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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명작의 조건
Ⅰ. 들어가는 말
명작에는 명작의 조건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우리는 명작의 시학(詩學)이라 달리 말할 수도 있다.
미인을 뽑는 데에도 선발의 기준이나 선발의 조건이 있 기 마련이다. 가령 미스 코리아를 염두에 둔다면 키는 최소한 170cm이상이어야 하 고, 8등신의 체격조건에다 가슴, 허리, 히프의 크기가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이고, 얼굴은 시원하면서도 예뻐야 하며 나아가 잘 빠 진 육체미만이 아니라 얼굴에서 지성미도 흘러야 할 것이다.
이처럼 명작에도 최소한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많은 명작들을 읽다 보면 공통분모가 있기 마련인데 그것이 곧 명작의 조건인 셈이다.
나는 여기서 시와 소설을 중심으로 과연 명작의 조건 아 니 명작의 시학이 무엇인가를 살펴 보기로 하겠다.
훌륭한 건축물을 지으려면 훌륭한 설계도와 그에 따른 훌 륭한 시공 기술 그리고 질좋은 자재가 있어야 하듯이 좋은 작품을 쓰려면 반드시 이런 명작 의 조건들을 한 번쯤은 누구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인이나 작가라면 그 누구라도 한 생애에 있어 절대평 가에서건 상대평가에서건 한두 편 명작급의 대표작을 남기고픈 강한 충동이나 욕심이 있으리라 본다.
오늘의 이 발표가 그런 욕구충족에 조금이라도 앞으로 도 움이 될 수만 있다면 큰 다행으로 여기고자 한다.
Ⅱ. 명작의 조건
1.명시의 조건
시의 여러 장르중 명시의 대부분은 서정시쪽에 있다. 서 정시는 시의 원형이 요 시의 영원한 고향인 동시에 시의 유행성에 훼손을 덜 받 으면서 시대를 초 월하여 인간의 정감에 와 닿기 때문이다.
서정시가 서정화시켜 주고 있는 정서들은 사랑과 미움, 이별과 만남, 삶과 죽음, 상실감, 허무감. 환멸감과 애수, 무상감, 외로 움, 설움, 안타까움, 후회, 애환, 꿈, 자연에 대한 환희나 침착의식 또 경외감 등속이다.
서정시의 효용성이란 바로 이런 정서의 서정화를 통해 시 독자의 감정을 순화시켜 주기도 하며, 위무도 하고 또 고양시켜 주는 데 있다.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바로 서정시 고유의 몫이요 기능인 동시에 그 효용성이다.
따라서 서정시는 다른 장르의 시에 비해 정서적 감응력 이 강하고 크다.
감동을 주는 시도 서정시에 있다. 그래서 명시의 일차적 조건에는 반드시 서정시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서정시가 명시가 아닌 이상 명시가 되려면 거기엔 반드시 필요충분조건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그런 조건들 을 하나하나 생각 해 보기로 하겠다.
첫째, 짧아야만 한다. 가령 장시라면 압축미가 없고 암 기 내지 암송 하기에 힘들기 때문에 명시의 조건에서 벗어난다. 뭐니해도 명시 는 암송이나 낭송하기에 알맞는 길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가 암송할 수 있는 명시는 거개가 단형시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를 그림의 경우와 대비해서 생각해 보면 더욱 이해가 빠르리라 본다.
