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이 받아들이는 공부
자기 좋은 것만 보려고 하는 것이 아상(我相)이다. 좋아하는 것만 받아들이려는 것이 아상이다. 아상은 언제나 자기 기준을 정해놓고 좋아하는 것은 삼키고, 싫어하는 것은 뱉어버리는 일만을 할 뿐이다. 아상은 언제나 나를 위하는 척, 나를 돕는 척하면서 나타나 나를 집어 삼키는 뛰어난 재주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상에 얽매여 습관적으로 아상이 좋아하는 것만을 선택함으로써 무한 가능성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아상에 묶여 습관적 패턴만 갇혀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주법계에서 보내주는 무한한 깨달음의 가능성, 업장소멸의 가능성, 영적 성숙과 깨달음의 가능성을 차단시켜 버리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나처럼 아상이 세상을 창조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내면의 근원이 그 선택을 대신하도록 내맡길 수 있어야 한다. 우주법계가 보내주는 무한한 가능성이 고스란히 내 삶에서 거침없이 춤출 수 있도록 문을 열고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나를 비워야 한다. 아상이 아닌 ‘공’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상에 갇힌 분별로써 세상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아상이 타파된 무분별로써 돌아가야 한다. 좋고 나쁜 것, 옳고 그른 것, 원하고 원치 않는 것, 보고 싶고 보기 싫은 것을 나누어 놓고, 습관적으로 좋은 것, 옳은 것, 원하는 것, 보고 싶은 것만을 보던 습관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좋고 나쁜 것을 나누지 말고 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좋고 나쁜 것을 다 받아들이는 것은 아상이 아니다. 그것은 참된 근원의 작용이다. 바로 이 지점이 삶의 근원적인 전환과 변혁과 각성이 일어나는 분기점이다. 이 단순한 차이는, 사실 진리의 전부다. 이 단순한 섭수, 수용, 받아들임, 무분별, 무간택, 무차별을 실천하겠다고 용기를 내어 피하지 않은 채 두 눈 똑똑히 뜨고 그 양 변의 경계를 다 분별없이 받아들일 때 그 때 가능성의 장으로부터 무량수 무량광의 상상할 수 없는 우주적인 힘과 지혜와 자비가 깨어난다. 본래 주어져 있던 그러나 잠시 잊고 있던 그 모든 힘의 근원이 비로소 깨어난다. 삶에 대 전환이 시작된다. 완벽한 삶의 반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업장소멸이라는 것 또한 바로 이 순간에 찾아온다. 우주법계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순간 분별하고 선택하고 차별하던 마음을 돌이켜, 무분별로써 완전히 받아들이게 될 때, 시간의 벽은 무너지고, 억겁에 걸쳐 일어나야 할 업장소멸의 지난한 여정이 단 100일 만에도, 49일 만에도, 21일 만에도, 7일 만에도 아니 단 한 순간 만에도 찰나로써 끝나버릴 수가 있는 것이다.
진리를 어렵게 생각지 말라. 수행을 어렵게 생각지 말라. 신심명에서는 이것을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이라고 했다. 도는 어렵지 않으니 간택(분별)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도이며, 진리의 시작이자 끝이다. 수행은 어렵지 않다. 다만 분별하지 말고 완전히 받아들이면 된다.
이제 부터 삶을 잘 지켜보라. 경계가 올 때는 '경계구나' 하고 지켜본 뒤, 이 경계를 생각으로 분별하지 말고 고스란히 받아들여라. 경계란 눈귀코혀몸뜻에 들어오는, 빛과 소리, 냄새, 맛, 감촉, 생각의 대상 전부를 말한다. 그야말로 일체 모든 외부적인 것 전부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심지어 마음속에서 생각 하나가 일어나든, 어떤 사람이 말을 걸어오든, 음식을 먹을 때든, 순식간에 좋거나 싫다는 분별이 올라오고, 그 분별에 이끌리는 순간 좋은 것은 쫓고 싫은 것에서는 도망치고자 하는 아상의 속임수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대비하고 있으라.
무언가 경계가 다가오면, 분명히 '경계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그대로 받아들여라. 이 차별 없이 받아들이는 공부를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 보라. 아니 매 순간, 활짝 열고 깨어있는 정신으로 매 순간 들어오는 모든 경계를 받아들여 보라. 하루, 3일, 일주일, 21일만이라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놓치면 놓치는 대로 다시 시작하면서 꾸준히 마음을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해 보라.
삶 자체가 생명력을 가지고 깨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앗, 이것봐라' 하고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한 힘의 움직임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미세한 마음의 좋거나 나쁜 생각을 발견하고, 그 분별을 너머서서 고스란히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공부! 이것이 당신이 해야 할 공부의 전부임을 잊지 말라. 이것 말고 더 할 것이 남았나? 없다. 여기에 팔만 사천의 모든 법문이 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07:50~08:00) 방송중에서
첫댓글 네,참으로 그러네요 가르치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분별하지 말고 완전히 받아들이자 ----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