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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41년 전인 1976년에 개점한 다카기 커피점은 교토 지역의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인 이노다 커피 본점에서 함께 근무를 하던 다카니시와 카와베, 기타무라씨가 공동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작된 곳입니다. 각자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상호 명을 지었다고 하니 과연 진짜 다카기 커피점이구나 생각하면서 피식 웃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로 치자면 김 아무개와 박 아무개, 그리고 이 아무개 씨가 공동으로 창업하여 김박이 커피점이라고 한 것과 같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곳, 특히 다카쓰지 거리에 있는 본점에서 커피와 음식을 드셔본 사람이라면 처음의 멋 적은 웃음은 기쁨과 환희의 웃음으로 변해 앉아 있는 시간 내내 즐거울 것이 틀림없을 겁니다. 외관의 구색과 가게 내부는 오랜 시간만큼 빛을 바래 보잘 것 없지만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지는 음식들을 정성스럽게 내어 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5성급 호텔에서 서비스를 받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가게 내부를 점거하고 있는 노년의 신사와 숙녀들은 여유로이 신문이나 TV를 보면서 유유자적하고 있고 이따금씩 보이는 젊은이들은 노트북을 켜고 헤드폰을 귀에 꽃은 채 일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비워진 물 잔에 빠짐없이 물을 채워주는 직원들, 조그마한 소리에 고객이 놀랠까 싶어 아주 조심스럽게 씻어낸 컵과 식기들을 닦는 직원들, 계산을 마치고 나서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면서 오랫동안 대화를 하고 문 앞까지 배웅하는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곳은 과연 경쟁이란 것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냅니다. 어쩌면 이 곳은 그저 도서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판매자나 구매자로서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사실상 새로움을 발견할 수 없고 판촉 기법 또한 대단한 것이 없습니다. 메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져 제공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시대적인 흐름상 한국과 일본의 그것이 다르게 변해 왔다고 애써 자위해도 과거와 매한가지의 방식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선 일종의 경외심마저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이 지금 우리의 거추장스럽게 변질되고 있는 서비스 환경들과 묘하게 오버랩이 되면서 우리의 넥스트 스테이지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갈 지 걱정과 함께 넥스트 스테이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본질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인지 각오도 동시에 다지게 됩니다.
여기 수십 년 동안 한 자리에서 등대처럼 빛을 밝히고 있는 이 곳에서 시간이 깊어지는 순간을 만끽하면 좋겠습니다.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의 참된 의미를 우리 함께 일깨웠으면 합니다. 그저 해소마가리의 기질과 모노즈쿠리의 정신만이 이들을 이토록 오래 이끌어 왔다는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TIPS)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서번트 리더쉽(Servant Leadership) 분야의 권위자, 우리에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작가로 잘 알려진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의 저서 <배려를 파는 가게 Legendary Service>에서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켄 블랜차드 컴퍼니에서 고안한 전설적인 고객 서비스 훈련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설적인 서비스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이상적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고객들이 계속 찾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함으로써 매 순간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하면서 이상적인 서비스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도 동시에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배려'에 있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사실 고객 서비스만큼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유형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무형의 만족을 낳는 일은 보기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무형의 만족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보이지도 않기에 가늠할 수도, 수치로 측정하여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 서비스는 가게의 운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접근과 노출이 가능해진 오늘날엔 고객이 가게의 부정행위를 한 번만 알려도 이를 접한 사람들의 일부가 다시 자신의 네트워크에 공유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됩니다. 숨기기는커녕, 아예 가게 운영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한 것입니다.
바로 그 점에서 캔 블랜차드가 전설적인 서비스가 되기 위한 이상적인 서비스의 핵심에 '배려'를 언급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합니다.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기도 하고, 다양한 기능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이 소비자에게 올바른 선택을 제안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배려'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배려만이 제 효력을 발휘하는 궁극적인 마케팅이 아닐까 생각하면 다카기 커피점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이유도 새삼 알 것 같습니다.
(브랜드 콘셉트 디렉터 김도환님의 글에서 발췌 편집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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