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먹고 전철타고 시골 고향집에 간다. 눈발이 날린다. 음력으로 1.19이 어머니 기일이다. 전철타고 버스타고 시골 가는게 불편하지만 어머니 생각하면 이 정도 불편함은 견딜만 하다.
어머니는 살아생전에 자식들 주시겠다고 이것저것 챙겨 머리에 이고 등에 걸머지고 몇시간씩 완행버스 타시고 서울 자식들 집까지 오셨는데 맨몸으로 내려가는 게 무슨 대수라고 마다하겠는가?
용인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골 원삼가는 버스를 타고 곱등고개 넘어가는데 설경이 완전 환상적이다. 마치 신비의 나라속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 서울은 눈이 다 녹았는데 시골 고향가는 길에는 눈꽃이 그대로 있다. 아마도 지하에 계신 부모님들이 아들이 온다고 하니 선물하실려고 눈세상을 만들어 놓으셨나보다.
너무나 환상적이다.
고향가는 길이 이리도 아름다울 줄이야!
고향집에 도착해서 부모님뵈러 산을 오르는데 환상적인 눈세상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니 더 신비롭다. 누구도 밟지 않은 눈을 밟고 산을 오르고 있다.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있다. 나무들에 핀 눈꽃은 그냥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부모님 산소도 하얀 눈으로 뒤덮혔다. 눈덮힌 부모님 음택이 예뻐보인다. 술 한잔 따라 드리고 절했다. 내가 온 것을 부모님들이 아실까?
부모님덕분에 이런 멋진 설경을 보게 되니 부모님께 감사드릴뿐이다.
어머니 기일이 아니었으면 이런 멋진 설경을 보지 못했을텐데 말이다.
부모님 뵙고 큰 형님내외 뵙고 형수님이 구워주시는 삼겹살을 새로 꺼낸 김치에 싸먹으니 그맛이 꿀맛이다.
전에는 어머니가 해주셨는데 이제는 형수님이 시동생 먹으라고 챙겨주시니 나는 참 복도 많다.
어머니 가신지 어언 20여년이 되어간다.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효심이 자꾸만 옅어져가니 죄짓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