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걸쳐 다 읽었다.
책과 싸우며 읽은 책은 처음이다. 너무 어려워 그만두고 싶었지만, 이 책만은 끝까지 읽으리라 고집부리며 조금씩 읽다 오늘에야 다 읽었다.
이 책은 내가 대학시절 자취하면서 한달 용돈이 2만원일때 삼성출판사 전집을 월5000원을 6개월인가 내면서 산 책이다.
그런 책이라 버리지 못하고 아직 간직하고 있다...무슨 책을 읽을까 하고 책꽂이를 살피다 이 책을 발견하였다.
옛날 책이라 종이도 누렇게 변했고 글씨도 작고 세로로 난 글을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리 부담되지 않아 읽기 시작했다. 앞 부분은 이해가 되어 읽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갈수록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었다.이 책을 다 읽어야 다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작심하고 읽었다.
읽으려고 펼쳐보니 책갈피로 '한국천주교회 선교 200주년 기도문' 카드가 꽂혀있었다. 신은 죽었다고 초인을 주장하는 이 책에 쪽혀있는 책갈피가 참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며칠 전부터 아스트라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고 있는데 먼저 맞은 동료들이 너무 힘들어 하여 겁을 먹고 어제 맞고는 오늘하루 휴가를 내어 맞았다. 다행이 큰 열도 오한도 근육통도 없이 무사하여 나머지 남은 이 책을 다 읽었다.
또 다른 책갈피가 하나 끼워져 있었는데
음악다방에서 음악을 신청하는 메모지었다.
그 당시 음악다방이 많았도 인기있었고 자주 갔었다.
이 책을 펼쳐 메모지 한장으로 풋풋했던 대학시절로 돌아간 듯하여 기뻤다.
오늘 집에서 쉬면서~~~
가져온 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는 19세기 독일 철학의 대표적인 사상가이며, 그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 사상의 꽃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당시 서양은 2천년간 이어오던 기독교의 지배를 벗어나 데카르트, 칸트를 비롯한 많은 사상가들에 의해 과학과 철학이 꽃피던 시기였다.
당시 고전문헌학자였던 니체는 쇼펜하우어, 바그너와 접촉을 통해 본격적인 철학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사랑하던 여인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이 책을 쓰게 되었고 인간이 가장 힘든 시기에 비로소 예술로 승화한 것이다. 그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일필휘지"로 써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그의 생전에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책이었다.
"행동하지 않으면,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매일 그 마음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것" 그의 말과 글이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핵심적인 말은 이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읽기에 따라서는 철학책으로 읽을 수도 있고, 소설로도 읽을 수 있는 매력이 넘치는 책입니다.
그리고 읽는 나이대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읽히는 책입니다. 그만큼 심오하고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차라투스트라란 고대 페르시아에서 유일신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교주 이름을 사용해 주인공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조로아스터에 대한 내용을 다룬 것은 아닙니다. 이 작품에서 차라투스트라는 니체의 대역을 하면서 인간의 올바른 삶이 무엇인가를 설교 또는 웅변을 통해 알려줍니다.
니체가 살던 19세기 말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로 사회가 급변하여 기독교 전통의 가치가 힘을 잃어가던 때로 당시를 살던 인간들이 허무주의에 빠지기 쉬웠던 시기였습니다.
이 책은 총4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알아보면,
제1부 주인공 차라투스트라는 서른 살에 산속 동굴에 들어가 뱀과 독수리와 10년간 살면서 도를 닦게 됩니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고 이것을 세상에 전파하기 위해 세상에 내려오면서 끝나게 됩니다.
제2부 사람들에게 지혜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깨달음이 아직 많이 부족함을 깨닫고 다시 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제3부 산에서 같이 살고 있는 독수리 뱀과도 사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후 자신의 영혼과도 대화를 나누면서 영원회귀에 대한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제4부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최고의 지성들과 만나게 되지만 이 최고의 지성이라 일컫는 자들 역시 부족하기 그지없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과의 최후의 만찬 이후 세상에서 자신이 깨달은 지혜를 전파하러 다시 세상으로 내려오면서 이 책의 이야기는 끝이 나게 됩니다.
1부에서 4부까지 모두 이야기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모두 상징과 은유로 표현되어있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3가지 니체의 중요한 철학 사상을 알아 보겠습니다. 그것은 초인, 권력으로의 의지, 영원회귀입니다. 여러분은 초인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슈퍼맨을 떠오르시는 분이 많을 것 같은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습니다. 독일어로 위버맨쉬라고 불리는 이 초인은 인간을 초월하고 극복한 존재입니다. 물론 슈퍼맨과 같이 엄청난 육체적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니체의 생각에는 기존의 도덕과 문화를 과감하게 파괴하고 창조해내는 힘의 의지가 있는 인간이 초인입니다. 즉, 인간존재의 의미는 초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초인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이 생을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독립된 존재로 살아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극복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초인이 되는데 막는 장애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신이 만든 사후세계 이론 혹은 허무주의 이론인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을 덧없는 시간으로 인식하고 보내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합니다.
다음은 권력으로의 의지입니다. 쇼펜하우어의 삶의 의지라는 개념에 영향을 받은듯한 권력으로의 의지는 삶에서 성취욕, 야망 등 어떤 최고의 경지를 이루고자 하는 욕망의 원동력입니다. 또한 이 권력으로의 의지는 우주 만물에 존재하는데 같은 구성 성분이라도 이 권력으로의 의지 정도에 따라 흙이 되기도 하고 동물이 되기도 하고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원회귀라고 불리는 사상입니다. 이 사상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여러분은 인간이 죽으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신의 심판을 받고 천국과 지옥으로 간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다른 존재로 환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것도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없이 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세가지 가능성 외에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니체는 놀랍게도 새로운 가능성 한 가지를 더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이번 삶과 정확히 100% 똑같은 삶을 영원히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여러분이 치맥을 드시면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다음 삶의 같은 시간에 치맥을 먹고 마시면서 이 글을 다시 보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은 이 글을 수십억 번 이상 읽었을 수도 있습니다. 니체에 의하면 인간세계는 처음도 끝도 알 수 없다. 존재하는 세계는 여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적으로 되풀이된다. 그 속에서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게 된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은 끝없이 창조 소멸되고 있는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것입니다.
영원회귀사상이 주는 중요한 교훈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삶을 살아가느냐 하는 방향성을 주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삶이 앞으로 영원히 반복될 첫 삶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살고 싶은 삶, 영원히 반복되었으면 하는 삶이 되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