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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년 12월부터 고도에 다니기 시작해 이번 년도 중앙대에 최초합 한 심연수입니다. 실기형으로 첫 번째 합격, 그리고 특기형 예비 2번->1차 추합으로 중앙대 두 번째 합격증을 받았습니다. 정시 준비를 하고 있던 차였는데, 생각보다 일찍 합격 후기를 쓰게 되어 새롭고 감사한 기분입니다. 저를 1년간 가르쳐 주신 원장 선생님, 남숙 선생님, 이주현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딱히 거창하게 알려드릴 만한 정보는 없지만 후배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몇 줄 적어봅니다.
우선 저는 고도에 고2 12월부터 다니기 시작해 1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학원에 다녔습니다. 이전까지는 고1 때부터 개인 블로그나 메모장에 짤막한 글을 썼었고, 조금 특별한 게 있다면 독립출판 수업을 듣고 그동안 쓴 글을 독립출판물을 하나 냈습니다. 그래서 처음 학원에 등록했을 때는 기세등등한 상태였어요. 고2 때 책을 내고, 몇몇 분들께는 작가라는 호칭도 종종 들으니 글 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그 생각은 학원에 가자마자 완전히 박살 났습니다. 문학의 세계는 제가 알던 것보다 너무 깊고 커다랗더라고요. 첫 수업 때는 창작 용지에 달랑 세 줄밖에 못 쓴 것 같아요. 샤프로 네 줄 쓰고 다 지우고, 또 세 줄 쓰고 지워서 종이 윗부분만 너덜거렸던 게 대여섯 번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가 써온 건 주로 개인적인 글이었기 때문에 '문학'이랑은 차원이 달랐던 거죠. 그래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이 길을 내가 가는 게 맞을까, 내게 글 쓰는 재능이 정말 있는 걸까 같은 것들이요. 아무래도 타인의 글을 보는 일이 많다 보니 그러지 않으려 해도 남과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고, 위축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간 입시를 해보니, 적어도 입시 글을 쓰는 데는 재능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하나도요.
사실 저는 중학생 때까지 피겨 국가대표를 꿈꾸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글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습니다. 운동만 해왔기 때문에 공부 또한 고1 때까지 반년 정도 해본 게 다예요. 그렇지만 과제는 매일 꼬박꼬박 해갔습니다. 원장 선생님 반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이주현 선생님 반 과제였던) 단편 2개 독후감에 인장스 2개, 산문 1개, 필사 2개(?)를 빼먹지 않고 했습니다. 저도 과제를 성실히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다보면 압니다. 재능이 없고 글을 못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은 다 핑계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입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기준:고3 3월), 저를 힘들게 했던 건 바로 ‘절실함’이었습니다. 조금 특이한 고민일지 모르지만, 문학에 대한 저의 절실함이 남들보다 턱없이 작은 것 같아서 고민이었어요. 남숙쌤께 들었던 일화 중, 어떤 학생이 피드백을 받다가 너무 화가 나서 선생님께 펜을 던졌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데요. 저는 이 감정을 거의 4~5월까지 전혀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안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되게 속상해하는데, 저는 정말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 거예요. 그냥 첨삭 받는 동안 내가 멍청했다. 저걸 왜 저렇게 썼지? 원장 선생님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나 감탄만 하고. 분한 감정이나 우울함은 느끼지 못했어요. 처음엔 제가 유한 성격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점점 자신에게 의문이 생겼습니다. 다들 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뿐만 아니라 본인 글에 대한 애정이 큰 반면에 저는 그냥 대학 가려고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정말 글을 사랑하는지, 문학을 소중히 여기는 게 맞는지 꽤 오래 고민했어요. 그런데도 답이 나오지 않아서, 남숙쌤께 말씀드려봤더니 별거 아니라는 듯 "아니야, 네가 성격이 좋아서 그래~"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웃긴 게 그 말 듣고 바로 '내가 문학을 사랑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접었습니다. 왜냐하면요, (개인의 견해임) 문학의 넓은 스펙트럼에 걸친 작품 중 본인과 닮은 이야기 하나는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원장 선생님이 하신 말 중 인간은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스스로 해치고 아파하는 거라는 말이 있는데요. 그 말처럼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본인의 모습과 닮은 작품을 만나게 되면 문학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나아가서 사랑을 배우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저의 입시를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3월: 문학에 눈을 뜸, 4~8월: 각종 백일장 (수상 경력 인정 대회라면) 대부분 참석, 규모 있는 공모전 투고, 9~10(?)월: 동국·중앙 실기, 특기자 면접 준비, 수능 이후~12월: 정시 준비이고, 수능 성적 325551로 중앙대 실기 최저 2합 6을 맞췄습니다. 내신은 1학년 3 중반, 2학년 3 후반, 3학년 4 중반 도합 4.1~2였습니다. 수상은 중앙대 차하(3등), 신동엽 장원, 만해 축전 장려 받았습니다. 수시에서 중앙대 실기, 특기, 동국대 실기, 단국대 학종 면접 이렇게 4개만 넣었습니다.
