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월 x일 (젊은 여교사로 부터 임신사실을 고백?받다)
여 선생님 : “저 임신했어요..”
젊은 여자 선생님이 주위를 살피며 나에게 낮으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 : “.......... 네?”
(잠시 어색한 침묵...)
나 : “그..그.. 그래서요?”
여 선생님 : “죄송해요..”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뭐가 죄송하다는 건지.. 임신했다는 것이? 나보고 어쩌라고?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하얘진다. “이건 뭐지?” 내 아기를 임신했다는 것은 아닐테고..)
여 선생님 : “지난번에 죄송했어요.. 주의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나 : “아... 네~”
그제서야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 같다.
우리학교는 비교적 규모가 작지만 강당포함 전 교실이 50여개가 된다. 아시다 시피 보안점검을 할때 교실이나 복도에 창문이 열려 있으면 한밤중에 센서 오작동으로 경보가 울려 잠 한잠 못잔다. 나는 창문을 열어놓고 그냥 퇴근하는 선생님들에게 그때그때 마다 나를 도와주는 셈치고 제발 창문을 잘 단속해 달라고 문자를 보낸다.
그러니까 며칠전 이 여선생님에게도 문자를 보낸 기억이 난다. 그런데 여 선생님이 바로 그 다음날 이야기를 했으면 금세 알아들었을 텐데 며칠이 지난 다음에 느닫없이 “임신을 했느니.. 하니까 깜짝놀라 당황할 수 밖에.. 내게 전하려는 뜻은 ”또 그런 실수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해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뒤늦게 “축하합니다” 한다
이런 경우.. 물론 선생님이 나를 믿고 스스럼 없이 생각하여 하는 말이지만 제 3자가 들었을 때는 참으로 이상하게 들렸을 것이다.
보통 여선생님들이 임신을 하면 휴직을 신청하기 전까지는 교무실이나 행정실 누구도 임신사실을 모르고 있는데 이 학교에서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먼저 알게 됐다는 말이 된다. 아마 나를 친정 아버지나 친정 식구들 처럼 생각해서 하는 말이려니 하고 좋은 의미로 받아 들인다.
그런데.. 에~효... 어렵다. 여자 선생님들.. 제발 놀라게 좀 하지 마세요~~
저는 평소 붙임성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그러나 교사나 아이들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이왕 당직 일을 할바에야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하에 임하므로 모든 선생님이나 어린이들이 저를 따르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x월 x일 (여자 아이에게서 성교육을 받다)
6학년 교실에 고슴도치를 기른다. 아이들끼리 당번을 정해서 관리를 하는데 한번은 가보니 두 마리가 온통 피투성이다. 내가 당번인 여자 아이에게 “이렇게 싸우는데, 분리를 해놔야지, 다른 한마리가 죽을 수도 있다. 동물을 사랑해야지, 먹이만 주면 다냐? 관심을 보여야지”등 내 딴엔 근엄하게 충고하는 순간,
여자 아이가 불쑥 “얘가 생리하는거 아니에요?”한다.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지적을 하니 순간 머릿속이 하얘 지면서 아무 생각도 안난다. 연이어 “보세요 다친 데가 없잖아요” 하면서 자신이 옳았음을 자신있게 입증해 내는 것이다. “그..글쎄?” 그러고 보니 정말 다친데가 없어 보였다. 순간 강 펀치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이거야 원~ 초등학교 여자 아이가 나에게 성교육을 시키는 꼴이 됐으며 동물에게 관심을 갖어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돼버렸다.
x월 x일 (부담스러운 “호칭” 등 예우)
“선생님...!”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을 부르는 구나.. 하고 생각하고 계속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또 “선생님..!” 한다
신경이 쓰여 뒤돌아 보니 여선생님이 나를 보면서 부른다
(선생님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공식 호칭명은 “당직기사, 숙직기사” 등으로 불리우지만 우리학교에서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물론 모두가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부담스런 호칭이다
선생님들.. ! 저를 예우차원에서 대해 주시는건 고맙지만 많이 헷갈립니다. 그냥 편하게 당직기사로 불러주세요..
