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의 얼굴>
너는 바람인가
움직일 뿐 얼굴이 없다
이목구비 오장육부
머리도 꼬리도 없다
휘둘러 서발 막대에
거치는 것이 없다
너는 쏜살인가
나아갈 뿐 멈춤이 없다
뒷걸음도 게걸음도
부지런도 게걸움도 없다
이정표 없는 네 길엔
발자국도 없다
널 지은 창조주도
어찌하지 못하는 너
절대의 권능 쥐고
생사조차 주관한다
인정도 사정도 없고
예외도 실수도 없다
번지 없는 빈 집에
문패 달랑 걸어놓고
온 데 간데없는 너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너
그러나
천지에 꽉 차서
없는 곳이
없는 너
(덧없는 세월,시간을 이렇게 잘 표현 함)
<2.징검다리>
바람이 흘리고 간 시영내 징검다리
구름 흐르는 물에 사면의 발 담근 채
반백의 분별을 이고
고즈너기 앉았다.
점도 선도 아닌 논리 밖의 저 실존
한낱 돌맹이도 놓일 데 놓이고 보면
시 한수 허자랑 섞여
관주 비점 되는 그것.
어느 세월이라 갖신 꽃신 밟았으리
나무꾼 심메마니 짚신짝도 뜸 하거니
한물에 쓸리고 나면
다시 놓을 뉘 있으리.
(작가 소개)장순하(1928-2022)
향년94세.전북 정읍 출생.시조시인(한국 현대시조의 개척자.현대시조의지평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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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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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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