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에 대한 태도(他山之石)
요즘 정가에서는 새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종훈님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은 모양입니다. 어찌 그분이 2중국적과 재산을 많이 가졌다고 그것이 흠이 될까요? 재산이 많으니 부정을 저지를 위험성도 적고 미국 국적을 포기한다고 하니 스파이 노릇도 할 이유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인재를 어렵게 초빙해 놓고 그렇게 흔들면 그 어떤 인재가 조국을 위하여 몸 바쳐 일할 것인지요?
오래전에 일본의 ‘후지모리’라는 사람이 페루의 대통령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재를 하다가 쫓겨났죠. 그가 망명을 한 곳이 어디입니까? 자기가 태어난 조국 일본이었습니다. 독재자도 받아주는 곳이 조국이라는 곳입니다. 더군다나 김종훈님은 미국에서도 드물게 성공한 입지전 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능력과 부를 우리는 존경을 할지언정 폄하(貶下)해서는 안 됩니다.
김종훈 장관 내정자의 아버지와 새어머니가 1975년 “한국에선 못 살겠다”고 미국행 짐을 쌌다고 합니다. 서울 정릉 산동네를 떠나 미국 메릴랜드로 향했지만, 그곳도 빈민가였습니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14세 까까머리 총각의 미국생활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로 지낼 수밖에 없었죠.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밤새 편의점에서 일하고 아침에 등교를 했습니다.
밤새 일하고 아침에 등교해 수업이 끝나면 쪽잠을 자고 다시 일터로 향했습니다. 신문 배달, 주방 보조 등 일거리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잠이 부족해서 등굣길에서 깜빡 졸다가 교통사고로 황천길 갈 번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는 “9시가 되기 전에 성취해라.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다”고 말합니다. 그는 수업에서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 편의점에서 책 내용을 파고 또 팠습니다. 그 노력의 결과 존스홉킨스 대학교 전자공학과에 들어갈 수 있었죠.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 최고의 통신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해군에 장교로 지원합니다. 7년 동안 원자력잠수함에서 최첨단 기술을 몸으로 익히며 존스홉킨스대에서 기술경영학 석사, 메릴랜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손에 쥡니다. 김 내정자는 1992년 큰딸 이름을 붙인 ‘유리 시스템즈’사를 설립합니다. 그는 회사 설립 얼마 뒤 “10억 달러 가치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집과 신용을 담보로 당시 필요한 공간의 4배가 되는 건물을 구했습니다.
또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 등 거물을 이사로 영입합니다. 그는 마침내 다른 네트워크 간에 통신이 가능한 통신장치를 판매하면서 승승장구,《비즈니스 위크》지로부터 최고의 성장 기업으로 선정됩니다. 1998년 회사를 루슨트 사에 10억 달러에 매각,《포보스》로부터 미국의 400대 부호에 선정됐고요. 그는 지분의 40%를 임직원에게 나눠주고 루슨트의 광대역네트워크사업 부문 사장으로 활약하다 메릴랜드 대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깁니다.
루슨트의 헨리 샤키 회장으로부터 벨연구소 사장직을 제의받고 고사했지만 샤키 회장이 3개월 동안 사장직을 공석으로 남겨두고 삼고초려하자 벨연구소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리고 위기의 연구소를 정상화시키는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합니다. 김 내정자는 억만장자이지만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탈 때는 3등석을 타곤 한답니다. 그는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편안함이 아니라 역경”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아무리 어려운 때에도 마음속에 다음과 같이 되새겼다고 합니다. “오늘 최선을 다해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낫게 살자. 오늘 하루 1달러를 저축하면 내일은 오늘보다 1달러가 더 많은 것이다. 단어 하나를 더 외우면 내일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알게 될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항상 즐거운 마음을 갖자. 왜냐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아질 것이므로.”
그는 얼마 전까지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 사람을 어떻게 대한민국 장관으로…”하고 반대한다고 합니다. 글쎄요, 기우가 아닐까요? 우리 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구스 히딩크’처럼, 연고에 얽매이지 않고 R&D 시스템과 ICT 환경을 선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껏 역경을 이겨온 내공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의 기대가 너무 큰가요?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종훈 씨는 이렇게 청소년기를 시작해서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세계적 통신회사 알카텔-루슨트의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벨연구소의 사장직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벨연구소는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2만9000여개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한해 연구비가 30억 달러를 넘는 세계 최대 IT 연구기관이지요.
김 내정자는 고교 때부터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하루 2시간 이상 잔 적이 없어
‘괴물’로 통했다고 합니다. 그가 좌우명으로 간직한 위인들의 역경에 대한 명언들을 한 번 들어보시지요.
첫째, 어떤 (무예) 기술에 대해 300번 연습하면 흉내를 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그 기술을 보여줄 수 있다. 3000번 연습하면 실전에 쓸 수 있는 정도가 되고 평범한 무술 인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 3만 번 연습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기술로 상대방을 제압하게 된다. -극진 카라데의 최영의-
둘째, 비틀스는 독일 함부르크의 클럽에서 하루 8시간씩 연주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곡들과 새 연주방법을 시도할 수 있었고,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하루 종일 컴퓨터와 놀 시간과 공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역사를 바꾸었다. –말콤 글래드웰일-
그의 천재성도 역경에 대한 태도도 인간으로서는 이겨낼 수 없는 하루 2시간의 잠으로 극복한 결과가 아닐까요? 위인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처럼 발탁해 놓고 그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면 도리도 아니고 예의도 아닌 것입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파하는 시대는 이미 사라진 것이 아닌지요!
첫댓글 맞습니다 맞고요.
오늘 김종훈 장관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해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