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얼굴과 같은 언어를 쓰는 한민족이지만, 수십 년 동안 분단국가에서 서로 다른 사상과 체제 가운데 살아온 우리에게 ‘통일’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남북관계를 지켜보면서 전문가들은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끊임없는 학습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탈북자(북한이탈주민)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지고 정든 고향을 떠나온 그들을 그저 낯설고 불편한 존재로 여기며 숱하게 외면했던 시간에도 한결같이 그들의 이름을 불러준 임창호 박사가 최근 의미 있는 책 ‘기독교교육과 통일’(임창호 지음/ 북민실/ 17,000원)을 출간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지난 2월 고신대학교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을 한 임창호 목사(장대현교회)가 은퇴를 기념해 그동안 발표했던 12편의 논문(기독교 교육 관련 6편, 통일과 북한선교 6편)에 탈북학생을 위한 대안학교인 장대현학교에 관한 글이 더해져 총 13편의 논문을 한 권으로 엮어냈다.
이 책에는 연세대 김현숙 교수, 장신대 박상진 교수, 감신대 오성주 교수, 이화여대 백은미 교수 등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8명의 한국 기독교교육학회 중진들의 무게 있는 추천서를 비롯해 저자의 경력과 연구목록 등 학문의 여정이 빼곡하게 실려 있다.
김현숙 교수는 “한국기독교교육학계와 목회 현장, 우리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화두를 제공하며, 기독교 교육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으며, 박상진 교수는 “앎과 삶, 이론과 실천, 학문과 현장, 개인과 공동체, 남과 북이 하나로 통일이 되는 것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라고 각각 추천서를 남겼다.
이 은퇴기념 저서는 기독교 교육을 공부하여 구체적인 목회 현장에서, 그리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학교 현장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저자의 기독교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저자가 생각하고 있는 기독교 교육의 현장이 전통적인 교회 현장을 넘어 이민교회의 현장, 그리고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아스포라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기독교 교육의 근본이 철저히 현장에 기초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가 인생의 여정에서 말해주고 있듯이, 기독교 교육은 제시된 규범이나 이념을 각인시키거나 응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철저히 현장과 그 현장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와 치료’의 학문임을 가르쳐준다.
4차 사업혁명 시대의 현실 속에서 진정한 인간의 의미를 복음적으로 제시하고 돕는 학문, 통일시대를 맞아 탈북민을 사랑으로 교육하고 복음으로 치유하며 통일의 그 날을 준비하는 학문, 바로 그것이 기독교 교육의 본질이자 현실이 요구하는 기독교 교육의 목적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저자 임창호 목사는 2014년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장대현학교’를 설립하고 교장으로서 기독교교육 현장 사역을 병행하면서 기독교 통일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한반도의 통일과 북한선교에 대한 기독교 교육학적 관점을 제시한다. 영호남에 하나뿐인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이자 부산광역시교육청 중·고등 위탁 교육기관인 것도, 이제 겨우 개교 8년을 맞은 장대현학교로는 대단한 장점이고 성과겠지만 그것보다 더욱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바로 장대현학교가 통일 한국의 기독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됐다는 점이다.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기증받은 4층 건물을 고쳐 2014년 3월, ‘통일한국 건설에 쓰임 받는 자가 되라!’는 교훈을 가진 장대현학교는 중·고등 과정의 신입생 12명으로 시작해 현재 전임교사와 자원봉사 교사가 통일시대의 주역이 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 이름이 장대현인 것은, 초기 한국기독교 역사와 교회 기반 민족운동의 근간이 된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죠. 이름을 지을 당시 탈북민들에게 장대현이라는 이름의 배경을 설명하니 모두 좋아하더라고요.”
탈북청소년들을 교육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장대현학교를 운영하면서 저자가 겪은 수많은 기적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직원들 월급날 전날까지도 돈이 마련되지 않아 눈앞이 캄캄했던 순간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서 다시금 하나님께서 모자람 없이 채워 주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임창호 목사는 고신대 교수에서 은퇴 후 장대현학교 현장 교육에 더 집중하며 행동하는 기독교통일교육자로 살아갈 것이다.
저자 임창호 박사
고신대 기독교교육과와 동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국립히로시마대학교에서 독일교육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3년 고신대 교수로 부임했다.
도중에 미국 휴스턴에서 10년간 이민 목회 담임 사역을 경험하고 2006년 고신대에 재부임했으며, 2018년부터 퇴임할 때까지 고신대 교학 부총장을 역임했다.
또 한국기독교교육학회 제35대 회장과 한국기독교교육학회 6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민간통일운동 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 국민포장을 받았다.
다수의 연구서와 기독교교육학과 통일 관련 논문 50여 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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