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나들이
하광호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소슬바람이 불어와 내 마음을 스산하게 한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계절임은 틀림없다. 가는 곳곳마다 단풍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다. 온 산하는 초록빛 싱그러움을 벗어버리고 열아홉 곱디고운 처녀의 수줍은 얼굴색처럼 붉게 물들어 갔다. 하지만 그 기간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오늘은 여수로 글벗들이 나들이 가는 날이다. 아내가 우산을 가져가라며 접은 우산을 내밀었다. 비 온다는 예보가 있다며 챙겨줬다. 늦지 않도록 전주역까지 태워다 주었다. 역전 대합실에는 글벗들이 일찍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KTX편으로 나들이 간다니 마음이 새롭고 편했다. 여수낭만버스를 이용하고 해설까지 곁들여 저비용으로 나들이하니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교실에서 선배 문우님들과 수업을 받기만하다 함께 나들이하니 마음이 벅찼다. 열차 내에서 스마트폰과 연애하며 선배 문우님들과 대화하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수 오동도는 지난해와 달리 입구부터 걷는 코스가 있고 동백열차가 운행되어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몇 해 전에는 직장모임에서 이곳을 다녀갔다. 여수 엑스포 때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유행한 '여수 밤바다'를 노래하며 야경에 취해 돌아본 적이 있다.
오늘은 여수10경(景)중 오동도, 진남관, 해양수상과학관, 향일암을 돌아보는 코스다. 오동도는 멀리서 보면 생김새가 오동잎처럼 보인다. 옛날에는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도라 했으나 지금은 몇 주 없다. 대부분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 동백꽃은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에 반하고, 땅에 떨어져서도 일주일 보고, 보는 사람 마음에서도 기억되는 꽃이라고 하니 동백꽃 사랑을 하고 싶다. 걷다보니 동백꽃이 몇 송이가 예쁘게 피어 우리를 반겼다. 가는 길가에 노랗게 털머이가 활짝 피어 웃고 있다. 눈을 마주치며 인사했다. 잠시 머물며 반갑게 웃었다. 밤에는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오리라. 그런대도 꿋꿋이 버텨 우리에게 배려까지 하니 한참이나 서서 바라 보았다.
한참을 걷다보니 ‘부부나무’의 내용에 마음이 닿았다. ‘남편이라는 나무가 내 옆에 생겼다. 바람도 막아주고 그늘도 만들어주어 언제나 함께하고 싶고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 나무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 나무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고 항상 내가 돌봐 주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 때도 많았다. 중략~
내가 사랑을 주지 않아 쓰러져버린 나무가 얼마나 소중한지, 늘 함께했던 나무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사이에 나무는 나에게 정말로 소중한 그늘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는 내용이어서 아내에 대한 감사함을 새롭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