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밭이 송사 ▩
씨 밭이 송사
지주 어른이 장가든 지 10년이 가까워도 아내에게
태기가 없었다. 대를 이을 자식을 얻기 위해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굿도 해보고 부적도 붙여보고 의원에
게서 약방문도 받아보고 별에 별 짓을 다 해 보았으나
모두가 허사였다.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이웃 마을에 살고 있는 머슴을
은밀히 찾아가, 대를 잇지 못해 조상에게 면목이
없게 된 사정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머슴의 아내를 빌려 씨받이로, 대신 포태시켜
줄 것을 간청하였다.
머슴은 듣기 민망한 부탁을 접하고 처음에는 정색을
하며 거절하였다. 그렇지만 간절히 애원하는 주인님
의 부탁을 마냥 남의 일 같이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며칠 고민 끝에 머슴은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마침내 주인과 약속한 날이 다가왔다. 밤이 깊어갈 무렵,
머슴은 주안상을 들이라 해서 아내에게 독한 술 여러
잔을 억지로 마시게 했다. 아내가 취하여 잠이 깊게 들자
안방에 눕히고 집 밖에서 기다리던 주인을 불러들여
아내와 합방을 하도록 하였다.
씨가 귀한 집안인데도 용케 아내는 바로 태기가 있었다.
해가 바뀌었다. 드디어 낳은 게 아들이었다.
애지중지하게 기른 아들은 어찌나 영특한지 다섯 살에
벌써 소학을 띠었다. 신동(神童)이라고 소문이 10리
안밖에 자자했다. 머슴 부부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주인과의 언약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비록 딴 부인을 빌려 나은 아들이지만 자신의 친 아들
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주인은 항상 애석하게 생각하였다.
주인은 아들을 찾을 목적으로 고을 사또에게 여차한
사실을 고하기에 이르렀다. 사또는 두 사람을 관아로
불러 문초를 하였는바, 아들을 찾아달라고 소원한
주인의 주장이 사실로 들어났다.
외지부의 주장은 이랬다.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 하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 했다
.
신부 집에 보내는 함(函)에도 꼭 씨앗을 넣는다는데
이렇게 소중한 볍씨가 길러낸 나락은 마땅히 주인
것이옵니다.
한편 대를 이을 자식을 얻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행한
일은 잘 한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그간의 기른 정이
워낙 커서 주인에게 내 줄 수 없다는 머슴의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었다.
사또는 이를 어떻게 판결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무료변론을 자청한 다른 외지부가 말했다.
"사또 나으리! 농부가 봄이 되어 농사를 지으려
했으나 종자가 없어 이웃 어른에게서 볍씨를 얻어
못자리에 뿌리고, 모를 길러 모내기를 하였습니다.
그 후 벼가 논에서 탐스럽게 자라 익어 가는지라,
볍씨를 빌려준 어른이 탐을 내어 농부의 논에
자란 벼를 추수할 권리는 볍씨 종자의 주인인
자신이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이 벼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사또께서 힘없는
머슴의 처지를 헤아리시어 바른 처결을 해 주시
옵소서. 판단이야 세속의 이치를 쫒으면 모두가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머슴 편 외지부의 말을 들은 사또는 무릎을 치며
올커니! 구구절절이 맡는 이야기로구나. 아이의
진정한 아비는 아이를 포태시킨 종자의 주인이
아니라 신동으로 키운 머슴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장닭이 낳은 알을 가져오너라!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죽음이 두려운 나머지,
대신을 불러 무리한 요구를 하였습니다.
장닭이 낳은 알이 불로장생의 명약이라고 한다.
대신들은 명심할 지어다.
집에 돌아온 좌상 대감은 시름에 잠겼습니다.
그때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 곁에 다가와서
"할아버지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세요?"
"폐하께서 장닭이 낳은 알을 가져오라고 하시는구나."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제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사흘 뒤에 저와 함께 궁으로 가주세요."
대신은 반신반의했지만 승낙하였다. 그렇게 하마!
할아버지 손을 잡고 궁에 들어간 손자는, 할아버지한테
자기 혼자 입시(入侍)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이윽고 진시황 앞에서 "폐하, 저는 대신의 손자 입니다."
황제는 아이를 보며 “왜 혼자 왔느냐?"
"네. 할아버지는 지금, 아기를 낳는 중이라 저 혼자
왔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진시황은 기가 차서 "뭐라고? 남자가
어떻게 애를 낳는단 말이냐? 고얀 놈! 어디서 감히
짐 앞에서 농을 하느냐?
그러자 아이는 당차게 대답했습니다. "장닭도 알을
낳는데 남자라고 아기를 낳지 못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예판은 듣거라! 애가 똘망똘망한 걸 보니 장차 크게
될 놈이로구나. 당장 내일부터 조례에 들도록 하여
궁의 법도를 가르쳐라!
미워하는 놈이 많은 세상
변호사가 미워하는 놈은 법대로 살겠다는 놈
의사가 미워하는 놈은 앓느니 죽겠다는 놈
치과의사가 미워하는 놈은
이 없으면 잇몸으로 씹겠다는 놈
한의사가 미워하는 놈은
온수가 보약이라고 하는 놈
산부인과 의사가 미워하는 놈은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놈
학원 강사가 미워하는 놈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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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5. 28 김 호 영 -
♬ 배경음악 ~ 김 영 란 / 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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