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다시 뮤지컬로 무대에 올랐다. 2년만이다. 오세혁 연출은 25일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초연에서는 작품의 문법과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했는데, 이번에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원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 아버지의 피살 사건을 둘러싼 '카라마조프가 아들 넷'의 심리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과 모순, 혼재하는 선과 악을 리얼하게 그렸다. 그 내면에 숨어 있는 '인간다움'을 연기자들이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보일지 관심이다. 오세혁 연출은 "원작 소설이 워낙 방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초연 때 10년을 보고 가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아직은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미리 실망할 것은 없다. 초연과는 달리 이번 공연에는 아버지와 네 형제외에도 '악마'를 등장시켜 무대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악마'는 원작에 존재하지 않지만, 무대예술에는 필요하다고 느낀 연출가의 결단에 따른 상징적 존재다.
무대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고 한다. 오세혁 연출은 "무대 분위기를 장례식장 같으면서도 성당 같게 만들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비밀 종교 집회 장소, 혹은 형제들이 갇힌 동굴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고 했다. 장면과 가사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피아노 선율이 울림을 더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평생을 탐욕스럽고 방탕하게 살아온 아버지 표도르 역에 김주호와 심재현, 최영우가, 아버지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순정을 가진 첫째 아들 드미트리 역에는 조풍래, 서승원, 이형훈이, 논리와 지성을 갖춘 유학생이자 무신론자인 둘째 아들 이반 역에는 유승현과 안재영이 캐스팅됐다.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형제 간의 의심을 중재하려 애쓰는 세째 알료샤 역에 김지온과 김준영이,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보이는 인물인 막내 스메르쟈코프 역에는 이휘종과 박준휘, 안지환이 무대에 선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2017년 2월과 10월 두 차례의 쇼케이스를 통해 호평을 받은 뒤 2018년 무대에 올렸다. 이번 재연 무대는 5월 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