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찰풍선, 트럼프때도 핵항모-전략폭격기 기지 상공 침입
북미 방공사령관 “감시 공백 있다”
일부 풍선, 레이더 교란장비 갖춰
바이든 “美中관계 후퇴는 없을것”
NYT “시진핑, 정찰 몰랐을수도”
中 정찰풍선 잔해 수색 미국이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한 직후인 4일 미 해안경비대 헬기가 사우스캐롤라이나 머틀비치에서 바다로 떨어진 정찰풍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머틀비치=AP 뉴시스
중국 정찰풍선이 과거에도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 등이 정박한 미 버지니아와 캘리포니아주 상공을 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 대륙을 횡단한 뒤 격추돼 논란을 빚기 전부터 중국 정찰풍선이 지속적으로 미 핵심 군사기지를 정찰해 온 것이다. 미군도 “감시 공백이 있었다”며 정찰풍선이 방공망을 뚫은 사실을 인정했다. 격추된 정찰풍선 잔해 복원 조사와 의회 청문회를 통해 미 본토 감시망의 허점을 둘러싼 미 정치권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군, 이전 ‘미확인 공중현상’ 분류
글렌 밴허크 북미방공사령부(NORAD) 사령관은 6일 과거 미 영공을 침입한 중국 정찰풍선에 대한 질문에 “(이전에는) 그 위협을 감지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파악했어야 할 영역의 감시 공백”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발생한 침범 사례는 정보당국의 추가 정보 수집 과정에서 파악됐다. 이번 사태 이전에는 탐지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앞서 미 국방부는 4일 중국 정찰풍선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최소 4차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1차례 미 영공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NORAD는 미국과 캐나다를 향해 오는 적국 비행체와 미사일 공격 조기 탐지 등 북미 방공망을 책임진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시절 침입한 중국 정찰풍선들은 버지니아주 노퍽과 캘리포니아 코로나도, 괌, 하와이, 플로리다 인근을 비행했다고 전했다. 하와이는 인도태평양 관할 미 해군 제7함대가, 괌에는 전략폭격기 등이 배치된 앤더슨 공군기지가, 노퍽과 코로나도에는 핵추진 항공모함이 정박한 해군기지가 각각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노퍽과 코로나도 상공을 비행한 정찰풍선에는 레이더 교란 장치가 장착돼 있었다. 하지만 당시 미군은 미확인비행물체(UFO) 같은 ‘미확인 공중현상(UAP)’으로 분류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 CNN방송도 지난해 4월 작성된 미군 비공개 보고서 발췌문을 입수해 “2019년 중국 정찰풍선이 고도 약 20km 상공에서 선회하며 하와이와 플로리다를 가로질러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은 최고 100km 고도에서 몇 개월간 작동 가능한 고고도 정찰풍선 여러 대를 배치했다’고 분석했다.
●“中 지도부, 정찰풍선 비행 몰랐을지도”
바이든 행정부는 격추된 정찰풍선 잔해를 중국에 반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잔해를 복원해 정찰풍선을 활용한 중국의 감시 및 정찰 활동 정보를 파악해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잔해에 대해 ‘중국 소유’라며 반발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에 반환을 요구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비행선은 미국이 아닌 중국의 것”이라고 답했다.
정찰풍선 ‘늑장 대응’ 책임론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번 사건에 따른 미중 관계 악화 가능성에 대해 “아니다(No). 중국은 우리 입장을 이해했다. 관계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밴허크 사령관은 “풍선에 폭발물이 적재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풍선이 (영토에서) 영해로 넘어가자 격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정찰풍선 비행을 사전에 몰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테일러 프라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NYT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을 감안할 때 중국 지도부는 정찰풍선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군이 외교 일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기존 계획을 실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