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열시, 서울역 9번출구를 목표로 엄청 내달리는데 쉽지 않다. 창원가는 캐리어 보관하려 안간 힘을 써다 결국 포기하고, 오늘의 출발지 서울역 9번 출구 도착하니 남 전회장님, 대장님, 총무님, 전임 멍게 총무님 기다리고 있다. 미안타.
멍게 총무님이 도와사 캐리어 무사히 보관시키고 산행길 나선다. 회장님 없는 산행이라 산행길 쥐죽은 듯 조용하다. 옛 성곽이 무심하게 우릴 바라본다. 남산도서관이 우람하게 서 있다. 역사를 먹은 듯 지금은 서울교육청 무신 연구원 건물이다. 처음에는 어린이 회관이었다고 누군가 설명한다. 우리 산악회 회장님은 삼천년 역사의 보물인데 오늘 우찌 신체 이상으로 그 자리 너무 크게 비어 있다.
남산타워 가는 길은 평탄하다. 장삼이사 누구나 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우리 대장님은 영명하다. 다들 체력 하나는 끝내주네요. 조선시대 성곽을 마주하고서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누가 있었다면, 누구를 불러보지만 끝내 대답이 없네요. 강제 부과금이라도 메겨야 하지 않을까요.
쉬엄 쉬엄 걷는다.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광대 하나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 광대따라 웃기도, 허탈해 하기도 합니다만, 수련, 원추리, 참나리 7월의 꽂들 우릴 반기지요.
백범과 안중근공원 지나 드디어 남산정상 오른다. 여러번 왔지만, 그 사연들 꼬깃 꼬깃 접어 날려 주어야 할 듯 해서 여신 바삐 움직여 본다. 사랑의 열쇠 말이지요. 위대한 유산이다. 대체 이런 것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없겠지요. 어디에도 말이지요.
남산은 서울의 애산답게 사람들 참 많다.한강이 보이고, 용산이 보이고, 세상을 볼 수 있기에 봄비겠지요, 마음만 먹으면, 가자, 남산으로, 하지만 남산은 슬픈 산이기도 하지요.
애국가의 그 산, 윤치호의 애국가, 그 노래, 철갑을 두르고, 그 때나 지금이나 남산엔 소나무 많고요.
선선한 공기속 찬찬히 내려간다. 후암동에서 올라,아, 저기 성수동, 약수동 아, 저 다리는 어디 인가요, 밤비내리는 영동교 어제 내린 비로 턱밑까지 찼네요. 우리 알대장님 집이 저 부근 인가요,
버스정류장에 만석이 형이 기다리고 있다. 두 시간 동안 동국대 출발 남산 둘레길 돌았다네요, 우리는 서울역 힐턴 남산도서관 코스 지날 동안 혼자만의 낭만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낭만 만석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내입니다.
이제 열 두시, 희열의, 희용의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남산 한식집이다. 은별네 최애식당이자 성대 신방과 산악회 최고 맛집으로 낙인찍힌 그 집이다.
술이 돌고, 코다리 돌고, 술이 돌고 낚지 돌고,정이 돌고 콩나물 돼지고기 돌고, 남회장님 차 연수 얘기, 미친 광대 시시껄렁 얘기에 우리 젊은 날의 청춘은 흘러만 간다. 밥을 비벼 먹고 메밀국수 한 그릇에 우정이 흘러 넘친다. 저 정주영 할아버지 드셨던 양양의 단양 국수집을 추억하면서 말이지요.
만석이형 통풍으로 술 아니드시고, 회장님 아니 계시고 오늘은 술이 나그네 되어 어디 한강 둥둥 떠 다녀야 했다. 경조사 멍게총무님이냐, 이태리 여행 대장님이냐, 결국 멍게총무님으로 낙착, 고마워요, 멍게 총무,
잠시 뒤 그 유명한 남산 한식집 옆, 커피집에서 핸드 드립 커피 한 잔에 세상을 녹여댄다. 우리 대장님이 커피를 쏘셨고.
남산은 이제 저물공간, 늦게사 비도 오고, 창원가는 미친광대 배웅 하러 전임 멍게 총무, 지존이신 현임 뜬구름 총무님 삼각지 로타리 그 유명한 평양집서 끝모를 사랑을 꽃 피웠다.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 하며
비에 젖어 한숨 짖는 외로운 사나이가
서글피 찾아왔다
그 로타리는 사라지고 없지만, 토요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많은 사람들 삼각지로 모여들고 있었다. 아, 삼각지가 이제 세상의 변환점이고나, 그렇고나,
삼각지 로타리는 가고 없지만
거기 둘러싼 사람들 비 맞아 가며
이건 아니지 이래선 안되지 하며
목청껏 외쳐대고 있다 끝없이 굵게,
칠월의 산악회는 그렇게, 은경없이, 회장님없이 저물고 있지만 그 나름대로, 다들 활짝 웃으면서 하루를 서두르지 않았답니다.
출연진
남 전회장님 알대장님 뜬총무님 멍게전임총무님 만석헹님 호랭이
커피 커피,
남산 한식집 예술ㆍ
대장님 티셔츠
곧 흘릴 운멩 힐턴
나는 누구?ㆍ
선생님
안중근선생님
안중근선생님
사연들
첫댓글 잘 읽었어요^^. 나를 기억해 주어 고마워요...ㅋㅋ. 사는데랑 밭이랑 괜찮은 거야?
간다꼬 댓글 달았길래, 올줄 알았쥐, 이쪽은 비피해 그닥 없어, 다행이지,