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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역잡아함경_198. 독자 범지,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수행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당시 독자 범지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제게 약간의 의문이 있는데, 만약 들어 주신다면 질문드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으며, 두 번째와 세 번째에도 역시 그와 같이 물었으나 부처님께서는 역시 대답하지 않으셨다.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저는 오랫동안 당신과 친밀하였기에 제가 좀 여쭙는 것이니, 부디 저에게 대답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생각을 하셨다.
‘독자 범지는 오랫동안 성품이 질박하고 정직해서 아첨과 거짓이 없으며, 묻는 것마다 모두 알기 위한 것이지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니, 나는 마땅히 그가 아비담(阿毘曇)이나 비니(毘尼)에 대해 묻는 것을 들어 주어야겠다.’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묻고 싶은, 의심나는 것을 망설이지 말고 묻으라.”
독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온 세간에는 착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있느니라.”
그는 또 여쭈었다.
“그렇다면 착한 것도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있느니라.”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부디 저를 위하여 착한 법과 착하지 못한 법을 말씀하셔서 저로 하여금 이해하게 하십시오.”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여러 가지로 착한 법과 착하지 못한 법을 말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대를 위하여 대략 그 요점만을 말하겠다.”
부처님께서 또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애욕은 착하지 못한 것이요, 애욕을 떠나는 것은 착한 법이다.
성냄과 어리석음은 착하지 못한 것이라 칭하지만, 성냄과 어리석음을 떠나는 것은 착한 법이라 칭하며,
살해하는 것은 착하지 못한 것이요, 살해하는 짓을 떠나는 것은 착한 법이며,
도둑질함과 삿된 음욕과 거짓말함과 악담함과 이간함과 탐냄과 성냄과 삿된 소견은 착하지 못한 것이라 말하고, 그와 같은 것들을 떠남과 바른 소견은 착한 법이다.
내가 그대를 위하여 세 가지의 착하지 못한 것과 세 가지의 착한 것, 열 가지 착하지 못한 것과 열 가지의 착한 것을 말했노라.”
부처님께서 또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나의 제자가 이 세 가지의 착한 것과 착하지 못한 것, 그리고 열 가지 착한 것과 착하지 못한 것을 이해해서 실답게 알 수 있다면,
문득 애욕이 다하게 될 것이며, 성냄과 어리석음도 영원히 없어지고 탐욕과 온갖 악도 남김 없이 없어질 것이다.
능히 탐욕과 어리석음을 없애기 때문에 모든 애욕의 번뇌가 몽땅 다하며,
그 번뇌가 다하기 때문에 샘이 없게[無漏] 되어서 마음이 해탈을 얻고 지혜가 해탈을 얻으며,
견법(見法) 속에서 자신이 이해하고 증지(證知)하여 법을 얻으니,
스스로 태어남이 다하고 범행이 수립되고 할 일을 이미 끝내서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음을 안다.”
독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느 하나의 비구로서 부처님의 교법에서 샘이 없음[無漏]을 성취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고 지혜의 해탈도 얻으며 견법 속에서 자신이 이해하고 증지하여 법을 얻으니, 스스로 태어남이 다하고 범행이 수립되고 할 일을 이미 끝내서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는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그 법을 얻은 이는 하나와 둘, 그리고 셋, 넷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르는 많은 비구며, 그들은 마음의 해탈을 얻고 지혜의 해탈도 얻어서 현재의 법에서 자신이 증득하였노라.”
독자가 또 여쭈었다.
“부처님의 교법에서 어느 하나의 비구니로서 마음의 해탈을 얻고 지혜의 해탈도 얻은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교법에서 비구니들로서 이 법을 얻은 이가 하나와 둘, 셋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그 수효가 무척 많느니라.”
독자가 또 여쭈었다.
“저 비구와 비구니를 제외하고 어느 하나의 우바새로서 의혹을 벗어나 저 언덕에 도달한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불법 중에서 모든 우바새로서 의혹을 벗어나 저 언덕에 도달한 이가 하나와 둘과 셋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그 수효가 무척 많나니, 그들은 5하분결(下分結)을 끊고 아나함(阿那含)을 성취하여 욕계에 돌아오지 않노라.”