또한 선생님들이 저녁때 야근을 하기위해 밖에서 외식후 학교로 돌아올 때는 가끔 제 몫을 포장해서 갖다 줍니다.
(먹어서 맛이 아니라, 선생님들 끼리 식사를 할 때도 제 생각을 해주었다는 것이 너무 고마운 일입니다. 선생님들! 안그러셔도 됩니다. 오히려 부담스럽네요..)
교사들 인사발령 때면 다른 학교로 전출을 가게된 몇몇 선생님들은 숙직실에 들려 저에게 인사를 하고 갑니다(인사는 물론이고 부담스럽게 케익 등 선물까지 챙겨 줍니다. 내가 떠나는 분들에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x월 x일 (컴퓨터 이야기)
교장 이임을 위한 회식으로 교사 모두들 학교를 일찍비워 조용하다.
쉬려는데 갑자기 모 여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날라왔다. 내용은 자신의 “교실 컴퓨터에 워드작성해 놓은 것을 이메일로 급히 보내 달라”는 것이다
내용인 즉은 “이임사에 필요한 인사말을 자신이 초안을 준비했는데 깜빡잊고 그냥 가버린 것”이다 회식장소가 멀어 되돌아 올 수도 없으니 나에게 부탁한 것이다
알려준 비번을 입력, 메일 첨부로 보내줬다
(다음날 고맙다고 하면서 음료수를 한박스를 갖고 왔다)
미혼인 영양사가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마지막 통과해야 하는 인터뷰에 사용할 “구술시험 자료를 컴퓨터에 그대로 두고 갔다”며 “메일로 보내줄 수 있느냐”며 발을 동동 구른다. 학교가 먼거리에 있는 탓에 어떻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영양사실에 가서 바탕화면에 있는 자료를 이메일 첨부해서 보내니 전화로 “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정말 고맙다고 백배 인사를 한다.
(컴퓨터를 멀리하시는 분들께.. 나이 탓만 하시지 말고 최소한도 기본적인 컴퓨터는 배우셨으면 합니다. 컴퓨터를 만든 사람도 있는데 만들어 놓은 것을 이용하지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x월 x일 (나의 품을 파고든 여자아이 학부모에게)
학교 등교 시간이면 지킴이는 정문에.. 저는 후문에서 아이들을 맞고 있습니다(교장 선생님의 특별한 부탁으로 30분 정도 늦게 퇴근하리라 생각하고 수락 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아이들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과 문자까지도 하게 됐습니다. 문자는 주로 대회에 출전하는 아이들이 연습하기 위해 현관문을 열어 달라고 예약하기도하고 학습자료 택배를 받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도착하면 연락해 달라는 등 내용입니다
더불어 등교시간에 교문 앞을 서성이는 아이들의 학부모들(주로 젊은 엄마들)과도 많이 알고 지내기도 하는데 이렇게 행동반경이 넓어지니 접촉 과정에서 실수를 하지 않을까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낮 시간에 가끔 도서관을 출입하는데 방학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점심식사를 하러 도서관 구내식당에 갔는데 방학중이라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띠었는데 그중 한그룹의 아이들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를 보고 “아저씨” 하고 부르더니(70대 중반인데.. 아저씨라고..하네요..)
“내가 먼저 봤어”“아니야 내가 먼저 봤어”라고 자기들끼리 나를 먼저 봤다며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2-3학년쯤 돼보이는 여자아이가 나의 품을 파고 들었습니다. 순간 당황했고요..
아이들이 나를 학교에서만 보다가 밖에서 보니 더 반가웠던 모양입니다. 내가 거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때 옆에 여자아이 엄마도 함께 있었습니다)
가볍게 안아주었지만.. 내내 찜찜한 기분은 가시지 안았습니다. 후에 그 어머니가 여자 아이에게 “너는 아무한테나 안기니?” 그런말을 하는 것 같아서요..
그때 아이 어머니께.. 부탁드립니다
나의 행위로(안아주던) 하여금 순수한 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제발
그러나 저러나 당직기사로서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깨뜨리는 것 같아서 오늘도 신경이 쓰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