저의 이 두 가지 고민은, 돌이켜보니 저의 입시 1년을 끌어준 고마운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부족함을 안다는 것은 채워야 할 부분을 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니까요. 저는 집중력이 좋지 않고, 시간 관리에 서투르고, 완벽주의가 있으며, 무언가에 빠지면 그걸 미친 듯이 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백일장이 모두 끝난 8월부터는 스스로 루틴을 만들고, 하루치의 계획을 세우고, 글이 저에게 절실한 것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고3이 되시고, 공부와 글쓰기의 비중을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 고민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백일장 시즌이 끝나니, 공부할 때는 글 쓸 생각, 글 쓸 때는 공부할 생각이 들어 방해를 받곤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저는 고도 이외의 학원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공부는 인강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루틴이 더욱 빛을 발한 것 같아요. 정시 실기는 대부분 국, 영, 탐 1만 반영하기 때문에 저는 국어+영어+생윤만 공부했고, 영어는 너무 하기 싫은 과목이라 거의 버렸습니다.
2학기: 매일 1시간씩 일찍 등교해서 하루치 (공부, 글쓰기 각각) 계획 세우기, 자이스토리 문학+독서 하루치 풀었고. 1~7교시: 그날 세운 계획대로 하되 매일 인강 2개, 수특/수완 문학+독서 2세트씩 풀기를 꼭 포함함. 이렇게 공부했고 학교가 끝나면 공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교 후에는 바로 도서관에 가서 7시까지 1시간 동안 책을 읽고, 7~9시까지 글을 쓰고, 저녁 식사 후 폐관 시간인 11시까지 필사를 하는 루틴을 만들어서 매일 지켰습니다. 루틴의 장점은 지키지 못했을 때의 죄책감이 내일의 나를 발전시킨다는 점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절실함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재능 있는 자를 이기는 건 노력하는 자고, 노력하는 자를 이기는 건 즐기는 자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입시 준비하는 내내 저는 즐기는 자는 되지 못하겠더라고요. 공모전 준비로 희곡이나 소설을 쓰는 건 즐거웠지만, 입시 글쓰기에서의 즐거움은 거의 느껴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즐기는 자 대신, 간절한 사람이 되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으실 수 있는데, 간절함은 사람을 어떻게든 발전시킵니다. 저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을 뇌에 인식시키니 자동으로 간절함이 커진 것 같습니다. 매일 글 써야 한다, 글 써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제발 편하게 글만 쓰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글에 대한 생각도 많아진 것 같아요. 대신 못 하겠어서 둘 다 놓아버리고 싶은 만큼 자신을 몰아붙이지는 말고, 적당히 이완되도록 하십셔. 어쩔 수 없이 수능 이전에는 공부와 글 쓰기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하므로, 공부를 스트레스 요소로 여기기보다는 글 쓰는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장치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능 이후가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원장 선생님께서는 이제 수능도 끝났으니, 너희는 두 달간 읽기와 쓰기 두 가지만 해도 된다고 하셨고 또 저도 글만 쓸 수 있는 시간을 바랐지만, 막상 시간이 많아지니 힘이 빠졌습니다. 제가 엠비티아이 ESTP거든요. 외부로부터 활력을 얻고 힘을 얻어야 하는데 가만히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입시 글쓰기는 제게 일, 과제 이상 이하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두 달간 요구되는 노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그 노력이 다시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함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해야 하는 만큼만 하고 나면 더 이상 글을 쳐다보기도 싫었고, 입시 글에서의 새로움과 재미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간절함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능 이후부터는 공부 대신 알바를 했습니다. 입시 글쓰기보다 더 지겹고 힘든 일을 하면 그나마 글쓰기가 제게 휴식이라던가 재미로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촉박함에서 나온 간절함이라도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오전 10시~2시까지 알바를 하고, 카페에서 6시까지 글쓰기, 7시부터 학원 수업을 듣는 루틴으로 생활했습니다. 합격으로 이 루틴을 일찍 마무리하게 되어 다시 한번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여기까지입니다. 아래에는 부가적인 이야기 몇 가지만 남기고 줄이겠습니다.
1. 백일장 많이많이 나가세요! 25년부터 명지 특기자가 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수시 카드가 6개인 것처럼 기회 하나를 더 만들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세요. 이후에 실기 칠 때에도 경험으로 작용합니다.
