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성미카엘성당(아기예수 탄생)
2025. 2. 04
루카 복음 2장
(루카 2,5)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루카 2,45)
친척들과 친지들 사이에서
찾아보았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루카 2,9)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다.
(루카 2,27)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묵상-
루카복음 2장을 읽다보면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하나의 장면이 여러 컷으로
나뉘어 강이 흘러 바다로
흘러가듯이 테마를 이룬다.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호적 등록을 하러 다윗의
고을로 가는 길, 집도 아닌
타지에 머무르는 동안
산통이 온 마리아, 얼마나
불안했을까. 게다가 여관은
들어갈 자리조차 없으니,
길에서 해산할 판이다.
성령의 이끄심으로 아기를
잉태한 것도 세상 불안하고
두려울 일인데, 이런 일이
생긴 거다.
불안할 일은 또 있었다.
어린 아들을 잃어버리고,
사흘이나 애타게 찾아다닌
사건, 지금 같으면 실종신고
에 전단지 붙이고 울고불고
난리를 칠 일이다.
나는 여기서 마리아와 요셉의
주된 감정이었을 불안과
두려움을 엿보기로 했다.
뭔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 가장 먼저
인식되는 것은 ‘내가 과연
지금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일 거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부터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에겐
해결의 열쇠인 자기 통제력이
상실되었기에, 네비게이션이
꺼져버린 차의 운전대에 앉은
그런 기분이 될 게 뻔하다.
앞이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고 막막할 때,
마리아 부부는 어떤 선택을
했을 지가 관건이다.
말수가 적었던 마리아에겐
자신의 영혼 깊은 바다에
닿을 내린 긍정적인 신념,
즉 만병통치의 닻이 있었다.
(루카 2,19)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했다.>
(루카 2,51)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했다,>
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고 작동해 줄 네비게이션이었던
거다. 마리아가 불안하거나,
상황이 자기 뜻과는 다르게
펼쳐질 때, 뒤로 한 발 물러서서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이라고 받아들인 태도와 연결된다.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고, 시메온과 한나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던 그러한
이끌림 같은 것 말이다.
불안과 두려움이 생길만한 변수가
생길 때마다 마리아는 자기의 생각이나
신념 등에 휩쓸리지 않고, 하느님의
이끄심에 주의를 기울인다.
만일 영화의 한 장면으로 보게 된다면
마리아가 서 있는 둘레엔 성령의 빛과
주님의 영광이 가득 차 있었을 터다.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새기며, 불안과 두려움을 뚫고
안전과 평화의 기운 속으로 들어가게
했던 마리아의 네비게이션,
바로 그것이었다.
마리아는 어제 등장한
<줄곧 벙어리로 지냈다.>라는 구절을
일상에서 이렇게 실천했다.
곰곰이 생각하고 간직하는 동안,
주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나이스하게
해내실 거라는 신뢰가 있었던 거다.
가난한 부부가 말 못할 사연을 지닌
아기를 낳고 성전에 봉헌하던 날,
없는 살림에 얼마나 고심했을까.
분수껏 비둘기 한 쌍을 준비해서
성전을 향해 올라가는 세 명의
모습을 연상하니, 맘이 울컥했다.
우리네 삶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가족이기에 크고 작은 걱정과
근심, 불안과 두려움을 겪으며,
살았을 생각을 하니 말이다.
평화의 주님,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올 때마다,
내 앉은 자리의 둘레를 비추시며
‘얘들아, 많이 두렵지? 하지만
괜찮아, 내가 너희의 앞길을
비추는 네비게이션에 되어 줄 거야.‘
라고 말씀하시는 당신의 위로를
듣습니다.
내가 한마디 내뱉으면,
주님의 말씀 한마디가 죽고,
내가 내 뜻을 밀어붙이면
주님의 계획이 밀려난다는 것을
상기하렵니다.
항상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새긴 마리아의
모습에서, 많은 말들을 함부로
내뱉으며 세상엔 내 뜻만 있는 듯이
오만하게 굴었던 제 모습이 비춰집니다.
마리아가 자신의 깊은 바다에,
단단하게 내려 묶어놓은 그
닻을, 묵상하며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서요.
그래서요 주님,
저희가 미사하러 성전에 가거나
성체조배실에서 기도할 때, 또는
묵주기도를 바칠 때, 제 둘레가
성령의 빛으로 비추어 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게 해주소서.
그때부터 저는 혼자가 아니고,
마리아와 요셉처럼,
시메온과 한나처럼,
들판의 목동들처럼,
성령께 이끌리는 존재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첫댓글 묵상글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박지현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