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 SRT역에 도착했다. 2022년 3월말이다. 본래 목적은 대구미술관과 프랑스매그재단 공동 기획의 <모던 라이프>전시 관람이었지만, 여행의 장점이 계획한 장소 외에 다른 주변을 찾아다니는 묘미가 아닌가. 우선 대구의 근대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청라언덕으로 향했다.
아래 사진은 SRT 동대구역 광장의 대구치맥페스티벌의 캐릭터 디자인인 '여성 캐릭터 치야 & 남성 캐릭터 치킹'이다.
동대구역 광장의 'Colorful DAEGU' 글자 조형물 뒤로 한국 발전의 상징이 된 깔끔한 신축 아파트가 여행객을 맞이한다.
청라언덕역에 하차하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남문으로 들어서면 청라언덕으로 가는 길로 연결된다.
청라언덕은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옆에 위치하는데, 대구광역시의 근현대사를 알 수 있는 선교사 주택, 일제강점기 3.1 운동 기념계단, 대구제일교회 등이 자리한 곳이다.
아래 사진의 뒤쪽 대구제일교회 앞의 가지만 앙상한 나무(촬영 2022.3.27)가 대구 최초의 사과나무이다. 제중원 1대 원장 존슨 선교사가 미국에서 가지고 온 사과나무가 대구 능금의 시조이다.
청라언덕에서 '청라(靑蘿)'는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의 뜻으로 선교사 주택들이 푸른 담쟁이덩굴로 덮여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청라언덕은 대구 중구의 근대 골목 투어의 부분이다. 첫번째 집은 '블레어주택'이다.
'블레어주택'은 1910년 미국인 선교사들이 지은 2층집으로 기초와 지하실은 콘크리트로 하고, 위에는 미국식의 붉은 벽돌로 지었다. 당시 미국의 주택 형태를 볼 수 있는 건물이라고 한다.
블레어주택의 전경 모습으로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제 제26호이다. 주택명은 당시 선교사 블레어가 거주했던 곳이라 붙여진 명칭이다. 현재 교육/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는 바 코로나로 휴관이라 아쉬웠다.
블레어주택 옆에 위치해 있는 대구가 고향인 박태준 작곡과 이은상 작사의 '동무생각'이라는 노래비이다. '동무'라는 단어가 나오면 일단 무지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즘은 대화에서 사용하지 않는^^
뜰을 가운데 두고 반대편에 위치해 있는 하얀색 페인트 건물이 덧붙여 있는 듯해 보이는 또 다른 집은 선교사 챔니스의 집이라서 붙여진 이름인 '챔니스 주택'이다. 현재 의료박물관이건만 코로나로 휴관이었다. 대구시 유형문화재 25호이다.
위의 사진을 찍은 곳이 아래 지점 '사진찍기 좋은 곳'이었다^^
챔니스주택 뒤쪽으로는 대구제일교회가 자리하는데, 다소 화려한 돌벽과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있는 것을 보면 언뜻 성당처럼 보이기도 한다. 성당건물이 더 장대하고 교회건물은 그냥 심플할 것이라는 선입관이 있다.
챔니스주택의 주변을 여러 컷으로 촬영했다. 한 쪽만 보면 정확히 조망하기 힘드니까 말이다^^ 창문 크기가 다 다르다는 것이 특이해 보였다.
아래 사진이 챔니스주택의 정면이다. 뒤쪽에 오래된 아파트 건물이 있는 것이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았지만, 어떡하겠는가. 경제논리가 모든 것에서 우선한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1899년 대구 제중원이 그 시작이다. 아래는 대구 동산병원 구관 현관으로, 대구 등록문화재 제15호이다.
대구 및 경북의 의료선교는 '제중원'에서 시작된다. 미국 존슨 의료선교사(1869~1951)는 1899년 '미국약방'을 세워 약을 나눠주며 진료를 시작하여 '제중원'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이것이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효시이다.
아래 전시되어 있는 '고압산소치료기'로 1970년 선교사가 가져온 설계도로 한국 최초로 만든 산소치료기로서 1972년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응급실에 설치되어 2012년까지 사용된 것이라고 한다.
아래 사진은 동산의료원 100주년 기념 종탑이다. 철거된 동산의료원의 정문 및 중문 기둥과 담장을 옮겨 재설치한 것이다.
대구제일교회 앞에 위치한 또 다른 건물은? 청라언덕의 남녀 화장실이다^^
대구제일교회는 경북지역 최초 개신교회로 근대적 의료 및 교육을 함께 행한 곳으로 1933년 건축한 것을 1996년 현재 자리로 이전했다.. 미국인 선교사들과 한국의 전통 목수들이 지은 건물로 시작되어 2002년 종탑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4번째 성전 건축이 마무리되었다. 화강석 외벽으로 마감된 고딕양식 건축물이다. 가톨릭 성당이 아닌 개신교 교회 건축물이라는 점이 새롭다.
앞마당이 펼쳐져 있는 사진 속의 집은 선교사 마사 스윗즈가 살던 곳이라 '스윗즈주택'으로 불린다. 현재 선교박물관으로 사용되는 대구시 유형문화제 제24호이다.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 및 한국의 기왓지붕까지 청라언덕의 3 집 중 제일 예쁘다.
스윗즈주택(현. 선교박물관)의 측면이다.
스윗즈주택 앞마당을 지나면 덩쿨로 뒤덮인 다리가 나온다. 이 건조물을 따라가다 보면 3.1만세운동 벽화로 이어진다.
선교사 주택들 앞으로 도로가 나 있고 그 반대편에 '은혜정원'이 있다.
은혜정원에는 100년 전 태평양을 건너 조선 땅에 와서 박해를 받으며 복음을 전파하고 교육 및 의료사업을 이룬 선교사와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3.1 만세운동길이 이어진다.
1919년 3.1만세운동 당시의 위인들이 거리에 등불로 존재감을 나타낸다.
오래된 다리 건조물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덩쿨손들에서 과거의 흔적이 느껴진다.
1919년 3.1만세운동 벽화이다. 역사를 돌아봐도 우리 민족은 대단하다. 혹은 지독하다^^ 그래서 오늘날 이렇게 세계에서 유례없이 발전을 거듭하는 나라가 되었나 보다. 물론 발전의 반대편에 네거티브한 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필연적이겠지만 말이다.
3.1만세운동길을 쭉 따라 걸어오다보면 반대쪽에 90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 왼쪽으로는 일제강점시 시절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오른쪽으로는 태극기가 휘날린다. 1919년 3.1운동이 대구에서는 3월 8일 일어났고, 아래 사진의 90계단이 그 정점이 있는 현장이었다고 한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 성장해온 한국이 대단한만큼, 과거의 흔적들이 많이 지워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면이 남아 있는 역사 현장을 보존하는 노력도 가치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