2. 독서일지도 많이 쓰세요. 책을 읽으면 무조건 독서일지를 쓰세요. 이후에 면접 때도 도움이 되고, 저는 독서일지 쓸 때 네이버에 검색해 가면서 썼는데 그러면 다른 독자들의 견해도 알 수 있어 매우 도움 됩니다.
3. 이건 원장 선생님이 말씀하시겠지만 산문 학생들 시집도 몇 권 읽으세요. 문학적인 표현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이것도 원장 선생님이 말씀하시겠지만 단어 채집장 활용하세요! 저는 창작 노트에 산문 구상+수업 필기+단어 채집+다큐 요약 등 다 몰아 넣었지만 단어 채집장은 분리하시는 게 좋아요!
저는 아무래도 운동을 해와서 그런지, 입시 생활이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루틴 만들어 생활하다 보니 도장 깨기 같이 느껴져서 즐겁기도 했고요. 다만, 수시에서 하나둘 합격 소식이 나오고, 해방된 주변인들을 볼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시기, 질투라기 보다는 저만 정체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 끔찍하게 싫었습니다. 어서 대입을 끝내고, 스무 살을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해야 할 게 많은데 그러지 못해 너무 답답했습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데도 인생이 지체된 것 같은 기분 때문에 너무나 길게 느껴졌어요.
그런 의미에서 정시 준비하는 학생들...! 정말 힘든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합니다.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꼭 마지막까지 달려 나가셔서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원장 선생님, 남숙 선생님, 저를 지도해주신 모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분들께 제가 더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언제든 연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댓글 연수 열심히 노력한만큼 잘 되어서 기쁘다 다시 한 번 축하해!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같이 면접 준비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잘 되어서 기쁩니다
저야말로 축하합니다 면접 준비할 때부터 벌써 시인처럼 보이길래 분명 좋은 결과가 따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학 생활 파이팅!
우리 연수!!!🥹 산문 B반에서부터 너가 꼭 붙을줄 알았어 ;3 거의 1년이라는 시간동안 연수랑 같이 수업 듣고, 고도에서 널 만나게 된건 정말 행운이야 ㅎㅎ 하나의 끝은 또 새로운 시작이잖아///
과거의 고도를 추억하기 위해, 마주한
현실의 고도를 위해, 미래의 고도를 위해서 힘내보자! 연수에게 이어질 고도를 내가 응원할게🩵🤧 너의 미소가 유난히, 영원토록 찬란히 빛나길🙏🏼
예원아!! 댓글 남겨줘서 고마워 ㅠ.ㅠ
나도 고도에 와서 너처럼 밝고 따뜻한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해. 고도에서의 우리 시간은 일찍 끝났지만 너와의 인연은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어. 축하해줘서 고맙고, 예원이 너한테도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테니 힘내!! 입시 끝나고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자💙 그동안 고마웠어!!🫶🏻
우왕 연수야 늦었지만 추카해~!!!!! 같이 학원 다니는 거 넘넘 재밌고 좋았어😆 빨리 대학생 돼서 만나자
수빈아!! 고도에 다니는 동안 네가 있어서 그 긴 시간을 즐겁게 버틸 수 있었어. 너랑 함께했던 일 년은 아련하고 가끔은 그리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정말 고맙고, 내년에도 자주 보자. 너의 앞날을 응원할게! 입시 파이팅👯♀️
연수야 축하해!! 우리가 주현쌤 수업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진짜 글 잘쓴다라고 생각해서 꼭 붙을 거라고 생각했어. 비록 긴 시간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앞으로의 시간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 아쉽다고 생각하진 않으려고! 그리고 처음에 책을 썼다는 말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나도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많아던 것 같아서 고마워. 학원 같이 다니고 놀기도 한 시간이들 내게 엄청 행복했던 시간이었어. 원하는 학교 합격한 거 다시 한번 축하하고 내년에도 재미있게 시간 보내자!! 우리 연수 너무 자랑스럽다!!🎉💙
해나야! 봄에 너랑 전국 여기저기로 백일장을 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네. 이제와보니 일 년의 시간 동안 너에게서 좋은 영향을 정말 많이 받은 것 같아. 학원이 끝나고 같이 고민을 나누며 떡볶이를 먹던 때라던가 교보문고까지 가서 소설책을 뒤적이고, 화상통화를 켜고 같이 공모전을 준비하던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이 벌써부터 소중하게 느껴져. 그동안 따뜻함을 나눠줘서 정말 고맙고, 네 말처럼 앞으로 더 길고 많은 시간을 보내자! 해나도 대학 합격 축하해!!🫶🏻
연수 늦었지만 너무너무 축하해~~~~~ 앞으로도 계속계속 친하게 지내쟈~~
고마워 유경아~~ 그래 자주 만나고 오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