그림을 감상할 때 그 크기에 따라 적절한 '감상의 거 리'가 있을 수 있는데 요는 최적의 '감상의 거리'에서 그 그림이 한 눈에 들어와 감상할 수 있는 그림 이 바로 명화의 일차조건이지 너무 커서 고개를 두리번거려 야 하는 정도라면 비록 대작(大作)으로서 잘된 그림이라는 평가는 받을 수 있 으나 명화라는 평가 를 받을 수 없는 이치와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연으로 보면 4∼5연의 시에 명시가 많으며 행이 많을 경 우라면 간혹 3연시에도 명시가 있다. 연시이건 비연시이건 전체 행수 로 보면 평균 10행전후에서 25행 내외이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명시 의 길이는 그 중간인 15행 내외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한국시 중에서 명시로 평 가받고 있는 시들을 통해 이를 알아 보기로 하겠다. 3연시에는 「성북동 비둘 기」(24행), 「논개」(24행)가 있고, 4연시에는 「설야」(15행), 「진 달래꽃」(12행), 「국화옆에서」(13행), 「절정」(8행), 「님의 침묵」 (10행), 「꽃」(15행:김춘수)이 있다. 그리고 5연시에는 「광야」 (15행), 「십자가」(14행), 「청노루」(10행), 「파초」(10행), 「껍데기는 가라」(16행), 「향수」(반복구를 제외하면 21행)등이 있다. 비연시에는 「깃발」(9행), 「모란이 피기까지는」(12행)이 있다. 연 시중에서 다소 예외 에 속하는 것으로는 「사슴」(2연 8행:노천명), 「승무」 (9연 18행)가 있고, 비연시중에는 <목마와 숙녀>(32행)가 있다.
둘째, 명시에는 음악적 효과를 최대로 살릴 수 있는 운 율이 있어야 한다.
바꾸어 말해 역시 낭송이나 암송하기에 좋아야 한다는 뜻 이다. 시의 음악 성을 통해 인간의 마음 속에 내장되어 있는 '정서의 건 반'을 두드려 주어 마음 이나 영혼에 전율을 일으켜 주어야 한다. 전기에도 전기 가 잘 통하는 도체와 반 쯤 통하는 반도체 그리고 전혀 통하지 않는 부도체가 있듯 이 시감상을 할 줄 아 는 도체적 체질의 사람에게는 어떤 소리(음악이나 시낭송)
를 받아 들이고 그 에 반응하는 '영혼의 악기'또는 '영혼의 건반'이 내장되 어 있기 마련이다. 따라 서 명시에는 생체리듬과 호흡을 같이 하는 그 운율적 악보 가 있어 '영혼의 악기나 '영혼의 건반'을 두드려 공명현상을 일으켜 주기 마련이 다.
셋째, 어려운 추상어보다는 편이한 일상어와 정감어가 주가 되어 있다.
넷째, 문장의 형식에는 종속접속사로 연결된 복문이 주 가 되어 있다.
단문(單文)이나 중문(重文)은 정서나 이미지의 흐름을 단 절시키거나 깨뜨리기 마련이다. 이에 비하면 주절과 종속절로 된 복문은 유장 한 맛이 있어 정서의 흐름을 잘 실어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단문이 어울리 는 시가 있으면 중문이 어울리는 시가 있고 또 복문이 어울리는 시가 있기 마련이 다. 문장의 형식을 의복이라 생각한다면 장소에 따라 혹은 목적성에 따라 옷 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아무튼 명시와 복문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셈인데 이 복문의 한 문장이 한 연으로 배열되어 있는 명시를 우리는 자주 접할 수 있 다.
다섯째, 구성면으로 보면 이미지와 이미지의 연결이 복 잡구성이 아니라 단순구성으로 되어있다. 4단이나 5단 구성이 애용되며 기·승·전·결에 충실하거나 아니면 그 유사구성을 하고 있다.
여섯째, 의미구조는 점층이나 점증식으로 된 확장의미구 조로 되어 있거나 아니면 수미상관(首尾相關)의 순환구조로 되어 있다. 이 는 끝 연에서 첫연의 반복이나 첨삭적인 반복을 보이는 경우다. 「진달래꽃」, 「모란이 피기까지 는」,「승무」,「목마와 숙녀」가 바로 그 예들이다.
그리고 4연인 경우에는 3연이나 4연에서 그리고 5연인 경 우에는 4연 아니면 5연에서 이미지의 통합이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고압적인 이미지의 분출이 있 다.
