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시어머니 며늘아기 나빠
무명씨
시어머니 며늘아기 나빠 벽바닥을 구르지 마소
빈에 받은 며느린가, 값에 받은 며느린가, 밤나무 썩은 등걸에 휘추리나 같이
앙살피신 시아버니, 볕 뵈신 쇠똥같이 피종고신 시어머니, 삼년 결은 노망태기에
새송곳 부리같이 뾰족하신 시누이님, 당피 가온곁에 돌리나니 같이 샛노란 외꽃같이
피똥 누는 아들 하난 두고
건 밭에 메꽃 같은 며느리를 어디를 나빠하시오.
♣어구풀이
-며늘아기 : 며느리
-구르지 : 발로 바닥이 울리도록 내디디다.
-빚에 받은 : 빚 대신으로 데려온
-값에 받은 : 무슨 물건 값으로 받은
-등걸 : 줄기를 잘라낸 나무의 밑둥
-휘추리나 같이 : 가늘고 긴 가지나 같이 ‘휘추리나니 같이’로 표기된 곳도 있는데, 이는
‘휘추리가 난 것 같이’로 해석됨.
-앙살피신 : 매서운, 여위고 암상궃으신, 앙상하신
-볕 뵈신 : 볕을 쪼이신
-피종고신 : 말라빠지신
-삼년 결은 : 삼 년간이나 걸려서 엮은
-노망태기 : 삼 껍질을 꼬은 노로 결은 망태기. 망태기는 예전에 남자들이 장 보러갈 적에
쓰던 것,
-부리 : 물건의 끝이 뾰족한 부분
-당(唐) 피 : 좋은 곳긱, ‘당(唐)’은 외래품에 붙어 고급(高級)이라는 뜻으로 사용됨
-가온곁에 : 가운데와 곁이 합쳐진 말
-돌피 : 낮은 피, ‘당(唐)피’의 댓구로 나쁜 피라는 뜻임.
-나니 같이 : 난 것처럼, 난 것같이
-건밭 : 기름진 밭. ‘건’은 ‘걸다’의 관형어
-메꽃 : 나팔꽃과 비슷한 꽃으로 뿌리는 식용(食用), 약용(藥用)으로 쓰임.
♣해설
-초장 : 시어머님, 며느리가 마음에 안든다고 벽바닥을 구르지 마오.
-중장 : 빚 대신으로 데려온 며느리인가, 무슨 물건 값으로 데려온 며느리인가,
밤나무 쎄은 등걸에 난 회초리와 같이 매서운 시아버지, 볕을 쬔 쇠통같이
말라빠지신 시어머니, 삼 년간이나 걸려서 엮은 망태기에 새 송곳 부리같이
뾰족하신 시누이, 좋은 곡식을 심은 밭에 난 품질 나쁜 곡식같이 샛노란 외꽃
같은 피똥이나 누는 아들(며느리의 남편인 시어머니의 아들이 아들이 너무 나
이가 처려서 사내 구실을 못한다고 꼬집는 말) 하나 두고
-종장 : 기름 밭의 메꽃같은 며느리를 어디를 나빠하시는가?
♣감상
이 시조는 고부간 갈등으로 인한 며느리의 원정(怨情)을 노래한 것이다.
봉건적(封建的)인 대가족제도하(大家族制度下)에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던 부녀자들의 울분과 설움이 응결되어 이러한 작품이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주로 직유법을 구사하면서 농가에서 쓰는 어휘들은 시어로
채택하여 적절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데 이 시조의 묘미가 있다 하겠다.
♣작가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