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4곡】 "림보,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과 철학자들"
깊은 잠에서 깨어나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기 위해 주위를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끝없는 고뇌의 통곡을 모아 놓은
고통스러운 깊은 나락의 구멍이 입을 벌린
그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베르길리우스는 두려워 파랗게 질린 단테를 이끌고 깊은 나락의 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은 나락의 첫 번째 고리였습니다. 그곳에서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한숨 소리만이 영겁의 허공을 떨게 하고 있었습니다.
겹겹이 떼를 지은 어린이, 여자와 남자의
육체 없는 고통이 흘러나왔다. (정신적 고통만 따릅니다.)
그들의 슬픔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고, 업적도 있으나
아주 중요한 일을 이루지 못했지.
바로 세례란다. 네가 믿는 신앙으로 가는 관문이다.
예수가 태어나기 이전의 그리스 철학자와 그리스 신화의 인물 등 세례를 받지 못한 이들이 있는 ‘림보’입니다. 이들은 육체적 고통은 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천국에 오를 수 없어 정신적 고통만 따릅니다. 그리스도 이전에 살면서 하느님을 올바로 대하지 않은 영혼들인데 베르길리우스도 그들 중 하나입니다.
다른 잘못은 없어, 그 죄 하나 때문에
우리는 버림받았다. 언제까지라도
희망없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는 거야.
'희망없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는 거야.'의 말은 이성으로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헛된 것이었음을, 이러한 사람들의 영혼 상태를 두고 베르길리우스가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자 엄청난 고통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이
그 림보에 억류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죄를 이기는 우리의 신앙을 확인하고 싶어 여기를 벗어나 축복받은 자들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시인은 나의 숨은 뜻을 간파하고 그리스도는 부활했을 때 림보의 영혼들을 선별하여 천국으로 올려 보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은 최초의 아버지 아담, 그의 아들 아벨, 노아의 영혼과 모세의 영혼 그리고 족장 아브라함과 다윗 왕, 야곱과 그의 아버지 이삭, 그 자손들, 라헬의 영혼들을 끌어내 축복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걸음을 늦추지 않고 영혼들이 나무들처럼 빽빽이 들어선 숲을 지났습니다.
그곳에서 어두운 반구를 환히 비추는 빛(인간의 지성을 상징)을 보았습니다.
고귀한 사람들이 그곳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때 네 개의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인들의 왕이신 호메로스, 다음은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루카누스입니다.
그들은 더 큰 영광을 내게 베풀었다.
나를 초청하여 내가 그들의 무리 중에서
여섯 번째가 되도록 한 것이다.
단테는 자기를 여섯 번째 시인으로 인정해 주어 너무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어느 고귀한 곳에 도착했습니다. 일곱 개의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한 채의 성이었는데 해자에는 물이 철철 넘치고 있었습니다.
일곱 개의 문을 지나 정원에 들어섰습니다. 거기에는 위엄을 갖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볼 수 있도록 언덕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곳에서는 풀밭 위의 위대한 영혼들이
한눈에 내 시야로 들어왔다.
그 때 본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엘렉트라(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딸), 핵토르와 아이네이아스, 카이사르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 아이네이아스를 도와 리비니움을 건설한 인물들 라티누스(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라티움의 왕)과 그 의 딸 라비니아(아이네아스와 결혼)이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왕 타르퀴니아스를 쫒아낸 브루투스, 로마에 공화정의 계기를 만들어준 루크레티아, 카이사르의 딸로 폼페이우스 장군과 결혼한 율리아, 연옥의 문지기로 등장한 카토의 아내인 마르치아, 크라쿠스 형제의 어머니 코르넬리아 등이 있습니다.
단테가 살던 시대는 이슬람과 분쟁 중이었지만 십자군 전쟁 때 이를 방어한 투르크의 살라딘 왕이나 중세 유럽의 스콜라철학을 전수해준 이슬람의 성현들인 아비세나, 아베로에스와 같은 이슬람 학자들도 이곳에 있어 이곳에서 단테의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알 수 있습니다.
눈을 더 높이 올리자 아리스토텔레스, 스크라테스, 플라톤 들이 있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그리고 고대 로마의 정치가와 철학자들이 있는데 거기서 본 이들의 이름을 다 열거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여섯 시인의 무리는 둘로 나뉘어 빛이 전혀 없는 곳으로 향합니다.
지옥을 상부 하부로 나뉘어 읽으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상부 지옥은 무절제의 죄입니다.
상부 지옥은 5곡부터 10곡까지, 즉 애욕, 탐식, 탐욕과 낭비, 분노와 우울 등 의도적이지 않은 죄입니다. 하부 지옥(디스)은 11곡(하부지옥 배치도)부터 34곡까지 폭력, 사기, 그리고 배반(반역)으로, 의도를 지닌 죄, 의도적 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