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태안해변길을 가려다 보문산 둘레길을 갔었다.
이번 주에는 꼭 태안해변길을 가려다가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왕복 5시간의 이동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도 즐기면서 살아야 하는데 알면서도 하지 못하니 그릇의 크기는 역시 정해져있나보다....
나름대로 합리적이라 생각하며 노루벌로 백패킹을 떠났다.
우리집에서 약 10km가 되는 거리에 있는 노루벌... 2009년에 캠핑 시작한 이래로 16번 캠핑을 간 대전 캠핑의 성지이다.
노루벌 가는 길은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걸어서 가기는 처음이다.
요즘 체력이 물이 올라 10km정도는 한달음에 가지만 배낭을 메고 10km로 걷기도 처음이다.
그래도 산길이 아닌 평지여서 부담없이 출발했다.
중간에 배낭을 고쳐메고, 신발끈을 다시 매고..... 이래 저래 십여분 휴식시간을 가진 뒤 노루벌에 도착했다.
그런데....아무도 없다.....
마치 캠핑금지구역으로 지정이 된 것처럼....
노루벌 도착 1.5km전인 상보안에는 장박텐트 서 너개와 오늘 설치한 듯 한 텐트 보였는데.....
2-3분, 아니 3-4분 정도 적막한 노루벌에서 텐트 칠만한 곳을 찾은 뒤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을 한 뒤, 상보안으로 돌아갔다.
지난 번 고흥여행에서 결심한 것 처럼 "비박과 겨울 산행은 혼자서 하지 않기로"했다.
상보안으로 가서 언덕 위 평평한 곳에 나의 첫 백패킹 텐트인 와일드라임을 치고 서둘러 저녁을 준비했다.
8시30분경에 도착해서 텐트를 쳤으니 배가 너무 고팠다.
라면에 찬밥, 스팸 한통을 금방 해치우고 컵스프까지 한컵 마시니 배가 불러왔다.
잠깐 쉬고 영화를 잠깐 보는데 졸려서.... 잤다.... 책은 왜 가져왔을까???
1시쯤에 답답해서 잠을 깼다.
좁은 침낭에서 자면 가끔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끼는데 다리를 완전히 구부리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더워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침낭 지퍼를 열고 몸을 몇번 접었다 폈다 한 후에 다시 잠을 청했다.
7시 경에 자동차 한대가 근처를 지나갔다...... 곧 이어 아주머니 두세분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서 텐트 밖을 한번 둘러보고 사진을 몇장 찍고 다시 들어와 누룽지를 끓여 아침 식사를 했다.
철수하느라고 배낭을 챙기는데 걸린 시간은 20분....
아직도 오토캠핑의 관념을 벗지 못한 내게는 정말 전광석화 같은 속도가 아닐 수 없다.
라운지 Z나 웨스턴 소울이었다면 2시간은 걸렸을 텐데.....
8시30분에 출발하여 집에 도착하니 11시...
12시30분에 부모님과 짜장면 약속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부모님, 동원이와 함께 노루벌을 갔다.
아내는 청소를 해야한다고, 예원이는 노루벌 산책하기 싫다고 집으로 갔다.
노루벌에 가서 냉이를 캤는데 냉이를 찾기 힘들어서 애비뉴님 밭으로 갔더니 냉이가 많았다.
애비뉴님 허락을 받지 않은 터라 몇개 캐다가 정식으로 허락을 받고 다음 주에 다시 오기로 했다.
우리를 탈출한 염소 가족 9마리도 보고, 동원이에게 물수제비 던지기도 가르쳐주기도 하고, 따뜻한 봄날을 한껏 즐겼다.
부모님과 톨드어스토리에 가서 커피를 마시려 했으나 부모님은 안가신다고 해서 집에 있는 예원이를 나오라고 해서 예원동원이와 함께 톨드어스토리를 갔다.
건표씨는 없었고 직원들만 있었다.
아이들 핫초코와 내 에스프레소, 그리고 스콘을 시켰다.
지난 번에 나 혼자 왔을때 에스프레소를 잘 내려달라고 당부했을때는 맛있게 내렸는데 오늘은 아무 말도 안했더니 맛이 별로였다..
커피 맛을 점점 더 구별할 줄 알게 되어서 불편할 때가 종종 있다.....
꽉찬 금요일과 토요일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