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가정신 DNA
사외칼럼
[매경이코노미스트]
2023-08-15 화요일
매일경제 A27면
사업보국·제철보국 신념 삼고
기업보다 더 큰 존재를 위해
기업이 존재해야 한다는 소명
K기업가정신의 독특한 특징
2023년 7월 10일
경남 진주의 한 대강당은 전 세계 47개국에서
모인 외국인들로 꽉 메워졌다.
마치 K팝 콘서트에 온 것과 같은 열기마저 느껴졌다.
이날의 행사는
진주시와 세계중소기업협의회가 함께 주최한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이었고,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 학자·기업인·학생들은
21세기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기업들의
기업가정신의 DNA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뿌리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서 모였다.
미국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도 지적했듯이
1970년대 이후 대한민국에서의
글로벌 기업들의 등장과 지금까지의 성장은
'경이롭다'는 표현으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고,
기존의 기업가정신의 위험 감수, 도전,
혁신의 DNA 외에도 대한민국만의 고유한
기업가정신의 DNA가 무엇인지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중소기업협의회 회장인
아이만 타라비시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서양에서 시작된 기업가정신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중요시되는
현대에 와서는
동양적 정신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하였다.
이미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쫓아가는 패스트 폴로어(Fast Follower)로서의
기업가정신의 특성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되어 있으며,
이러한 기업가정신의 특성은
'동적전환역량(Dynamic Capability)'
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렇지만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DNA에는 동적전환역량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
첫째,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DNA는
기업보다 더 큰 존재를 향한 소명의식이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을 평생의 신념으로 삼았다.
포스코를 창업한 박태준 회장은
이 소명의식을 '제철보국(製鐵報國)'이라고 했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기업가정신에는
기업보다 더 큰 존재를 위해서 기업이 존재한다는
소명의식이 있다.
이러한 소명의식은
대한민국의 기업가정신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보면
초기 자본주의 모습에서도 이러한 소명의식이 나타난다.
특히,
네덜란드의 자본가들은
다른 유럽의 자본가들과 달리
자신들이 쌓은 부를 통해
도시가 발전하고 번영하는 것에서
일의 의미를 찾았다고 한다.
이러한 소명의식이
이제 서구의 기업가정신에서는 사라져버렸지만,
2019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한
*BRT 선언에서 볼 수 있듯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
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다. 전미제조업협회(NAM),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로비단체로 꼽힌다.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둘째,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DNA는
공동체를 향한 책임의식이다.
GS그룹의 창업주라고 할 수 있는 허만정 선생은
"돈은 개미같이 부지런히 모으되,
의로운 일에는 크게 써야 한다"고 말했고,
실제로 독립운동 조직 백산상회의 후원자이기도 했다.
1926년에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 선생이
"지금까지 온갖 정성과 노력을 바쳐온
오직 하나의 목표,
복지사회를 이룩하고자 하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듯이 사회공동체를 향한 책임의식이 기업경영의 목표였다.
이러한 공동체를 향한 책임의식의 뿌리는
조선시대 유학의 대표적 인물인
퇴계 이황의 대동사회(大同社會)의 정신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퇴계 이황은
'나를 수양해 공동체를 이롭게 하라'고 가르치며,
모두가 하나 되는 통합의 사회를
가장 이상적인 사회공동체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유교적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노력하였다.
동적전환역량,
소명의식.
공동체를 향한 책임의식이 결합된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DNA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의 기업가정신을
이끌어갈 미래 기업가정신의 방향이고,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의 방향이다.
(끝)
한상만
성균관대 대학원장,
前한국경영학회장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는 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다. 전미제조업협회(NAM),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로비단체로 꼽힌다.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BRT는 1972년 세워졌다. 미국 내 대표적인 알루미늄 생산 업체인 알코아(Alcoa)의 최고경영자 존 하퍼(John Harper)와 미국을 대표하는 복합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 프레드 보쉬(Fred Borch)가 설립을 주도했다. 초기 BRT는 미국 대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적대감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정부와 대화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이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 BRT는 활발한 로비를 벌이기 시작했다. 자금력을 동원해 세계무역기구(WTO)·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였다. 세계은행(IBRD)·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관 등에도 자신들의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미국 기업들에 대한 보호를 받아냈다.
BRT는 8월19일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핵심은 기업의 봉사 대상을 ‘주주(shareholder)’에서 경제이해당사자(stakeholder)로 확대한 것이다. 경제이해당사자들이란 주주를 포함해 근로자, 소비자, 납품업체, 커뮤니티 등 사실상 사회구성원 모두를 가리킨다. 성명에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CEO를 비롯해 애플의 팀쿡,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등 회원 188명 중 181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투자, 협력 업체와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 모두가 기업의 필수적인 목적”이라고 선언했다. “주주에 대한 봉사와 이윤 극대화라는 가치를 넘어 종업원과 고객, 납품업체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기존 BRT 성명과 달라졌다. BRT는 1977년 이후 ‘기업은 주주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밝혀왔다. 이들은 “기업의 목적에 대한 기존의 문구는 우리와 동료 CEO들이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위한 가치 창출을 위해 매일 노력하는 방식을 정확히 묘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면서 성명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글 jobsN 박아름 인턴
jobarajo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