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순식간에 정전과 함께 교통, 통신이 마비됐고 그날 출근한 수많은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피난소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다행히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만으로 서로에게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정전이 되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상황에서 밤 12시쯤 전기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TV를 켜니 엄청나게 큰 쓰나미가 어촌마을을 집어삼켜 수많은 희생자와 피난민들이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사망 및 행방불명자가 3500명을 넘고, 후쿠시마의 원전 폭발로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구가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도쿄와 요코하마에는 직접적인 피해는 적었지만 아직도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금도 매일 조금씩 여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매일 3시간씩 계획 정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동네의 크고 작은 슈퍼마켓의 생필품은 물론 주유소의 기름도 바닥이 난 상태로 정부의 발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갈수록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어제 함께 모여 미사를 봉헌하면서 참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을 빵으로 변화시켜보라는 악마의 유혹에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아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일본과 한국의 국민들은 돌을 빵으로 만들어내려는 욕망의 기적을 바라지 말고 하느님의 말씀대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명의 빵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자신을 위해 나누지 못하는 빵은 죽음의 빵으로 바뀔 것이고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는 빵은 생명의 빵,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침묵을 지키며 이대로 우리의 고통만을 보고 계시는 것 같지만, 사실 그분이 원하시는 것은 우리의 고통이 아닙니다.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우리의 믿음과 희망을 올바르게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다시 바로 세우고 성찰하시기를 원하실 것입니다.
16년 전 고베에서도 큰 지진이 있었던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일본에서 탄생하게 된 좋은 문화 가운데 하나가 자원봉사입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 사회에서의 자원봉사 문화는 놀라울 만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원봉사자들이 일본 곳곳에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 많은 피해자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본 대지진 피해자와 함께 전 세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도록 여러분들의 기도와 나눔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