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수리공서 매출 1억달러 냉장고업체 오너로
美 LA터보에어 브라이언 김 사장
처음에는 일본 산요가 만들어 팔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실패하고 나갔죠. 많은 사람이 ‘한국 냉장고 수리업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고 염려하더군요. 이제 우리가 만드는 냉장고는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는 제품이 됐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남쪽 카슨시에 본사를 둔 상업용 냉장고 생산업체 터보에어.
1997년 설립한지 11년 만에 터보에어는 상업용 냉장고 제조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매출만 1억달러에 달하고 종업원은 외부 납품업체까지 합쳐 600여 명에 이른다.
터보에어는 식당 편의점 대형마트에서 사용하는 상업용 냉장고 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터보에어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김 사장은 “이제 도매딜러들도 터보에어를 알아준다. 터보에어의 품질과 경쟁력을 인정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제 딜러들이 우리 회사를 ‘상업용 냉장고 업계의 도요타’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런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미국 내 상업용 냉장고 업체들이 50년 이상 된 회사들이다. 도매 딜러들이 버티고있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시장을 뚫기가 어려웠다.
“그때는 도매상들이 우리 제품을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어요. 새롭게 등장한 회사에 대한 차별이 무척 심했습니다. 초기 5~6년은 우리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어요.”
미국 전역에 지역별로 산재한 냉장고 도매 딜러는 2000여 개. 50~60여 개씩 연합해 제품을 구입하는 이들 딜러 그룹은 까다롭고 배타적이기가 이를 데 없었다.
“남을 따라서 하는 것은 절대 안 하겠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다른 경쟁사 제품을 벤치마킹해 봐야 뛰꽁무니 따라가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1등을 차지하고야 말겠다는 비전을 세웠지요. 애초부터 다른 회사가 하지 않는 서비스와 품질을 갖추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 사장은 우선 제품을 잘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냉장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품 설계부터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애썼다.
터보에어는 만들기 쉬운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김 사장은 “상업용 냉장고는 보통 부피가 크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문을 부드럽게 열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을 줄이는 것도 설계 단계에서 큰 고민이었다.
미국 내 다른 회사 제품은 냉장고 효율성만 신경쓰는 데 비해 터보에어는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데도 기술력을 모았다. 제품 수명을 늘리기 위해 스테인리스 재료나 제조 공정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5~6년 동안 제품을 소개하니 딜러들도 우리 제품 품질을 인정해 주더군요.”
고객들에게 1년 전기요금이 줄었다는 애기도 듣고 냉장고 여는 데 힘이 들지 않는다는 칭찬도 듣기 시작했다.
이즈음 터보에어는 대형 레크레이션 차량(RV)을 한 대 구입했다.
김 사장은 이 RV에 터보에어 최신형 냉장고를 장착했다. 그리고 미국 전역으로 도매상을 찾아 나섰다.
제품을 보겠다는 사람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몇일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보여주고 나면 달라졌어요. 정말 좋은 제품이라는 칭찬을 들으면 피로가 죄다 푸리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김 사장은 자기 승용차 뒤에 휴대용 침낭을 구비하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든 차량 안에서 잠을 청하던 버릇이 남아 있어서다.
김 사장의 좌우명은 국민교육헌장에 나오는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는 구절이다.
터보에어가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또 있다. 미국 전역 곳곳에 웨어하우스를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른 회사가 대부분 비용과 관리문제 때문에 중간대리점 형태인 웨어하우스를 갖고 있지 않은 것과는 차별된다.
“어떤 도매상 딜러는 냉장고 1~2대 구입을 원하기도 합니다. 이런 수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웨어하우스가 없는 다른 회사들은 딜러가 제품을 주문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데 몇 주가 걸리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터보에어는 웨어하우스가 있기 때문에 빠르게 제품을 배달할 수 있다. 애프터서비스도(AS)도 터보에어가 자랑하는 부분이다.
“AS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해당 업체는 음식을 보관할 수 없으니 영업에 크게 지장을 받게 되지요. 우리는 초기부터 AS전담팀을 둬서 직접 꼼꼼하게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던 그는 터보에어 제품에 끄덕도 않던 미국인 딜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우리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은 좋다. 그러나 안사는 이유가 뭐냐. 그 이유를 말해 달라.”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떤 딜러는 “당신이 한국인이라서 사기 싫다. 제품을 모두 한국에서 만들어 오지 않느냐. 미국에서 만들면 사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언젠가는 미국에서 만들겠다.”고 답변했다.
터보에어는 2010년부터 미국에서 직접 조립. 생산할 계획이다.
56년 광주에서 출생한 김 사장은 광주 숭일고를 거쳐 인천체대를 졸업했다. 숭일고를 다닐 때는 자전거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남 지역 대표로 나서 전국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던 실력파다.
집안이 어려웠던 김 사장은 어릴 때부터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다. 그는 냉장고 고치는 회사를 다니면서 학비를 벌었고 이후 냉장고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서울 청계천에서 수공으로 만들기 시작하던 사업용 냉장고가 잘 팔리면서 국내에 제조공장 3개나 운영하기도 했다.
터보에어는 매년 25~30%성장....팹시콜라에도 납품
97년 자본금 300만달러로 창업한 터보에어는 매년 25~30%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미국내 상업용 냉장고 제조회사로 성장했다. 회사 주력 상품인 상업용 냉장고 외에도 에어컨과 상업용 캐비닛, 칼 제조업체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주거래은행인 웰스파고은행에서 담보 없이 2000만달러 신용대출을 해줄 정도로 내실을 다졌다.
중국 칭다오에 있는 공장과 국내 대우전자에서 주문생산을 통해 만든 냉장고를 북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2006년 말에는 펩시콜라가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체인의 2억달러 리모델링 프로잭트에 냉장고 공급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터보에어의 제품 설명서는 제품 기능과 특징을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특히 모든 냉장고에 대해 직접 성능테스트를 마친 뒤 출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설명서에는 미국 전역에 걸친 세일즈 담당자, 애프터서비스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가 모두 상세하게 기재돼 있다. 언제든지 제품 설명서만 보면 제품 구입과 제품 수리 요청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카슨에 있는 터보에어 본사와 함께 터보에어는 지점만 해서 12개나 갖고 있다. 북캘리포니아 오클랜드와 하와이, 텍사스 댈러스와 휴스턴, 시카고와 애틀랜타, 마이애미와 뉴저지, 피츠버그, 신시내티 등 골고로 퍼져 있는 게 특징이다. 캐나다에도 몬트리올 지점을 갖고 있다. 또한 핵심 도매상과 고객들을 ‘뉴 프런티어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관리하고 있다.
터보에어라는 회사 이름은 김 사장이 직접 지은 것이다. 그는 “터보에어라는 이름이 강한 안상을 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미국 내 직접 생산과 함께 가정용 냉장고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동안 운이 좋았습니다. 제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이었고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어요.”김 사장은 “지금은 좋은 회사를 만드는 일 이외는 관심이 없다”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