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블루그래스 탐방이닷
지난번 월드뮤직에 대한 맛배기 게시물 이후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블루그래스를 확실하게 뒤벼주마로 갈래를 잡는다
(블루그래스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없으리라 감히 장담하기에
긴 글이지만 끝까지 열독하면 반드시 얻어가는 게 있을지니)
예향의 도시 광주에서 주최한 블루그래스 페스티발에 참관키 위해 길을 나서는데
원치 않는 비가 오신다
비가 오면 축제 일정이 꼬인다기에 이 몸도 바쁜 일정이 겹쳐 한참을 망설이다가
무리해서 광주로 달려갔다
광주터미널에서 오랜 음악지기인 박헌중님과 한동안 소식이 적적했던 햇살님을 상봉한다
꾸물거리는 날씨탓에 일정이 거꾸로 되어 뒷풀이 장소인 담양한과 민박촌으로 함께 갔다
햇살님은 그간 여러 가지일이 겹쳐고 위장병으로 활동을 못해서 근황이 궁금햇는데
아직도 상황은 불확실하지만 건강이 회복되어 밝은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비회원인 햇살님은 공연만 보고 뒷풀이 장소까지는 일정에 없었지만
오랜만에 만남의 반가움에 강제로 연행하다시피 했는데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이는지 먼저 귀가 한다
짧은 만남이 미련은 많지만 다음기회에 미련없이 풀어보기로 한다
이번행사를 주관했던 두루두루님에 운영자들의 고충을 잠시 엿보자
앞에서 보면 눈에 뛸 정도 하는 일 없이 왔다리 갔다리 보인다만
기획하는데 골머리 썩힌 일은 제쳐두고라도 공연 당일날 빗방울 떨어질 때
마음은 타들어가지만 내색을 할 수도 없고 다음 일정을 재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는 중생들은 “그냥 진행하지 않고서리 괜히 고생만 하는 것 아니냐고
툭 던질 수도 있다(벙어리 냉가슴 앓이를 그 누가 알아주랴)
행사 중에 참가들에게 불편함 없이 소소하게 신경씀,
행사시 진행에 차질 없도록 사소한 것 챙기기,
관객동원과 반응등 끝없는 긴장감에서 입맛이 싹~달아나고 즐길 여유가 없다
행사를 무사히 마치면 안도감도 잠시, 뒷처리가 만만치 않아서
끝이 다시 재시작점으로 뒤 돌아와서 몸과 마음은 피곤함에 늘어지지만 쉴 틈이 없다
그 외 예상외 잡다한 돌발 상황들은 많이 누락되었는데 이상은 보이지도 않기에
일반회원들은 자기일 챙기기도 바빠서인지 잠시 망각을 해서 뒷담화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잘 되어야 본전이요, 잘못되면 모든 죄(?)를 끌어 모아서 혼자 뒤집어 쓰는게 운영자다
사견으로 모든 운영자는 무조건 존경스럽다
두루두루님은 모든게 회원들의 협조덕에 진행이 잘된다고 하고
회원들은 운영자 덕이라고 하니 잘되는 집안은 역시 이유가 있다
두루두루님에게 땡전 한푼 받은 것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을
쓸데 없이 길어진 건 아닌지
정작 소개하고 싶었던 것은 두루두루님의 경탄스런 비전이었는데 다음기회로 미룬다
뒷풀이 장소는 더없이 좋은 명당자리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민생고(=식사)를 해결해 주신 광주요들회원 여성분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회장님이 직접 팔을 걷어 붙이면서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해주셔서 이처럼 편한 모임은
처음이었음을 덧붙인다
참가자 전원(?)이 각자 준비해온 악기들을 꺼내들며 연주를 시작 한다
벤조, 만돌린, 콘트라베이스, 기타, 피들, 도브로 5종 세트로써 완전 무장했다
악기하나가 수백만원대이니 모두 합치면 천만원대를 넘어 선다
모두들 수십년의 내공이 있고 다른 악기들 연주도 할 줄 안다
진지함과 도취감속에서 흥겹지만 요란스럽지 않은 연주
블루그래스는 미국에서 1940년대 중반 만돌린 연주자 빌 멀로가 창안해서
벤조연주자 얼 스트럭이 쓰리핑거주법으로 획기적인 기틀을 마련하였고
기타리스트인 덕 와트슨이 일가를 이루었으며 빠른 박자에 고음으로 노래하는
컨트리음악의 일종이다
이런 사전적인 지식을 달달봉사마냥 기계적으로 암기 한다면?
