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결계를 뚫고 나타난 생소하게 생긴 검은 존재를 바라본 거한은 그것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느낌. ‘동질감’을 느꼈다.
“…동족인가.”
갑자기 난입한 존재를 바라보며, 자신과 비슷한 종족으로 판단한 거한은 다시 고개를 갸웃 하며 중얼거렸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아는 한…. 그 무리에서 저런 형태의 녀석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의 말대로 괴물의 생김은 누구도 본적도 들은 적도 없을 정도로 생소했다.
전체적으로 어둠에 녹아 들을듯한 칠흑과 같은 어두운 색. 직립보행을 하는 생물의 것과 같지만 어딘지 거친 느낌을 주는 두개의 다리. 단단하지만 약간 구부정한 허리의 몸체와 마치 손가락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단도처럼 되어있는 거친 양손. 양 어깨와 등에 갈기처럼 돋아 있는 검은색의 긴 털들. 그리고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한 것 같은데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얼굴. 그 얼굴에서도 유독 검은색으로 빛나는 것처럼 일렁이는 두개의 눈.
전혀 보지 못한 형태의 존재였다.
놀라기는 거한과 그들의 단장의 격전을 바라보고 있던 기사들도 마찬가지 였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윌리엄은 단번에 날려버린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존재.
어둠이 녹아버릴 것 같은 농도 짙은 검은 색으로 이루어진 그 존재는 그들에게 이상할 정도의 거부감을 주었다. 마치 마주보지 말아야 할 것과 마주보고 있는 것처럼.
이 ‘괴물’의 등장으로 가장 놀랐을 윌리엄은 지금 오히려 차분한 상태였다. 자신을 공격하는 저것이 무엇인지 몰라도(아마 마족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자신과 격전을 벌이던 거한도 그냥 바라보기만 할 것 같은 모습이었기에 그가 1:1로 상대하지 못할 리가 없다는 판단을 낸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그런 것쯤이야 중간에 움직임을 차단하면 될 일. 그리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고 윌리엄은 믿었다.
크흐크흐크흐
몹시 흥분한 듯이 거칠게 숨을 쉬며, 검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저 괴물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을 떠올린 윌리엄은 자신이 저런 것을 본적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저런 인상적인 생물을 보고, 기억을 못할 리가 없었다. 분명 그가 본적은 없는데, 언젠가 본듯한, 그것도 최근에 본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인가.
잠시 고민을 하던 그를 뚫어지게 노려보던 괴물이 가볍게 땅을 박찼다. 분명 ‘가볍게’ 땅을 박차고 몸을 날린 것이었지만 그것이 낸 속력은 저것이 살아있는 존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땅을 차는 순간 슈욱 하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괴물의 몸체가 윌리엄에게 쇄도했다.
끔찍하리 만치 빠른 속력. 눈으로 겨우 따라잡을 정도의 무식한 속력에 윌리엄은 본능적으로 검을 움직여 그것을 막아 섰다. 무엇이라도 자를 수 있다는 검기가 뿜어져 나오는 명검. 좋은 검일수록 검기나 검풍의 위력이 더욱 배가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 검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휘둘려진 괴물의 손에는 짙은 검은 색의 기운이 어려있었다.
펑!
폭발음에 비견될만한 굉음과 함께 윌리엄의 검이 밀려났다. 자신의 검이 밀려난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바라보던 윌리엄은 제 2격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몸을 돌리며 낮게 검을 휘둘렀다. 하체를 노리기 위한 일격.
그러나 괴물은 가볍게 점프를 해서 그 공격을 피해냈다.
공중에서는 날개로 날수 있는 생명이 아닌 이상 마음대로(심지어 마법일지라도) 움직이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별다른 대비 없이 목숨을 노리는 상대의 앞에서 몸을 허공으로 떠올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전투의 기본으로서 너무나도 당연한 것.