통합의 경우라면 비유적으로 말해 졸졸 흘러 내려오던 물 줄기가 폭포수를 만 난 형국이고, 분출의 경우라면 화산의 분화구를 연상 해 보면 된다. 주제나 이미저리의 처리를 밋밋하게 평면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 강곡선 아니면 상승곡선으로 처리한다는 뜻이다.
일곱째, 관찰이나 상상에 있어 고도한 감각적 예민성 도 나타나 있다.
「성북동 비둘기」에서는 비둘기가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 가 가슴에 금이 갔다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또 채석장에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비둘기가 입을 닦는다고 되어 있으니 그 감각성이 돋보이고 있 다. 「국화 옆에서」는 간밤의 국화의 개화와 나의 불면의 밤이 초경험적 범생명 의 애정주의와 절묘한 연관성을 표현하고 있으며, 「序詩」(윤동주)에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 는 초감각적인 시인의 예민한 모습과 별이 바람에 스치운 다는 감각성이, 「설 야」에서는 눈내리는 소리에서 머언 곳에서 여인의 옷벗는 소리를 연상해 보는 청각적 예민성이,「향수」에서는 밤바람 소리에서 비인밭에서 말달리는 소리를 환청해 본다는 초감각성이 각각 나타나 있는 것이 다.
여덟째, 극대의 이미지를 다른 평면을 통해 극소이미지 로 자리바꿈 시키는 데서 오는 이미지의 압축효과도 이용하고 있다. 이런 기법 을 내 나름대로 이름 을 붙여 본다면 '자리바꿈을 통한 이미지의 압축기법'이 라 해도 좋을 듯 하 다. 가령 [목마와 숙녀]에서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 다.'와 「청노루」에서 '청노루/맑은 눈에/도는/구름'이라는 등속의 표현이 이에 해당한다.
아홉째, 시각과 청각의 영상이미지를 최대로 활용하여 시 청각적 상상력을 최대로 고조시켜 주고도 있다. 비유적으로 말해 다방이라 면 물론 뭐니해도 커피맛이 좋아야 하겠지만 부수적으로 실내환경이나 장식 그리고 친절하고 예쁜 레지가 있어 시각적 욕구도 충족시켜 주어야 하겠고 뿐만 아니라 좋 은 음악이 있어 청각적 즐거움도 주어야 하는 이치와 통한 다고나 할까. 좁 게 말해 시각적 영상이미지의 활용은 그림으로 보면 그림 에 색채넣기와 상 통하며 청각적 영상이미지의 활용은 시적 현실이 전개되 는 공간현장에 효 과음으로써 소리넣기라 하겠다. 가령 색채어를 이용한 전 형적인 색채넣기의 시라면「논개」「청포도」「청노루」를 들 수 있다. 「논 개」는 죽음과 애국심의 상징인 '붉은 색'과 영원성과 절개의 상징인 '푸 른 색'을 최대로 구사해 본 작품이고, 「청포도」는 선비정신의 고고성을 나타내는 '흰색'과 지절(志節)의 상징인 '푸른 색'의 이미지를 최대로 대비시 켜 본 작품이며,「청노루」는 청색이미지를 동원하여 때묻지 않 은 순수자연세계를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효과음으로서 소리넣기의 예라면 「국화 옆에서」를 들 수도 있다. 봄의 소쩍새 소리와 여름의 둥소리를 집어 넣어 청각적 상상력 을 자극 시켜 주고 있다.