1) 어딜 가더라도 행세할 수 있다
2)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요들회원들이 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급작스럽게 합창을 하다 보니
제데로 되지는 않았지만 나름 좋은 공연(?)이었다
원래 공연엔 없어서 공연외 공연을 본 게 행운이었고
요들의 맛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블루그래스에 웬 요들이? 혹시 요들 컨트리의 분파?
요들가수로 알려진 김홍철이 실상은 국내에 블루그래스를 소개한 장본인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블루그래스회원들이 요들회원들로부터 연원 한다
요들과 블루그래스의 공통점은 산악지방에서 파생되었다 그래서?
-> 의사소통을 여건상 고음이며 코드가 장조로서 단순할 수밖에 없다
코드가 단순하고 장조라면?
-> 합창이 쉽고 밝을 수밖에 없다
무미건조한 사전적인 의미를 사적인 견해로 설을 풀어보자면
60여년전에(=세계전쟁이 끝난 후) 미국에서 만돌린을 만지작 거리던 빌 먼로란 젊은이가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음악)과 한평생 살고 싶었지
카터패밀리의 노래를 자주 들었던 이 젊은 친구는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때는 재즈시대라 옳다구나 이것을 한번 섞어보자 했던 거야
그래서?
-> 푸른 풀(=블루 그래스), 재즈의 요소들인 당김음, 잼 형식이 생겨났더란다
한편 얼 스트럭도 벤조를 주물럭거리다가 밋밋해서 참신한 것을 만들던중
세손가락만으로 튕겨보니 그럴듯하게 들려서 친구들에게 들려줬는데
이를 사람들은 쓰리핑거주법이라 부른단다
(세손가락 연주를 어디서 보았거나 손가락이 다쳐서 그랫다는 소문도 있긴 하다만...)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모든 것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크는 법인지라
항상 열린 마음으로 열심히 새로운 것을 하다보면 좋은날 있겠지
블루그래스의 특성을 좀더 쉽게 접근해보기 위해 관중의 반응도 살쳐보자
첫곡에서는 악기들 소리가 독특한데 (흥미유발)
두 번째곡은 어디선가 들은 것 같고 (긴가민가)
세 번째곡 즈음엔 그 노래가 그 노래구먼 (조기퇴장)
공연자의 공통적인 고민꺼리는 관중의 호응도다
그래서 공연자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비쥬얼한 면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베이스맨님은 앞에서 보면 카우보이요 뒤에서 보면 보안관 스타일로
서부영화에서 걸어 나온듯한 복장 즉 내쉬빌 전략을 쓴다
자신과 관중에게 정체성을 각인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뮤지션이 오디오로 승부를 보아야지 웬 비디오냐고?
날 잡고 설을 푸는 날이니만큼 갈데까지 가보자
블루그래스계는 슈퍼스타가 없어서 지명도 있는 노래들이 거의 없다
모든 장르에는 문외한들도 곧장 연상되는 뮤지션과 노래들이 있건만
가수들이 노래를 못 하는구먼 해도 그려려니 넘어가 줘야 된다 왜?