그것을 노리고, 하체로 검을 휘두른 윌리엄은 상대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자 주저하니 않고, 검은 위로 올렸다. 강맹한 위력을 띈 검이 수직으로 올려지는 기세는 공중에 떠있는 상태로는 절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꼼짝없이 당할 것처럼 보이던 괴물의 몸이 갑자기 허공에서 ‘사라져’버렸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상대에 눈을 크게 뜬 윌리엄은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몸을 팽이처럼 돌려서 상대를 베어내려 했다. 윌리엄이 느낀대로 그의 뒤에는 괴물이 이동을 해서 등을 노리고 있었다. 반사적인 윌리엄의 공격에 가볍게 몸을 숙여 피한 괴물은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키며, 윌리엄의 몸을 가를 듯이 손톱을 휘둘렀다.
크득
검과 손이 서로 막히며, 걸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윌리엄의 검이 강렬한 기세로 더욱 강한 검기를 토해내었다. 당연히 손을 빼낼 줄 알고있던 윌리엄은 검은 기운으로 손을 둘러싸며 검을 잡는 괴물을 보며 놀라버렸다.
아무리 마력 같은 것으로 검기에 잠깐잠깐 맞부딪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완전 전면 대응을 한다면 손으로 검을 잡아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상대는 손이 잘려나갈지도 모름에도 검을 잡으려 한 것이었다.
‘어리석은 것.’
속으로 조소를 보내며 상대의 반대편 팔이 움직이려 하는 것을 보고, 검을 빠르게 뽑아내려고 하던 윌리엄은 단번에 잘려나가지 않고, 일시적으로 저항하는 상대의 손 때문에 당황했다. 한번에 잘려나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오판이었던 것 같았다.
반쯤 잘려나간 상태로 스톰 브링거를 잡고 있는 괴물의 손을 바라본 윌리엄은 잘려진 괴물의 손 상처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서 검을 휘감는 것을 바라보며, 자신의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름이 끼치는 느낌에 검을 빨리 빼내려고 하는 윌리엄의 얼굴로 검을 잡지 않은 다른 한 손이 날아왔다. 고개를 숙여서 그것을 겨우 피해내었나 생각한 순간 괴물의 무릎이 빠르게 위로 올라오며, 윌리엄의 복부를 강타했다.
우득!
“큭!!”
강력한 일격. 정신이 순간 아득해질 정도로 강한 일격으로 인해서 신음을 토해낸 윌리엄은 눈을 날카롭게 뜨며, 무릎의 일격으로 떠오른 몸을 공중에서 옆으로 회전시키면서 검을 돌리며 그가 입을 열었다.
“불어라 바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윌리엄의 검에서 진공의 칼날이 회오리 치면서 터져나갔다.
촤촤촤촥!!
진공의 칼날이 검을 둘러싸던 검은 기운을 절단해버리며 반쯤 잘렸던 괴물의 손을 날려버렸다. 손의 반이 잘려나가자 뒤로 물러선 괴물은 이전보다 경계어린 눈으로 윌리엄을 노려보고 있다가 잘려나간 손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잘려나간 손에서 검은 기운이 꿈틀거리더니 이내, 괴물의 잘려나간 손이 완벽하게 재생되었다.
트롤보다 더한 그 재생력에 검을 정면으로 들어서 상대를 노려보던 윌리엄은 일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정신체나 쉐도우형 마족인가…. 그런 것 치고는 접근전투 능력이 지나칠 정도로 뛰어난데….”
말을 마치고, 빈틈을 노리는 윌리엄을 노려보던 괴물은 검은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팔을 꿈틀거리며 변형시켰다. 그리고 괴물의 팔이 기괴한 형태로 뒤틀리더니 길다란 다섯 개의 촉수와 같은 모양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흐느적거리는 왼팔을 들어올린 괴물이 윌리엄에게 쇄도했다.
==============================
2차2차!
ㅇㅅㅇ//
오늘의 분량은 이것으로 끄읕!!!!!!
아아아, 졸리웁다…
자러 가야지…
그럼.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