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이번주는 날씨가 많이 따뜻해 졌는데 이제 봄 여행을 준비할 때가 됐죠?
윤> 여행하면 학창시절 수학여행 기억들이 많으실텐데, 의외로 수학여행 이후로 경주에는 단 한 번도 안갔다는 분들을 간혹 만날 수 있습니다.
아마 그분들의 머릿속에 남은 경주의 추억은 몇 개의 왕릉과 첨성대, 그리고 밤에 몰래 마신 술과 친구들 얼굴에 그린 낙서 정도 일 겁니다.
그리고 최근에 경주를 다녀왔다는 분들도 수학여행 더하기 보문단지의 벚꽃길과 유채꽃밭, 쌈밥집 등이 전부인데, 사실 경주는 8세기쯤 세계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국제도시로서 위상을 갖췄던 경주는 13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사랑'과 '학문'을 찾아 가 볼 만한 곳입니다.
MC> 경주 보문단지 가는 길에 벚꽃이 참 예쁜데 아직은 아닐테고 뭘 먹으러 가시나요?
윤> 경주에서 이 집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30년 이상 영업해 온 쫄면 전문점이 있습니다.
먼저 이 쫄깃한 쫄면의 고향은 인천입니다.
1970년대 초, 인천의 광신제면이란 냉면공장이 있었는데, 이 냉면공장서 일하던 한 직원이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실수로 국수를 뽑아내는 구멍인 사출기의 구멍을 굵은 것으로 잘못 끼워두고 밥을 먹고 오자 공장 식구들은 모두 난리가 났습니다.
비록 냉면은 아니지만 이 괴상한 굵은 면이 못 먹을 것은 아닌지라 공장 옆에 분식집에 공짜로 가져다 줬는데, 분식집 사장님은 ‘생각보다 괜찮은 면이다’ 라고 생각하고 이 면을 고추장, 야채 등을 버무리고 조금 더 쫄깃한 맛을 가미하기 위해 감자전분을 넣어 면을 뽑아달라고 공장에 요청했고, 값이 싸고 쫄깃한 맛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이게 성공을 거두어 그때 내놓은 음식 이름이 바로 ‘쫄면’입니다.
이 쫄면이 어쩌다 경주에 와서 자리를 잡고 유명해 졌는지는 모르지만 인천의 쫄면과 다르다면 담백한 육수와 양념이 잘 어우러진 경상도식 건진국수 처럼 먹는다는 것입니다.
이 집의 메뉴는 각기 다른 쫄면 네 가지뿐인데요, 쫄깃하게 삶아낸 면 위에 쑥갓과 채 썬 양배추, 오이, 매콤한 양념장을 넣고 비벼 먹는 '비빔쫄면'이 대표 메뉴이고, 멸치로 우린 육수에 계란을 풀고 쑥갓과 송송 썬 쪽파를 넣은 뒤 유부 또는 어묵을 넣고 말아먹는 '유부쫄면'과 '오뎅쫄면'도 잘 나갑니다.
반찬은 단무지 하나가 달랑이지만 어찌나 손님이 많이 몰리는지 불평할 여지가 없는 그냥 딱 일상적인 분식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경주에서 유명한건 맞습니다.
MC> 경주 쫄면은 워낙 유명해 경주가면 꼭 이 쫄면 드시러 가시는 분이 있다고 하든데, 더 맛있는 집도 있겠죠?
윤> 예전에 수학여행 다닐 때의 경주는 대부분 단체학생들을 받는 뷔페집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 가족여행이나 연인들만의 여행이 많아진 탓인지 보문단지 인근에 꽤나 유명한 한정식도 많이 생겨났고, 그러다 보니 특색 있는 식당들이 하나둘 들어서는데 이 집도 보문단지 부근에 자리 잡은 한식당입니다.
초가지붕을 얹은 황토 건물에 잘 가꾼 아담한 정원까지 딸려 있어 토속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곳이지요.