독자가 또 여쭈었다.
“비구ㆍ비구니로서 범행을 닦는 이와 우바새를 제외하고 어느 하나의 우바이(優婆夷)로서 의혹과 후회를 없애고서 의혹을 벗어나 저 언덕에 도달한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불법 중에서 이 법을 얻은 이가 하나와 둘과 셋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그 수효가 무척 많나니, 그들은 5하분결(下分結)을 끊고 아나함(阿那含)을 성취하여 욕계에 돌아오지 않노라.”
독자 범지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로서 범행을 닦는 이를 제외하고 이 불법 중에서 혼자 집에 머물면서 5욕락을 누리는 우바새로서 의혹을 벗어나 저 언덕에 도달한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불법 속에서 하나와 둘과 셋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그 수효가 무척 많나니,
그러한 사람들은 남녀의 무리들과 함께 가까이하고 거주하면서 향과 꽃과 영락과 좋은 비단옷을 몸에 걸치고, 좋은 전단향과 온갖 미묘한 향을 그 몸에 바르며, 금과 은과 갖가지 보물을 사용하고 지니며, 노비와 동복(僮僕)의 수효도 무척 많나니,
이러한 시끄럽고 복잡한 속에 있으면서도 능히 3결(結)을 끊고 수다원(須陀洹)을 성취하여 결정코 삼보리(三菩提)에 이르러서 온갖 괴로움의 경계가 다한다.
아주 둔한 근기는 운(運)에 맡겨 일곱 번을 태어나는데, 세 가지 나쁜 갈래에는 태어나지 않고 인간과 천상에 유전하면서 자연히 온갖 고통의 변제(邊際)를 다하게 된다.”
독자가 또 여쭈었다.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로서 범행을 닦는 이를 제외하고, 또 애욕 속에 있는 우바새로서 수다원을 성취한 이를 제외하고, 부처님의 교법에서 우바이가 된 여인으로서 애욕 속에 있으면서도 의혹을 벗어나 저 언덕에 도달한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불법에 있는 모든 우바이로서 애욕 속에 있으면서도 의혹을 벗어난 이가 하나와 둘과 셋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그 수효가 무척 많나니, 그 모든 우바이는 비록 집에 있으나 우바새처럼 3결(結)을 끊고 수다원을 성취하였노라.”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당신께서는 보리로서 이미 바른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그러나 범행을 닦는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와 애욕에 처해 있는 우바새와 애욕에 처해 있는 우바이 등의 사람들이라도 도의 행(行)을 갖추지 못하면 곧 지엽적이 되어서 원만하지 못합니다.”
독자가 또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당신께서는 지금 이미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셔서 과위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비구ㆍ비구니와 범행을 닦는 우바새ㆍ우바이와 애욕에 처해 있는 우바새와 애욕에 처해 있는 우바이도 모두 과위를 증득하게 되면 부처님 교법에서 구족한 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독자는 또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제가 지금 즐겁게 비유를 말하겠으니, 부디 저의 말을 들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뜻대로 말하라.”
“비유컨대 하늘에서 큰비를 내리면 내리는 대로 물이 흘러서 큰 바다에 들어가듯이,
당신의 교법도 마찬가지라서 남녀 노소와 아주 늙은 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법의 비를 맞아서 오래 지나면 다 열반에 나아가게 됩니다.
거룩하십니다, 구담이시여. 거룩합니다, 미묘한 법이여. 거룩합니다, 부처님 교법(敎法)에 능히 들어가는 이들이여.”
독자가 또 말하였다.
“제가 지금 여쭙겠습니다. 가령 출가해서 범행을 닦는 사람은 얼마 만에 부처를 이룰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외도의 이학(異學)들이 불법 속에서 출가를 구하면, 먼저 그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넉 달을 지낸 후 대중 스님들 속에서 마음과 뜻이 조복되고 부드러워진 후에야 계(戒)를 받게 되지만, 반드시 다 그러한 것은 아니니, 그 사람의 마음을 따라서 정하게 된다.”
독자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말하였다.
