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받는 모습으로 의사 앞에 긴장하고 앉았다. 그런데 그가 3주 후 펫시티 사진을 찍어보자고 했다. 그걸 보고나서 유지치료로 갈 건지 결정하자고 한다. 의사가 “유지치료 하겠습니다” 라고 하는 말은 곧 “완전 관해되었습니다”란 말이다. 완전관해라 해도 암 뿌리가 완전히 없어졌다는 말은 아니다. 5㎜이하는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니까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는데 유지치료는 보이지 않는 놈이 기가 다시 펄펄 살아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위한 치료다. 다지기 작업이며 잔불정리인 셈이다.
기침이 안 멎는다니까 영상실로 내려 보내 흉부엑스레이를 찍게 했고 결과를 보더니 폐는 깨끗하단다.
안도는 됐다. 그래도 미진하여 호흡기내과 협진을 원한다고 하니 오후에 진료받을 수 있게 예약해줬다. 한 달이나 넘게 가래며 기침이 계속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시원하게 밝혀지면 좋겠다.
지금까지 몰랐었는데 누가 귀띔해 줘서 알았다. 혈액검사 항목별 결과표를 간호사에게 요청해서 받으란다. 메인센터 간호사에게 갔다. 의사는 환자가 수치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게 좋다지만 내 성미가 궁금증이 나면 잠을 못 잔다. 간호사가 진료를 받았느냐고 물어보고 볼펜으로 적은 결과지를 주었다.
9월25일 채혈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미세하게 높을 뿐 수치상으로 보면 나는 건강하다.
항목
10/16 채혈결과
9/25 채혈결과
정상
백혈구
9.5
8.6
4.0~10.0*1000
혈색소
11.8
11.7
12~16
혈소판
260
223
130~400*1000
절대호중구
6983
6665
간기능
27/37
25/36
0~40
콜레스테롤
185
203
0~200
아들이 보더니 백혈구 수치, 호중구 수치가 자기보다 양호하다고 한다.
호중구수치가 500이하이면 위험하다고 하는데 나는 7000에 근접한 수치다.
오후, 호흡기 내과 의사는 7월31일 씨티 사진에 폐렴초기증세가 보였으니 1주일분 투약해서 효과 있는지 여부를 보고 엑스레이에 잘 나타나지 않는 병소를 씨티로 확인해보자고 했다. 암센터용으로 오늘 아침 채혈한 혈액은 호흡기감염 여부 확인에 필요한 수치가 빠진 게 있어 다시 채혈해야 한단다.
그리고 1주일 지난 후 진료 전에 채혈하고 폐사진을 찍어 수치의 변화를 비교해 보자고 했다. 불쌍한 혈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