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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병겁 출현
(1) 구제역
구제역은 각종 가축에 발생하는 급성열성 전염병으로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이 감염되는 질병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입술, 혀, 잇몸, 코, 발굽사이 등에 물집(수포)이 생기고 체온이 급격히 상승되고 식욕이 저하되어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된다.
치사율이 50%를 넘으며, 설령 회복이 되더라도 식도나 인후부에 언제나 구제역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가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주요 전파경로는 호흡기(공기), 동물의 체액분비물, 오염된 사료, 사람, 기타 매체 등이다. 전염 속도에 대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소개되고 있다.
영국의 남동부 브렌트우드 시 근교의 도축장과 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 등 영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감염된 수많은 가축을 도살하여 축산업 및 관련 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그리고 덴마크, 벨기에 등에서도 구제역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되는 등 구제역 파동이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으며 몽골, 터키, 이란 등에서도 구제역 발생이 보고되어 전 세계가 구제역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알고 보면 참으로 보잘것없는 존재다. 유전정보를 가진 핵산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 껍질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바이러스는 평상시에는 아무런 기능을 못하고 물질상태로 지내다가 동식물과 같은 숙주 안에서 기생하면서부터 비로소 생물로서의 기능을 시작한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 삶과 죽음의 중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아주 미미한 존재로 보이는 바이러스지만, 변신을 통한 적응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생존력’이 매우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즉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서 더욱 강력해진 ‘변종 바이러스’로 재탄생 하게 되는 것이다. 구제역 바이러스 또한 이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1967년부터 1990년까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것만 20여 종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제역 바이러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키 위한 변신을 통해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즉,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간의 항생제에 맞서 내성(耐性)을 키우며 그 어떠한 강한 항생제로도 막을 수 없는 ‘슈퍼바이러스’로 변해갈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새롭게 무장을 한 채 동물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퍼붓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우리 인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2) 조류 인플루엔자
조류 인플루엔자란 닭이나 오리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주로 철새의 배설물에 의해 전파된다. 철새들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저항성이 있어서 감염이 되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에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전파시켜 감염을 일으킨다.
감염은 오염된 조류의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과 대변에 의해 이루어지며 특히 오염된 대변이 다시 구강(口腔)을 통해서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처음에는 병원성이 약한 바이러스였는데, 가금류 간에 전염되면서 차차 병원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바뀌어, 이제는 야생오리에게도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983년에서 1984년에 미국에서 유행했던 H5N1 조류 인플루엔자(AI)는 처음에는 치사율이 낮았으나 6개월 후에는 병원성이 강해져서 치사율이 90% 이상이 되었고, 이로 인해 1,7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殺處分)시켰다.
2005년 10월에는 중국 내몽고(內蒙古) 후허하오터 시의 한 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의 재발이 확인된 후 닭 2,600마리가 살처분 되었으며, 철새가 전염원으로 보여지는 조류 인플루엔자는 유럽 전역을 강타해서 러시아, 터키, 이란, 그리스,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각국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도 메콩 삼각주 지역의 한 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4,000마리의 닭을 살처분 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2005년 초부터 2개월 사이에 조류독감이 재발해 웨스트 자바 주의 양계농가에서 2만1,000여 마리의 닭이 폐사했고, 2004년도에는 10개 지역에 조류독감이 확산되어 600만 마리의 닭 가운데 4분의 1이 넘는 160만 마리가 폐사했다고 한다.
한편 한국에서도 2003년 나주지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25농가에서 22만9,000여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됐으며, 2005년에는 광주광역시의 한 오리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견되어 농장의 오리 9,000마리를 살처분 매몰하였다.
철새에게서는 약한 바이러스로 존재하던 것이 닭이나 오리에게 옮겨지면서부터는 짧은 시간 안에 매우 강력한 바이러스로 변신하였다. 그것은 왜일까?
철새보다는 닭이나 오리에 항생제가 훨씬 많이 축적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그와 같은 독한 항생제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더욱 강해진 것이다. 즉 바이러스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환경이 오염되어 산성화 될수록, 그리고 기생하는 숙주의 면역력이 떨어질수록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키기가 쉬워지고,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적응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바이러스를 둘러싼 특정한 환경조건이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3) 광우병
광우병(狂牛病)은 소의 전염성 뇌질환의 일종으로서, 이 병에 걸리면 처음엔 체중이 감소하다가 병이 진행됨에 따라 소가 미친 듯이 포악해지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급기야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부르르 떨다가 주저앉아 죽어버리게 된다.
광우병은 1986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이상한 소들이 발견되어 조사해보니, 소의 뇌조직이 녹아내려 마치 스폰지처럼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기괴한 현상이 관찰되었던 것이다. 미친 소에게서 나타난다고 해서 ‘광우병’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이 병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력을 가진 단백질인 ‘변종 프리온’이 신경을 파괴함으로써 발병된다. 이 병은 영국에서 먼저 발견되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며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영국에서는 1980년대 초반에, 늙어서 젖이 안나오는 젖소의 처리가 큰 골칫거리였다. 늙은 젖소 고기는 질기고 맛이 없어서 사람들이 먹을 수가 없으므로, 이 늙은 젖소의 고기를 갈아 사료에 섞어서 다른 소에게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의 뼈나 근육도 함께 갈아 사료로 먹였다.
그랬더니 이런 사료를 먹은 소들이 광우병에 걸린 것이다. 소는 풀을 먹는 초식동물이므로 고기를 못 먹는데, 같은 종족의 고기를 줬으니 소가 멀쩡할 수 있었겠는가?
