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둘수록 더 아름다운 것들
영식아...
달 따러 가자
달이 어딨는데?
"순옥이네 뒷동산에 있더라"
"퍼뜩 안 가면 하늘 높이 도망 가삔다"
"우리 키보다 높은 데 있는데
어찌 잡을 낀데?"
"혹말 태우면 될끼다"
"그랄까봐
울 마당에 바지랑대 가꼬왔다"
"내는 잠자리채 가지고 왔다"
"달을 들고 올려면 망태기도
한 개 있어야 할낀데"
"그라면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라
퍼떡가서
망태기 들고 올 테니까네"
"둥그런 보름달이라 안들어 갈낀데?"
여름방학이라 들뜬 아이들은
컴컴한 밤이 주는 무서움에
함께
합창을 하고 있었는데요
듬뿍 듬뿍♬듬뿍새☞
논에서 울고. ♬
"친구야
우리 그달 따서 가져오지 말고"
순옥이 방에
등불 삼아 달아주자는 영철이의 말에
"영철이 니 순옥이한테 점수 따려고
그카는기제?"
"아이다. "
"그라면 달은 내가 딸테이까네
영철이 니가 내를 혹말을 태워 도가"
"순식이 니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내 같은 빼빼 장구가
니같은 뚱돼지를 어찌 태우란 말이고?"
요 만큼 가면
저 만큼 멀어지는 달님과
밤새도록
시름만 하다 잠이 든 아이들은
"안 되겠다
우리 작전을 좀 바꾸어야겠다"
"어떻게 말이고?"
"요 다 모이 봐라"
쑥떡 쑥떡
소곤소곤 대다
헤어진 아이들이 다시 모인
다음 날 새벽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순옥이집 뒷동산에 숨어 있다가
아침이 되면 해님이 올라오더라"
"나도 봤다"
살금살금...
사뿐사뿐.
해님을 따서
순옥이 엄마 방에 달아주자며
허리춤에 매단 망태기 뒤로
잠자리채를 몰래 감춘 아이들은
해님이
늘 떠오르던 그 자리에 숨어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어느새
하늘 저만큼 멀어져 웃고 있는
해님을 보며
"우리 작전이 들킨 것 같다"
"우리가 숨어있는 줄 알고 저 멀리
도망간 기 분명하다"
"우리들 속에
배신자가 있는건 아이겠제?"
"햇님 안 만났다
난 가자말자 바로잤다"
"내도...!
울 엄마한테 물어봐라
거짓말인지?"
혹말 태워
잠자리채 높이 들어도....
꼽발들어
잠자리채 높이 흔들어도....
잡히지 않고
더 멀어지는 해님과 입시름하다
지친 아이들은 생각했습니다
" 별은 많고 쪼그마니까
딸 수 있지 않겠나?"
" 별은 너무 높은데만 있꼬
우리 가까이 한 번도 안 오는데
무슨 수로 따노?"
"내한테 좋은 수가 있다
오늘 밤 달이 뜨면 팽나무 앞으로
다들 모이는 기데이"
찬밥에
우물물 말아먹고
하나 둘 모인 아이들 앞에
고기 잡는 투망을 들고 나온
순식일 보고선
"별 잡으러 가자 더만은
달밤에 고기밥으로 가자꼬?"
"잔소리하지 말고 낼 따라오면 알끼다"
영문을 몰라 고개만 갸웃둥 거리는
친구들과 달리
두 어깨를 으쓱거리며 걸어가던
순식이가 도착한 곳은
작은 연못 앞이었는데요
"친구들아..
잘 봐라"
"뭘 보라꼬?"
"저 연못 속에 별들이 들어 안 있나?"
"참말이네"
"순식이 니말이 맞다"
바람 물결 타고 노닐고 있는
별들을 향해
있는 힘껏 투망을 던지보지만
번번이 허탕만 치는 순식이 대신 나선
영철이는
"잡은 사람이 임자제?
너거들 달라고 하면 안 된데이"
.
"니 또 순옥이 방에 걸어 줄라꼬
그카는 기제?"
"아이다. "
"얼래리 꼴레리
영철이는 순옥이를 좋아한대요"
번갈아 가며
투망과 잠자리채로 건져보는
아이들을
놀려 대기라도 하 듯
달님은 밤새
노란 웃음만 짓고 있었습니다
해와...
달과 ....
별이 ...
놀고 있는 하늘을 보며
아이들은 알게 되었습니다
멀리 둘수록
더 아름다운 게 있다는 걸....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