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과 보배
최 화 웅
집집마다 보배 같은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희 집에도 '보석 같은 사위'와 '보배 같은 며느리'를 두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사위와 며느리에 관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전해집니다. 오래된 말로 사위는 백년지객(百年之客)이라 하여 어렵고 며느리는 ‘백년종’으로 만만하게 여겨왔나 봅니다. 그런 가부장제의 의식전통 아래서도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사랑, 사위는 장모의 사랑을 차지하는 자리매김에서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가족애와 그윽한 향기를 지녔습니다.
흔한 말로 사위의 순위가 아들, 딸, 며느리, 그 다음입니다. 며느리를 종신 식구로 취급하는데 비해 사위는 손님일 다름이라고 합니다. 사위는 처가에서 며느리는 시집에서 보는 시각의 차이일 다름입니다. 그 말속에는 사위를 한평생 어려운 손님으로 맞아주는데 비해 며느리는 죽어도 내 집 식구라는 만만하게 생각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입에 흔히 사위와 아들, 며느리와 딸을 동시에 올려놓고 이러쿵저러쿵 설전을 벌이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저희 집에는 사위도 두고 며느리도 두었습니다. 사위는 같은 아파트 단지 옆동에서 딸과 살고 있으며 며느리는 멀리 시드니에서 아들과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아들 같은 사위에 해외동포인 며느리를 둔 셈입니다. 옛말에 ‘사위가 무던하면 구유를 씻는다’다고 했습니다. 사위가 처갓집에 와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좋을 처지에 집에만 오면 서스럼 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싱크대에 손을 담급니다. 그만큼 저희집 사위는 언제나 서슴 없고 부담이 없습니다.
저는 딸이 정한 사위, 사비노와 보석으로 아들이 데리고 온 며느리 루멘을 보배로 여기고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딸아이는 2008년 11월 22일 남천성당에서 아들은 2010년 3월 7일 해운대성당에서 혼배미사를 올렸습니다. 아들 그레고리오는 일찍이 사귀던 루멘의 어머니로부터 까다롭고 철저한 테스트를 거쳐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데 비해 사위는 집안 부모님들과 한 차례 상견례를 거친 뒤 수월하게 혼배미사를 올렸습니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딸이 결혼할 때는 아버지가 한없이 눈물을 흘렸고 아들이 결혼할 때는 누나인 딸이 울었습니다.
아들은 2009년 1월 17일 토요일 이른 저녁 아름다운 강나루가 있는 낙동강 하구 매리마을에서 약혼식을 올렸습니다. 그 때 제가 썼던 글-매리에서 있었던 일-의 한 부분을 옮겨 봅니다. “그레고리오 군과 루멘 양이 집안 어른들 앞에서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루멘 양의 가족들은 날을 정한 다음날부터 온 가족이 매달려 한 달이 넘도록 루멘 양의 어머니 아뜨리에의 창을 닦고 담장을 고치며 페인팅을 했습니다. 흰색 페인팅을 한 벽에 사랑을 담을 수 있는 포토월을 만들기까지 무려 아흔 아홉 가지에 이르는 점검표를 체크하며 작업을 진행해 나갈 때 이웃사촌 스테파노 이장님 부부와 마을사람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아뜨리에 주위 마당을 넓히고 마을길에서 현관으로 통하는 다리에는 난간과 아치를 만들어 세웠습니다. 다리 난간에는 뒷동산에서 꺾어온 칡넝쿨로 엮은 뒤 카네이션 꽃을 촘촘히 꽂아 꼬마전구를 밝혔습니다. 옛 페르시아의 동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서 ”열려라 참께“하는 주문을 외면 동굴문이 열리듯 근사한 약혼식장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약혼식장에서 새어나온 불빛이 루멘 양의 어머니가 만들어 세운 마당의 성모 마리아상과 요셉 성인상을 훤히 비추었습니다. 이른 저녁부터 시작된 약혼식은 정성으로 마련한 맛깔스런 음식을 나누며 첫눈에 반해 약혼이 이르기까지 4년 동안의 ‘러브스토리 슬라이드 쇼’에 찬타늘 감추지 못했고 참석자들의 덕담 속에 캔버스 방명록에는 축하사연이 함박눈처럼 쌓여갔습니다. 저는 ”Success must be success at love."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팔순을 넘기신 루멘 양의 할머니께서는 모두의 가슴에 구약성경 신명기의 복음구절을 전하셨습니다.“
그날 밤 저에게 마이크가 돌아왔을 때 가족을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사위를 제 옆으로 불러냈습니다. “여러분! 보십시오. 저의 집, 보석입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저희 집 일이 자기들의 일이 된 것입니다. 그 뒤 사돈 집안에서도 사위를 보석으로 칭해주는 말이 마음에 들었든지 저희 집 사위를 ‘조 보석’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답니다. 그날의 적흥 애드립에 이어 공항 출영장에서 출국하는 루멘 양을 가리켜 루멘 양을 “우리 집안의 보배”라고 불렀습니다.