이 병은 ‘변종 프리온’이라는 특이 단백질의 감염에 의해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프리온’은 정상적인 사람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의 신체 조직에서 발견되는 단백질로서, 보통 때엔 얌전하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고 곧바로 분해되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프리온의 구조가 변형되어 독성을 지닌 채 분해되지 않고 뇌에 쌓여 신경세포를 파괴하면 치명적인 상태가 된다.
왜 프리온의 구조가 변형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그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되어 나타나는 인간 광우병, 즉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도 ‘변종 프리온’에 의해 발병되는데, 프리온은 정상 상태에서는 뇌세포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비정상적인 구조로 바뀌어 ‘변종 프리온’이 되면 신경세포를 죽이면서 광우병과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인간 광우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광우병은 이후 유럽과 아시아, 북미 지역 등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일본에서는 2001년 처음으로 발병했다.
그 동안 19년 동안 약 30개국으로까지 확산된 광우병은 지금도 계속적으로 번져가고 있다. 영국에서는 1988년 한 해 동안만 약 370만 마리의 감염 소를 도살했으며, 유럽연합 전체적으로는 460만 마리의 소가 도살되어 이 후 전 유럽에 광우병 공포가 확산됐으며, 쇠고기 수출입을 둘러싼 국가 간 마찰과 각국의 대량도살 사태를 불러왔다.
잠깐 동안 주춤하는가 했던 광우병은 2000년도에 들어서 덴마크,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에서 잇달아 발견됐고, 계속해서 북미대륙의 캐나다에서도, 그리고 세계 최대의 축산대국인 미국까지도 번져나갔다.
이제 전 세계 어느 곳도 광우병에 대한 안전지대가 없다. 지금 지구촌의 동물들은 강력해진 변종 바이러스에 의해 몰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염속도가 매우 빠른 구제역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복병(광우병)을 만난 인류는 이 난국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는 것인가?
이처럼 들불처럼 번져가는 광우병은 애초에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가며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식사료를 강요함으로 발생하였다.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연의 섭리를 거슬린 결과, 인류는 엄청난 위기에 몰려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암담하게 하는 것은, 소에게 나타나는 끔찍한 광우병 증상이 사람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정말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저지른 자연섭리의 파괴에 따른 대재앙이 우리 앞에 ‘괴질병(怪疾病)’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것이다.
(4) 돼지콜레라
돼지콜레라는 돼지콜레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되는 전신성 급성 전염병이다.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일단 감염되면 연령에 관계없이 거의 100% 폐사하게 되는데, 돼지에게서 발생하는 질병 중에서 가장 무서운 전염병의 하나이다. 이 병에 감염된 돼지의 임상 증상은 체온이 40∼42℃까지 오르며, 원기가 없어지고 식욕이 떨어지며, 나중에는 전혀 먹지 않게 된다. 또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 둔해지고, 오한증세 때문에 여름에도 서로 포개어 누워 있게 된다.
돼지 콜레라는 발병 초기에는 변비가 생기다가 후기에는 설사를 하고, 눈이 충혈되며 눈곱이 낀다. 발병 후 수일이 지나면서 뒷다리를 못 쓰게 되어 비틀거리며 잘 걷지 못한다. 그리고 피부 특히 네다리, 배, 귀 등이 암적색 또는 자색으로 변하며 털이 거칠어진다. 그러다가 말기에 이르러 체온이 떨어지면서 결국 죽게 되는 무서운 병인 것이다.
돼지콜레라의 전염 매개체는 돼지를 실어 나르는 운반수단, 여러 농장을 돌아다니는 상인,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 등이다. 병에 걸린 지 며칠 이내에 죽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만성이 되어 다른 돼지를 감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한편 돼지콜레라는 예전에도 유럽·북아메리카·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하던 질병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증세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에 와서 이처럼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돌변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돼지도 생명체다. 그들에게도 건강한 영양소와 맑은 물과 공기, 그리고 깨끗한 환경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물욕에 의해 좁고 폐쇄된 공간에서 집단 사육되는 환경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도 만족시켜 줄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돼지에게 가해진 극심한 스트레스와 화학첨가물이 잔뜩 포함된 빈껍데기 같은 사료, 그리고 돼지 축사의 오염된 환경이 돼지 콜레라 바이러스를 더욱 강하게 변화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환경이 돼지가 살아가는 환경과 너무나 닮아있다.
그러므로 이처럼 동물에게 나타나고 있는 괴질병들이 언젠가 인간을 덮칠 기회를 엿보며, 지금도 돌연변이를 통한 변신을 거듭하며 갈수록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매우 불안케 하고 있다.
지금 그들을 변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21세기에 들어와 각종 병마가 창궐하는 이유가 단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인가?
오늘날처럼 과학이 인간에게 자연의 법칙을 잘 설명해 준 역사는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학적 사고를 중시하는 현대인이 이처럼 병마가 빈번하게 출현하는 원인을 단지 시대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든가, 옛날에도 그러했듯이 갑자기 나타났다가는 곧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아니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즉, 지금 우리 눈앞에 나타난 신종 괴질병들은 인간이 저지른 자연환경의 파괴에 따른 필연적 현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부터 그 무엇보다 ‘자연환경’을 새롭게 바꾸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본래의 청정한 자연환경으로 되돌려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괴질병들이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의 결과로 발생하였으므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합심하여 본래의 깨끗한 환경으로 회복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인류에게 닥치고 있는 병겁을 극복할 수 있는 방책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정화 운동에는 전세계인이 동참해야 한다. 땅을 복구시키고 공기를 회복시키고 우리가 먹는 음식물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즉, 본래 우리 인류가 먹었던 자연 그대로의 무공해 음식물을 생산하고, 예전에 존재했던 깨끗한 공기와 맑은 바다, 그리고 생명력 넘치는 땅으로 바꾸는 길만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