열번째, 명시에서는 표현기교나 기법으로 보아 섬광처럼 번쩍 빛나는 부분 이 어디엔가 들어 있어 시 전체의 인상을 밝게 해주고도 있다. 명시의 명구(名句)라 할 수 있다. 시의 기교나 기법을 나열하려 면 한이 없겠지만 적어도 명시에서 자주 보이는 명구는 참신한 비유나 역설 그리고 공감각(共感覺)적 표현에서 찾아진다. 찬란한 슬픔의 봄'(「모란이 피기가지는」) '거룩한 분노' (「논개」) '소리없는 아우 성'(「깃발」) '죽 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진달래꽃」) '고와서 서러 워라'(「승무」)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절정」)등은 역설적 표현기 교에서 나온 예들 이다. 그리고 지용의 「향수」에서는 '금빛 게으른 울 음'이, 미당의 「문둥이」에서는 '꽃처럼 붉은 울음'과 같은 공감각적 기 법이 각각 그 시에다 탄력성을 주고 있는 예들이다.
이상에서 나는 명시에서 공통적으로 자주 보이는 특징적 인 자질(姿質)들을 살펴 보았다. 이 외에도 한두 가지 더 첨가할 수도 있겠지 만 이쯤 해두기로 하겠다.
그런데 모든 명시가 위의 조건들을 동시에 구비하여 한꺼 번에 충족시켜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일도 과일 나름대로 그 맛이 모 두 다르듯이 명시에도 그 조건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과일의 영양소인 비타민 C와 같은 기본필요조건을 명시라면 반드시 구비해 있어야 하되 충분 조건에서는 한두 가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열겨해 본 위의 조건들 중에서 첫째에서 여섯째까지가 명시의 기본조건인 동시에 필요조건이라면 일 곱번째에서 열 째가 충분조건에 해당된다 하겠다.
2. 명작소설의 조건
명작소설은 감동적이다. 감동적인 작품이 과연 어떤 것인가를 살펴 본 다는 것이 곧바로 명작소설의 조건을 알아 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소설 작품을 읽고 흔히 '감동적'이다. '풍자적'이다. '현실 비판적'이다. 또는 '고발적'이다 라고 말해 왔다.
특히,'감동적'이다라고 할 때에는 가치의 평언임에는 틀림없다. 감동이란 글 자 그대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만큼 인간의 정신 활동 중 정적활동에 속한다 하겠다. 비판적이거나 풍자적인 작품이 지적 호소력에 의존하고, 에로티시즘의 세계가 말초 신경의 자극에 있다면 감동적인 작품은 감성에 호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면 이와 같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기본 요건은 무엇이며 또 어떤 플롯에 서 감동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로 하겠다.
첫째, 감동적인 작품은 휴머니즘이나 휴매니티어리어니즘(인도주의)에 뿌리 를 둔 작품임에도 틀림없다. 내용적으로는 자기 희생이나 봉사 정신 그리고 사랑 의 정신이 그 기저객?
위대한 소설들은 인생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 한편 리비즈 는 소설의 개념을 일면으로 '도덕적 우화'로 보기도 했을 뿐 아니라 위대한 소설가는 하나같이 인생에 대한 강력한 도덕적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다.
그러면 위에서 언급된 이 세가지 요소가 감동적인 소설의 바탕이 된다고 한다면 소설의 구조면에서는 과연 어떤 플롯이 소설의 감동적인 소설의 기본골격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점의 설명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노먼 프리드만이라는 소설 비평가가 체계화시킨 플롯의 유형론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는 소설의 플롯 을 크게 3분하여 운명의 플롯, 성격의 플롯, 사고(思考)의 플롯이라 이름하면서 14가지의 플롯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감동적인 작품을 대해 왔던 독서 체험을 참고하여 감동의 개연성이 높을 수 있는 작품들의 플롯을 정리해 보기로 하겠다.
(1) 연민의 플롯···여기에는 자신의 잘못이 없는데 불운과 고통을 겪고 있는 공감적인 주인공이 나온다. 대개의 경우 주인공은 어딘가 의지가 약하 고 그가 품고 있는 생각도 순진하거나 결함이 있다. 결국에는 그의 수난에 대해 독자들의 반응은 연민의 정으로 나타난다. 하디의 「테스」가 이에 속한다.