그 뒤로 저는 ‘보석과 보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려고 사전과 자료를 뒤져보았습니다. 보석은 빛깔, 광택이 아름답고 굴절률이 크며 단단하고 산출량이 적은 귀금속이고 보배는 썩 드물고 귀한 보물, 즉 금은과 주옥같은 귀중품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리하는 동안 중국 송나라 때의 사자성어 ‘자한사보(子罕辭寶)‘의 교훈이 저의 마음을 한결 넉넉하게 해주었습니다.
내용인즉 어떤 사람이 지니고 있던 보석을 당시 높은 자리의 자한(子罕)에게 바치려고 감정인에게 보였더니 “세상에서 구하기 힘든 진귀한 보석”이라고 하더랍니다. '됐다 싶어' 그 보석을 자한에게 귀한 보석이라는 말과 함께 전하려고 내밀자 자한이 "나는 보석을 사양하는 것을 보배로 여기고, 당신은 보석을 보배로 여기니 각자 보배를 갖자"며 굳이 사양하더랍니다. 우리집의 보석과 보배는 세상의 보석과 보배로 살아갔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보석의 노래
황 금 찬
황홀한 모습으로
호흡하고 있었다.
네 윤곽 부근에서
해가 솟고
우리는 목마르게 목마르게
너를 지켜보고 있다.
아름다움은 영원일레라
누가 네 앞에서
추악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는가
너는 이슬 보자기 속에서
눈을 뜨고 있다.
신화 속의 이카로스도
너를 찾아 떠났고
눈속에서 피는 매화도
너를 부러워했느니라.
거기가 어디쯤이었을까?
꿈 속에서 너를 잃어버린
그 회색의 바다
나는 오늘도 찾고 있다.
영혼의 보석 한 개
하늘 문을 열고
너를 찾아 떠나고 있다.
첫댓글 인생을 복되게 사시는 그리움님, 감사합니다.^^
보석같은 사위와,
보배같은 며느리가 있으니
부러울게 없으시겠습니다...
그렇게 보아주시는 그 사랑이,
함께 가족이 된 두 사람에게도
기쁘게 다가가리라 짐작됩니다.
가족의 울타리로 모인 모든 분들이
행복하게 잘살아가시기를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가족이 보석같은 존재^^인연의 끈으로 맺어진존재......?
저도 올해가 가기전에 보석같은 사위가 생긴답니다.^^
늘 아들, 딸을 키우면서
"어떻게 이런 보물을
하느님께서 엄마한테 주셨을까?"
입버릇처럼 말했더니 말이 씨가 되어 귀하디 귀한 보물로
며칠 함께 지내고 올라 갔네요.^^
오기전 설레이고
가고나니 행복해지네요.^^
행복한 가정의 모델 케이스로 보입니다. 복 받은 가족입니다.^^*
옛날에 손님에게 핀잔을 들은 기억이 국장님 글을 읽으니 문득 떠오릅니다. 진열장에 볼 것이 없으니 당연한 말씀이 셨지요. 이제는 부끄럽게 생각하기 보다 저가 할 수 있는 작은 봉사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보석과 보배를 알아보는 아름다운 마음은
또 좋은 보물같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네요. 행복한 가정 이루어 가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새 가족이 되신 사위분과 며느님이 보석이고 보물이니 가족 모두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희에게 귀감이 되시는 모습으로 항상 곁에서 지켜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