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 GTB는 페라리의 첫 6기통 엔진을 탑재한 일반도로 주행용 모델이다. 이 즘에서 페라리의 역사를 아는 이들이라면 의문을 표할지도 모른다. ‘6기통 엔진을 탑재한 디노 246GT가 있는데?’라고 말이다. 그것은 분명히 사실이고 ‘디노’가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의 아들이기에 페라리의 역사 속에 녹아들긴 했으나, 엄밀히 말하면 페라리가 아니라고 한다. 서열 정리는 여기까지 하고, 아마도 이 차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 존재할 페라리 중에서 제일 배기량이 적을 것이다.
GTB는 그란 투리스모 베를리네타(Grand Tourismo Berlinetta)의 약자이다. 그란 투리스모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GT(장거리 주행용 자동차)이며, 베를리네타는 2도어 쿠페형 자동차를 가리킨다. 그 이름대로 GTB는 2도어 2인승 미드십 쿠페로 다듬어졌다. 목적은 단 하나, 운전의 재미(Fun to drive)다. 서킷에서 즐기는 한계상황 뿐 아니라 일상 주행에서도 순수한 감성을 보장하는, 실로 페라리다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F1의 그 감성을 녹인 6기통 엔진과 하이브리드
지금의 F1은 과거와는 엔진이 다르다. 6기통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과 전기 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다. 페라리는 창립 때부터 F1에 진심이었고, 지금도 F1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296 GTB가 전기 모터를 조합한 6기통 엔진을 탑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20도로 벌어진 실린더 사이에 두 개의 터보차저가 들어가며, 고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작은 크기를 실현한다.
짜릿함과 동시에 조용함도 느낄 수 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난 뒤 밤이 되었을 때 문득 밖으로 나가고 싶다면, 일반 모델이라면 시동을 걸자마자 이웃집에서 항의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296 GTB는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미리 배터리를 충전해 두면 전기 모터만으로 25km를 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터만으로도 시속 135km에 도달할 수 있으니, 빠르게 도시를 빠져나온 뒤 한적한 곳에서 본격적으로 엔진을 깨우면 된다.
액티브 리어윙은 독특한 방식으로 돌출된다. 뒷부분 일부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테일램프 사이에 있는 검은색의 판막이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방식이다. 296 GTB의 공기역학 시스템을 통해 LD(Low-drag, 낮은 저항) 구성에서도 이전 어플리케이션보다 10% 더 많은 다운포스를 발생시킬 수 있게 됐고, 액티브 HD(High Downforce, 하이 다운포스) 덕분에 100 kg의 추가적인 다운포스를 얻었다. 핸들링 및 제동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새로운 디자인은 페라리 미드십 엔진 베를리네타의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있다. 짧은 휠베이스와 모놀리식(Monolithic: 이음매가 없는 일체형) 구조 덕분에, 지난 10년간 페라리에서 선보인 베를리네타 중 가장 콤팩트한 모델이 탄생했다.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는 전형적인 패스트백 베를리네타 레이아웃을 채택하는 대신, 페라리 전통을 계승한 간결하고 단호한 형태의 라인으로 차량의 스포티한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내는 SF90 스트라달레를 통해 선보인 풀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토대로 구축됐다. 레이아웃은 시각적으로 일관성을 갖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296 GTB의 목표는 기술적인 콘텐츠를 세련된 외관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매우 우아한 디자인이 탄생했다. 대부분의 계기판은 운전석에 집중되어 있다. 조종석은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으로 이어진 대시보드를 통해 완성된다. 조수석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거의 코드라이버(Co-driver) 수준의 운전 경험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