(2) 비극적 플롯···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비극의 구성 방법을 그대로 이용한 플롯이다. 주인공은 어느 정도 자기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세련되어 있고 능력과 의지력도 있다. 그러나 판단의 잘못으로 중대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고 그 과오를 뒤늦게 발견하면서 파멸해가는 플롯이다.
(3) 찬탄의 플롯···주로 명성과 명예의 차원에서 주인공이 보다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끝부분에 가면 주인공은 독자들로부터 존경과 찬탄을 받을 수 있다.
(4) 성숙의 플롯···이른바 교양 소설 혹은 성장소설의 기본 플롯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주인공이 경험 부족이나 순진성에서 빗나간 갈등을 경험하다 가 자기의 인생목표를 발견하는 과정의 플롯이다.
(5)개선의 플롯···주인공이 무지하거나 순진해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알면서도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옆길을 가다가 결국에는 올바 른 길로 들어서는 플롯이다. 예를 들면 호돈의 「주홍글씨」가 이에 속한다.
(6)시련의 플롯···이 유형의 특성은 공감적이고 힘이 있고 과단성이 있 는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높은 목적과 수단을 양보하고 포기하 도록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올바른 길을 선택할 때 독자들은 그에게 처음의 신임이 정당화 되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 좋은 예로서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노인과 바다」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6가지의 플롯 중 그 어느 하나를 이용한다고 바로 감동적인 작품은 될 수 없 다.
문제는 이런 플롯을 이용하되 데뉴망(대단원)의 처리 능력에도 그 변수가 달 려 있다. 과연 어느 만큼 감동적인 결말처리가 되었느냐는 점이다. 어느 의미에서 는 가장 위대한 소설은 가장 감동적인 데뉴망을 창조하기 위한 일체의 준비 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대체적으로 감동적인 작품들의 데뉴망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삶의 지혜를, 삶의 용기나 희망을 갖게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주어진 운명이 나 현실과의 어쩔 수 없는 화해나 수용도 꽤 끈질긴 삶의 지혜를 실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데뉴망이다. 이것을 우리는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에서 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좌절하지 않고 굴하지 않는 운명과의 투쟁 정신이 대단원의 끝부분에서 독백으로 나타나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데뉴망처리도 감동적이다.
지금까지 주로 감동적인 작품의 기본 조건들에 관해 말해 왔다. 감동적인 작품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3가지 요건이 무엇이며 또 구조적으로는 어떠 한 플롯에 의존하야 하며 나아가 결말 처리가어떠해야 하는가를 살펴본 셈이 다.
Ⅲ. 맺음말
시건 소설이건 장르를 초월하여 명작의 조건을 살펴보면 어떤 불문율이 있다.
첫째, 감동적이어야만 한다.
둘째, 해당 장르에 알맞는 적절한 길이어야 한다. 낭송시간으로 보아 명시의 길이는 '1분예술'또는 '1분이내의 예술'이어야 하고 단편소설이라면 '1시간 예술' 장편이라면 '하룻밤의 예술'이어야 한다. 너무 길어 지루하 고 또 시 의 내용이나 소설의 스토리가 복잡하면 할수록 명작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명품이나 명화(그림)의 미학적 크기가 명시나 명작 소설의 길이와 상호관련이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짧은 만큼 압축적이고 정교해야 하며 예술미를 획득해야 한다.
넷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잠재된 인간의 본성 내지 본능을 대리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다섯째, 명작은 문학사나 문학운동사와는 별개일 수 있다. 바꾸어 말해 문학사적 의미를 지녔다고 모두 명작이 아니다. 명작은 명작으로서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며 시대를 초월하여 영원성을 누린다.
그러나 명작의 미학이론이 불변일 수 없는 이상 기존의 명작의 조건에서 새로움도 추구하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하리라 본다. 지난 시절의 미인상 과 오늘의 미인상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볼 때 명작의 조건도 변할 수 있다 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