오늘의 주제 블루그래스의 핵심을 극단적으로 농축하면
여민동락이닷
즉 감상용 음악이 아니라 참여용 음악이다
동네 축제같은 분위기로서 마당극과 같은 어울림 한마당이다
관중의 열렬한 박수보다는 한판 어울리며 놀아주는 것이 최고의 찬사다
중간 정리를 해보자
단순한 장음계 코드, 친숙한 선율, 높은 소리, 빠른 템포들이 의미하는 것은?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여 춤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창력보다는 연주력이 최우선순위고
참여를 위해 나 홀로 튀는 것을 꺼려한다
블루그래스는 연주를 직접 해 봐야 맛을 안다고 한다면 무리한 주문같다만
말이 나온 김에 마지막 관문까지 가보자
(요즘 이런 명강 듣기 쉬운게 아닝께 화장실 급하신 분은 후딱 다녀오시고)
블루그래스 연주는 어렵다. 어려워도 한참동안 어렵다
여민동락 음악이 어렵다니 지금까지 쉰소리 한 거 아녀?
좃도맛데(잠시만 기다려달라)
블루그래스에서 가장 튀는 악기인 벤조는 듣기는 좋은데 하기가 어렵다
두루두루님의 경우 기타연주 경력이 있음에도 부족함을 호소할 정도다
벤조에서 쓰리핑거주법은 기타의 쓰리핑거와 차원이 다르다
기타의 경우 고정된 코드에서 일정하게 튕기면 되지만
벤조는 끊임없이 양손을 불규칙하게 움직일뿐만 아니라 강약조절이 장난이 아니다
블루그래스는 오로지 현악기로만 구성되어 선율과 박자를 함께 연주해야 되기에
강,약 조절이 관건이다
똑같은 악기들(기타, 만돌린, 콘트라베이스, 피들)로 연주하지만
일반적인 연주기법으로는 블루그래스 연주를 할 수 없는 이유다
리듬파트를 콘트라베이스가 담당하지만 다른 악기들도 박자연주를
나름 해야 하기에 여타장르에서 연주보다 어렵다
이렇게 개별악기 연주마스터의 힘겨운 고비를 넘긴 후
최종관문인 모든 악기들의 조화가 블루그래스의 꽃이다
(다른 장르에서는 악기 하나만으로 나만 잘하면 거뜬하다)
이들 개별악기들이 모여서 시너지효과를 주는 대표주자가 오케스트라다
따라서 블루그래스는 저비용 고효율성의 작은 오케스트라다
한사람이 연주하면 여러 사람이 자발적으로 모여들며 화음을 맞춘다
그리하야 블루그래스 연주인들은 최우선 조건은
외모나 연주력은 다소 처지더래도 인간성이 좋아야 호흡을 맞출 수 있겠지
근데~~ 이번 블루그래스회원들은 모두를 갖추어서 남 부러울 게 없으니
이제 컨트리 유니폼만 입으면 “오빤, 블루그래스 스탈~”
(유사품 주의! 강남 스타일)
모든 악기들이 화음을 이루면서 차례로 돌아가며 독주를 한다
이런 진행은 재즈에서 유래되어 흔희 접할 수 있는데
어느덧 개인의 연주력을 뽐내기 위한 것으로 변질되었다
연주자라면 당연히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고
좋은 연주력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마는
블루그래스는 나 홀로 튀는 것을 싫어하나니
모두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최고의 화성을 이루며
분위기 조성이 주목적이다
어렵지? 어려울 거야, 그러나
한곡을 모두가 함께 한마음이 되어 해냈다는 성취감과 절정감
이를 홍가동상에 다다익선이라면 횡설수설이려나
이래서 블루그래스 연주인들은 블루그래스에서 오늘도 헤어나질 못하고
줄창 나게 악기에 메달린다
덧붙이자면 한곡을 가지고 장시간 연주할 수 있는 장점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
기조음을 바탕으로 변조를 하거나 독주를 하면서 시간을 늘일 수 있는데
이는 모든 참여자들에게 춤을 출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나무와 숲을 한꺼번에 본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만
굳이 하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숲을 먼저 보는 것 즉 큰 틀을 알아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판소리 완창을 했다고 자랑하는 것을 간혹 접한다
글쎄? 긴 것 했으니 대단하고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것은 좀 거시기하다
공연자로서 당연한 것 아닌가? (누가 하랬어, 시켰어~)
모든 공연자는 타인을 위해 한다 (무인도에서 나 홀로 하는게 아니잖아)
나 노래 잘하지? 연주가 기막히지 않어?
