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6일 목요일
어제 경칩이 지나고 나서 그런지 날씨가 좀 따스해진 듯한 오늘, 서울로 나들이를 했다.
점심을 조금 일찍 차려 먹고 출발하여 오후 3시쯤 독립문역에 도착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관람했다. 인왕산과 안산 탐방로는 몇 번 와보긴 했지만 여러 사정상 이 역사관은 슬쩍 지나쳐 보곤 했었는데, 오늘 마음먹고 찬찬히 둘러보았다. 잃어버린 나라를 찾으려고 독립운동을 하시다고 이 옥사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초를 겪으신 애국지사분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저렸다. 짧은 순간이나마, 나의 삶을,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돌이켜 보았다. 순국선열분들을 바라보면서….
이어서 가까이에 있는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관람했다. 2022년 3월에 개관한 이 기념관은 4층으로 되어 있었고 규모가 제법 컸다.
관람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종로1가로 갔다. 특별한 중학 동창을 54년 만에 만나 청계천 옆 일식집에 자리 잡고 앉아 술을 마시며 오래도록 얘기를 나눴다. 54년 만의 만남… 예상은 했지만 서로가 많이 변해 있었다. 어쩌면 이런 변화는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변화가 없었다면 이상한 것이었다고 봐야 하리라. 누구를 이해하려면 만남의 횟수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일 거니까... 그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다음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아무튼 반갑고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주변 빌딩들이 그런대로 멋져 보였다. 이런 느낌은, 어쩌면, 21세기의 물질문명에 길들여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청계천 하늘에 뜬 상현달이 아름다웠다. 스마트폰에 담았다. 이 느낌은 수백만 년 전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표현형이 아닐까? 그렇더라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감은 물론 다양한 감정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일 거니까.
종로2가에서 1102번 버스를 탔다. 버스가 지나치는 줄 알고 버스를 따라 달리면서 차를 두드렸다. 버스에 올라서니 버스기사분이 나를 나무라는 투로 얘기를 하는 거였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셨냐고…. 미안했고, 주변 승객들에게도 눈치가 보였다. 기사분이 보기에 내가 버스를 따라 너무 빨리 뜀박질을 했나?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을 지날 즈음 동창의 전화가 왔다. 잘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방송대 본부 건물이 보였고, 오른쪽 뒤-내가 여러 번 가봤던 간이야구장 입구 도로도 보였다. 대학 예비고사를 처음 치렀던 동성중학교와 혜화동성동, 혜화문, 그리고 미아리고개를 지나며 차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유리창에 어리는 도시 빌딩과 불빛의 복합적인 의미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