왜 이런분위기 좋아 하시는 분 많으실텐데, 마치 시골집 부엌문을 열고 들어가는 듯한 입구와 실내는 토굴처럼 별실로 구성되어 있어 작은 모임에 적합한데요, 방바닥을 짚으로 짠 멍석을 깔아두어 매우 이색적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입니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동태조림 등으로 구성된 정식 메뉴가 두루 인기가 있습니다.
반찬은 특별하지 않으나 깔끔하고 담백하여 눈으로 보는 맛도 시골밥상을 보는 듯합니다.
통 무를 넣어 푹 졸인 고등어 졸임 고등어가 예스러운 맛을 내고 들깨가루 푼 미역국과 흰 쌀밥이 꼬나 잘 어울립니다.
토함민속식당 054-748-6969
MC> 경주에 있는 민속식당이라니 왠지 경주와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윤> 경주에 초가집이 있다면 기와집도 있어야겠지요!
이 집은 전복 돌솥밥과 찰보리 정식으로 유명한 한정식 전문점입니다.
골기와를 올린 고풍스런 한식 목조건물로, 나비 조각 대문과 집 뒤편의 갖가지 조형물 등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지요.
황토방 민박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표고버섯과 은행을 넣은 전복돌솥밥에 3년 이상 숙성시킨 된장을 자박하게 졸인 강된장을 비빈 맛이 유명합니다.
이 집은 반찬이 좀 특별한데 새우젓갈로 맛을 낸 국물 자박한 무김치에 훈제오리 샐러드와 해초무침도 좋고요, 얼갈이배추절임이나 가자미 졸임 등 현대적인 감각이 묻어나는 한식 반찬들이 이채롭습니다. 거기다 가지찜이나 무 찜 같은 특색 있는 반찬도 좋고 식사 중간에 주는 구수한 슝늉이 한 결 밥 맛을 돋웁니다.
육부촌 054-776-6676
MC> 요즘 경주에 특별한 맛 집들이 많이 생기나 봐요? 이맘때쯤이면 경주는 어디를 보고 오면 좋을까요?
윤> 얼굴이 너무 예쁜 배우는 그 미모 탓에 연기력이 묻힌다고 하는데 경주가 딱 그런 꼴입니다.
흔히 경주는 '삼국시대'의 불교 유적이 가득한 도시로만 알고 있는데, 하지만 경주를 자주 드나들다 보면 조선 유교.양반 문화의 보고(寶庫)란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국의 역사마을)된 양동 마을만 해도 그렇고 옥산서원 등 고색창연한 서원과 명가의 고택들은 영남 유교문화의 꽃이 발아한 곳입니다.
안강읍에 있는 옥산서원은 1000원권 지폐의 모델로 전국민이 다 아는 퇴계 이황 선생에게 영향을 준 이언적 선생을 봉향한 서원으로 명경같은 자계천 옆에 지어진 당대 최고의 배움터 중 하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풍류로구나'하고 무릎을 칠만큼 절제미와 화려함을 동시에 갖춘 독락당은 외로이 안빈낙도를 즐기기 위한 결연한 의지가 당호에 녹아 있습니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면 왠지 저절로 옷매무새를 만지게 될 만큼 기품이 서린 곳이 옥산서원입니다.
이곳은 유명여행지는 아니지만 지식보다는 배움의 값어치를 알고자 한다면 경주 옥산서원에 꼭 들러볼 것을 권합니다.
MC> 찾아가는 길은?
윤> 대구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되고 경주관광을 마치고 국도를 통해 대구로 방향을 잡는다면, 안강은 형산강과 하곡저수지에서 잡아 올린 매운탕과 다슬기 등 민물 먹거리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저수지의 옛지명인 '딱실못' 인근에 매운탕 단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경상도 방언으로 '고디탕'라 불리는 다슬기탕을 잘하는 집도 많습니다.
원조 안강할매고디탕은 시원한 된장 베이스에 다슬기와 시래기를 넣고 끓여낸 고디탕으로 인기가 높은 집입니다.
원조 안강할매고디탕 054-762-03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