“만약 출가를 허락하셔서 계를 받게 된다면, 설령 4년이라도 저는 하겠사온데 하물며 넉 달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까 그대에게 두 종류의 사람을 말했는데, 누구에게나 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께서는 아까 정말로 그러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지금 저 독자에게 머리를 깎아 주고 계를 주어라.”
비구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자 곧 그의 머리를 깎아 주고 계까지 주었다.
비구법대로 존자 독자는 도를 부지런히 닦아서 반 달 안에 배움의 지위[學地]를 갖추고서 법을 알고 법에 도달하고, 법을 보고 법을 깨달았으며, 이미 배움의 과위[學果]를 얻고서는 알고 이해하며 법을 증득하였다.
존자 독자는 ‘나는 지금 부처님 처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즉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배움의 지위를 모두 증득하여 알았습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거듭 저를 위해 말씀하셔서 저로 하여금 법을 듣고 마음을 해탈케 하소서.”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만약 마음의 해탈을 빨리 구하고 싶다면, 마땅히 두 법을 닦아야 하고 마땅히 두 법을 배워야 하고 마땅히 두 법을 넓혀야 하나니, 두 법은 이른바 지혜와 선정을 말한다.
만약 그와 같이 닦고 익히고 넓힐 수 있다면, 이야말로 갖가지 경계를 알며 온갖 경계를 통달하며 무수한 경계[界]를 아는 것이라고 칭한다.”
부처님께서 또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비구가 만일 애욕과 악과 착하지 못한 것을 여의어서 지각[覺]과 살핌[觀]으로 초선(初禪)에 들어가고 싶다면, 이와 같은 비구는 마땅히 두 법을 닦아야 하나니, 바로 선정과 지혜이다.
나아가 4선(禪)과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와 공처(空處)와 식처(識處)와 불용처(不用處)와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독자여! 수다원과 사다함과 아나함을 얻고 싶다면 모두 다 그와 같은 두 법을 배워야 하고,
신족통을 배우려 하거나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를 배우려 하거나 전생 일을 알려 하거나 하늘 눈과 하늘 귀를 얻으려 하거나 번뇌가 다한 지혜를 얻으려고 할 때도 마땅히 두 법을 닦아야 한다.
그리고 두 법을 더 넓히면 갖가지 경계를 알며 온갖 경계를 통달하며 무수한 경계를 안다.”
존자 독자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 갔다.
대자비의 여래께서 갖가지 인연으로 가르치고 지도하시니, 독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조용한 곳에서 혼자 앉아 부지런히 닦고 마음이 방일하지 않으면서 항상 선정에 있었다.
족성자(族姓子)로서 수염과 머리털을 깎은 것은 바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기 위한 것이니, 이 때문에 현재의 법에서 자신(自身)이 증득하게 되고 나의 태어남이 이미 없어지고 범행이 수립되고 할 일을 마쳐서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부처님 처소에 오고 있었는데,
존자 독자가 비구들을 보고 물었다.
“여러분께서는 어디에 가려고 합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부처님 처소에 가서 친견하고 공양을 올리려 합니다.”
독자 비구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들께서 지금 부처님 처소에 가면 저의 말로 세존께
‘기거가 편하시며 병이나 괴로움은 적습니까?’라고 문안을 드려 주시고,
또 저를 위하여
‘독자 비구는 이미 부처님의 은혜를 갚고 법을 위해 공양하면서 부처님의 행하신 바를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여쭈어 주십시오.”
그러자 비구들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독자 비구가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면서 세존께
‘기거가 편하시며 병이나 괴로움은 적습니까?’라고 문안을 드려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독자 비구는 또
‘저를 위하여 부처님께
〈저는 이미 수행으로 부처님말씀을 따르고 있으며, 세존께서 행하신 바를 제가 이미 갖추어 얻었습니다〉라고 여쭈어 달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보다 먼저 천자가 나의 처소에 와서
‘독자 비구는 이미 아라한을 성취했다’고 말하였다.
내가 가장 먼저 알고 있었고 천자가 그 뒤에 전달했는데, 그대들은 지금 천인보다 더 뒤에 말하는구나.”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저 독자가 이미 아라한을 성취했다고 수기하셨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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