그래 연주가 기막히지 않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오냐, 너 잘났다 즐~)
결론은 관중에게 무엇을 주었느냐가 관건이 아니갔어
여민동락의 음악에서 연주가 왜 어렵냐고?
멀쩡한 관중을 춤을 출 수 있도록 유도해 내기란 여간 힘들지 않갔어
따라서 열공은 해야 한다만 기막힌 연주력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연주력은 수단일뿐 목적이 아니리라
마무리 정리를 해보자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관중(=타인)은 제반사정일랑 관심없으며
공연자는 자신의 목표가 뚜렷해야 할 테고
감상자는 관점이 달라야함을 인지하시고 작은 도움이나마 되셨길
여건상 많은 부분이 생략 되어 아쉽지만 인상적인 장면을 소개하자면
블루그래스(=푸른 풀밭)에서 블루그래스 연주모습이 환상적이었음을...
입문하시는 분들에게는 로망으로 도전할 가치가 있으리라
위에 내용들은 광주 포키그룹에 숨은 고수 김형수님에 고견을 많이 참조하였고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국벤조 연주자의 대명사 이종희님은 기타연주도 수준급이며 듬직한 자세로
지긋히 눈을 감고 연주하는 모습에서 달인의 경지가 엿보였으며
국내유일의 여성벤조 연주자 알프스님 일취월장한 실력에 찬사와 더불어
환한 미소가 아직도 어른거리고
요들부부인 박성은님 노래가 블루그래스에 적격하게 어울려 놀라웠으며
부군인 조수제님 사회진행 매끄러웠고 웃는 인상에 호감 백배였고
콘트라베이스의 유에프오님 정확한 박자감과 부드러운 인상에서 친근감을
부인이신 만돌린 연주자 사공님 연주력과 음색의 애잔함에
(“꼬마야” 를 부를 때 뭉클했음을)감탄했고
피들 연주자인 김한범님 유려한 연주에 박수를
국내 블루그래스의 간판스타격인 보보스님 도브레(=스틸기타)까지
연주할 줄이야 매너 좋고 영어실력 좋고
기타리스트인 유용식님 새로운 기타연주를 접할 수 있어서 보람이었으며
이종휘님의 친구분(관등성명을 밝히지 않아서) 분위기 메이커로서 즐거웠음을
만돌린 연주자인 김구님과 김진님 만돌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으며
행사 주관자였던 두루두루님 배려에 고마움과 깊은 생각에 경탄했고
광주 엔시안요델클럽 회장님 및 회원님들에게 수고 하셨음과 번영을
지면상 짤막하게 인사드림을 양해바라며
초면임에도 환대 해 주심에 거듭 고마움을 전합니다
오랜 음악지기인 박헌중님 음원제공 요긴하게 쓰는데 다음기행은 어디로?
추가 팁으로 글을 마무리하는데
귀가 길에 버스표가 매진된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었다
심신은 지치고 정신이 아득해 지는 순간
혹시나 싶어 막차 전 버스 앞에서 대기했는데 이미 만차
다음날 출근을 앞두고 애타는 절박함이여
포기하지 않고 매표소에서 시시때때로 끊질기게 문의하자
마지막 한 표가 취소되어 간신히 막차를 탔다
귀가시간은 새벽 1시30분 이었다
결론은 살아있는 동안 절대 포기하지 말 것
추신으로 게시곡도 블루그래스 곡중 하나인데 상기 설명과는 다르다고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은 개괄적으로 큰숲을 본 것에 지나지 않고
세세한 나무보기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일진데
부족한 이 사람 많이 도와 주시고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