조 트럼펫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B♭조 트럼펫 앞면 |
B♭조 트럼펫 뒷면 |
B♭조 트럼펫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C조 트럼펫은 곧 프랑스와 벨기에, 미국, 오스트리아에서 표준적인 오케스트라 악기가 되었다. 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연주자는 오케스트라에서의 연주 특성 상 중간 중간에 길게 휴지하는 부분이 많다. 휴지 후 바로 도입하기에 이조악기(移調樂器, transposing instrument)인 B♭조 트럼펫보다 기보된 음과 실음이 동일한 C조 트럼펫이 훨씬 용이했고, 현악기 섹션과 동일한 조성에서 연주하고 있다는 안도감도 큰 몫을 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트럼펫 연주자들은 C조 트럼펫을 점점 더 선호하게 되었다.
C조 트럼펫 앞면 |
C조 트럼펫 뒷면 |
높은 D조 트럼펫은 19세기 후반 바흐와 헨델의 합창 음악을 연주하고자 하는 시대의 열망에 부응하여 개발되었다. 이 악기는 한때 "바흐 트럼펫"이라 불렸으나 최근 부활한 내추럴 트럼펫과 혼동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렇게 불리지 않는다. D조 밸브 트럼펫은 D조 내추럴 트럼펫보다 음역이 한 옥타브 높다. 이 트럼펫은 고음역에서의 연주가 용이하여 바흐의 <b단조 미사>, 헨델의 <메시아> 등 많은 다른 바로크 작품을 연주할 때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의 <볼레로>(Boléro),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의 <페트루슈카>(Petrushka),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 등 현대의 작품들에서도 고음역의 색채를 위해 D조 트럼펫을 사용하였다.
D조 트럼펫은 밸브 악기의 이점과 바로크 내추럴 트럼펫의 풍부한 음색이 결합되어 내추럴 트럼펫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최근에는 A조 피콜로 트럼펫으로 대체되어 연주되고 있다.
4. E♭조 트럼펫

현재 E♭조 트럼펫은 하이든과 훔멜의 트럼펫 협주곡을 연주할 때와 고음역을 요구하는 오케스트라 패시지를 연주할 때 주로 사용된다. 또한 전문적인 오케스트라 트럼펫 연주자는 음역이 높거나 고음역 트럼펫으로 연주하기가 더 편리할 경우, 일반적으로 C조나 B♭조 악기로 연주하던 패시지를 D조나 E♭조 트럼펫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D조와 E♭조 트럼펫 중 어떤 악기로 연주할 것인가는 연주자가 악보를 읽기에 어떤 악기가 더 용이한가에 달려 있다. C조와 B♭조 트럼펫과 더불어 D조와 E♭조 트럼펫은 전문 연주자에게 필수적인 악기이다.
E♭조 트럼펫 앞면 |
E♭조 트럼펫 뒷면 |
E조 트럼펫은 훔멜의 트럼펫 콘체르토를 원래의 E장조로 연주하고자 하는 연주자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다. 현재 모델은 블랙번(Blackburn), 쉴케(Schilke), 야마하(Yamaha)에서 구할 수 있다.
F조 트럼펫은 원래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의 어려운 트럼펫 파트를 연주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현재 B♭조 피콜로 트럼펫으로 대체되어 연주되며 오케스트라에서 가끔씩 사용되고 있다.
G조 트럼펫은 피콜로 트럼펫보다 더 큰 음색과 느낌을 원하는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바로크 악기이다. G조 트럼펫은 D조 트럼펫의 음색과 피콜로 트럼펫의 연주 이점을 결합시킨 악기로 평가된다.

G/F조 트럼펫 <출처: 야마하뮤직코리아>
높은 음역의 트럼펫 중에서 B♭조 피콜로 트럼펫과 A조 피콜로 트럼펫은 지난 30년 동안 많이 개량되어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원래 트럼펫 연주자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과 낮은 음역의 음이 포함되지 않은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연주할 때에만 B♭조 피콜로 트럼펫을 사용하였다. 곧이어 B♭조 피콜로 트럼펫의 길이를 늘여 A조 피콜로 트럼펫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D조 악기를 위한 악보를 읽기가 훨씬 쉬워졌다.
이후 오케스트라 연주자들도 바로크 이후 시대의 작품 중 높은 음역을 피콜로 트럼펫으로 연주하기 시작하였다. 라벨의 <볼레로>,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 등의 작품을 연주할 때 D조 트럼펫 대신 피콜로 트럼펫을 이용한다. 또한 모리스 앙드레(Maurice André, 1933-2012)와 같은 솔로 트럼펫 연주자도 피콜로 트럼펫을 애용하였으며 최근에는 영화와 레코딩에서 널리 인기를 누리고 있다.

