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21 무장공비 사건이 있던 그 해 우리는 기계국민학교 5학년이었다. 교실 문 입구 위에는 황소 그림 표지. 난 5-2반이었다. 6학년은 돼지 그림. 황소가 6학년 표지라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돼지 보다는 덩치도 크고, 하는 일도 많은데..
이 상용 대장을 필두로, 오늘은 온공일 6월 6일 현충일, 기어코 안강역 기차를 보기로 했다. 비 오는 날이면 달성거랑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 얼마나 큰 놈이길래 저리도 목청이 좋을까 ??
점심을 먹은 후 우시장 못미쳐 당수나무 아래 모였다. 현내 2리 사과밭 준형이가 제일 늦게 도착했다. 지가실 악당들이 며칠 전에 탱자나무 울타리를 또 뜯어내어 개구멍이 생겼단다.
밥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현내 못 옆 밭둑에서 상용이가 억머구리를 잡아서 막대기에 5마리를 ㅅ ㅅ ㅅ ㅅ ㅅ 이렇게 구웠고, 우린 밀서리를 했다. 입 가가 온통 시커멓다.. 히 히 힛..
...... 하늘이 서숲 쪽에서 부터 컴컴해지더니 .... 으아아아아아아 ..
소낙비다. 초여름이라도 춥다 입술은 모두들 퍼 렇 다.
노당재 너머에 기왓공장이 있어 그 곳까지 뛰어 간다. 따뜻하다 되짚어 올라 간다. 어래산 4부 능선. 눈 앞에 펼쳐지는 안강 평야... 한 참 을 기다려야 한다. 하루에 4번 다니는 기차... 오늘은 언제 지나갈 까 ??
3 시간만에 나타나는 시꺼먼 철마 .. 우와 ~~아 ~~ . 처음 보는 기차, 말로만 듣던 기차다 ~~~ 꽤애애애액 ~~~~ 증기가 뿜어지며 꼭 돼지 멱 따는소리 같은 기적 소리.. 대장 상용이의 설명 . 경주~양동 지나 안강~포항까지 간다.. 상용이는 형이 둘이나 있어서 시겟도도 만들 줄 안다. 부러운 상용이. 동무들 집에서 오줌 누려다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난 누나가 5살 2살 위로 있어서 습관적으로 요강에 엉덩이 까고 앉아서 오줌을 누는데, 동무들이 알면 큰 일이다. 얼른 서서 쏴 자세를 취한다. 오줌 물 튀기지 않으려면 앉아서 누는 게 맞는데....
첫댓글 선배님 살아서 움직일 것 같은 글 잘 읽겠습니다. 수봉사랑
늑대님의 소설같은 어린시절의 추억 수채화같은 글을 잘 보았습니다. 단편소설을 써도 훌륭할 것 같은 느낌이 옵니다. ㅎㅎ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