B♭/A조 피콜로 트럼펫 <출처: 야마하뮤직코리아>
로터리 밸브 트럼펫은 음색이 풍부하고 다소 어두워서 베토벤, 브람스, 브루크너, R. 슈트라우스 등의 작품을 연주하기에 이상적이다. 또한 이 악기는 목관악기 및 현악기들과도 잘 융화되며 피스톤 밸브 트럼펫 보다 더 큰 음량을 낼 수 있고 음량이 큰 패시지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터리 밸브 트럼펫은 약 150년 간 중부 유럽 오케스트라에서 주요 악기였던 반면, 피스톤 밸브 트럼펫은 프랑스와 영국, 뒤이어 미국에서 사용되었다. 오늘날 로터리 밸브 트럼펫은 비엔나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 그리고 미국의 유수 오케스트라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B♭조 로터리 밸브 트럼펫 |
C조 로터리 밸브 트럼펫 |
영미권: cornet
프랑스: cornet à pistons, cornet
독 일: Cornett, Kornett
이태리: cornetta
트럼펫과 매우 유사하게 생긴 금관 악기이다. 원뿔 모양의 보어, 짧고 밀집된 생김새, 더 부드러운 음색을 지닌다는 점에서 트럼펫과 구별된다. B♭조 코르넷이 가장 흔하게 사용되며 르네상스 시대와 초기 바로크 시대의 코르넷(cornett)과는 전혀 다른 악기이다.
코르넷은 1825년경 파리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두 개의 스퇼첼 밸브가 장착되어 있었고, 조성에 따라 크룩을 부착하게 되어 있었다. 베를리오즈를 필두로 한 19세기 프랑스 작곡가들은 오케스트라 작품에서 밸브 트럼펫 대신 코르넷을 사용하였다. 당시만 해도 파리의 오케스트라에서는 밸브 트럼펫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에 영국과 미국의 오케스트라에서는 모든 트럼펫 성부를 코르넷으로 연주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반대로 코르넷 성부를 트럼펫으로 연주를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베를리오즈, 드뷔시 등 작곡가들이 의도했던 코르넷과 트럼펫 간 음색의 대조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
코르넷의 음색은 트럼펫에 비해 더 어둡고 훨씬 더 부드럽다. 코르넷은 트럼펫으로는 얻을 수 없는 깊고 아름다운 음색을 지니고 있어 선율적 패시지를 연주하기에 적절하다.

B♭조 코르넷 <출처: 야마하뮤직코리아>
영미권: Flugelhorn
프랑스: bugle, grand bugle
독 일: Flügelhorn
이태리: flicorno soprano
스페인: fiscorno
플루겔호른은 트럼펫과 유사하게 생긴 금관악기로 트럼펫 보다 더 넓은 원뿔형의 보어를 가지고 있다. 트럼펫, 코르넷과 같이 B♭조 악기가 가장 흔하다. 일반적으로 세 개의 피스톤 밸브가 장착되어 있지만 네 개의 피스톤 밸브나 로터리 밸브가 장착된 경우도 있다. 트럼펫과 코르넷 연주자가 큰 어려움 없이 연주 가능하다. 음색은 트럼펫이나 코르넷 보다 더 어둡고 부드럽다. 흔히 플루겔호른의 음색은 트럼펫과 호른의 중간, 코르넷의 음색은 트럼펫과 플루겔호른의 중간이라고 말한다. 플루겔호른은 코르넷만큼 민첩한 악기지만 높은 음역에서는 콘트롤하기가 힘든 악기이기도 하다. 재즈, 밴드, 대중 음악 등에서 주로 사용되며 오케스트라 작품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플루겔호른이 사용된 오케스트라 작품에는 오토리노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 1879-1936)의 <로마의 소나무>(Pini di Roma),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의 <트레니>(Threni), 랄프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의 9번 교향곡, 마이클 티펫(Sir Michael Tippett, 1905-1998)의 3번 교향곡 등이 있다.

플루겔호른 <출처: 야마하뮤직코리아>

(왼쪽) 위 부터 D조 바로크 트럼펫, B♭조 트럼펫, D조 트럼펫, B♭조 피콜로 트럼펫, B♭조 플루겔호른.
(오른쪽) B♭조 코르넷 <출처: Wiki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